여덟 번째 모음
이토록 무더운 여름은, 이제 낯설지 않다.
기상청은 매년 ‘역대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고 발표하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놀라지 않는다.
6월의 한낮 기온이 37도를 넘어가고, 10월에도 반소매를 입는 풍경이 흔해졌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이런 날씨는 뉴스의 첫머리에 ‘이상 고온’이라는 자막과 함께 등장했지만, 지금은 그냥 ‘여름’이다.
기후학자들은 경고해 왔다.
북극의 빙하는 예전보다 세 배 빠른 속도로 녹고, 해수면은 계속 상승하며, 폭염과 가뭄, 산불은 더 빈번해질 것이라는 내용들을 말이다.
하지만 이런 데이터는 경제 뉴스와 스포츠/연예 기사 사이에 조용히 끼어 있다. 사람들의 시선은 여전히 재테크, 환율, 주가, 전쟁 소식에 머무른다.
지구가 뜨거워지는 속도보다, 돈이 오르내리는 속도가 더 중요한 세상이다.
개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우리는 플라스틱을 분리배출하고,
재사용 컵을 쓰고, 장바구니를 챙긴다.
하지만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70% 이상은 단 100여 개의 대형 기업에서 나온다.
항공, 해운, 에너지, 중공업이 내뿜는 배출량 앞에서 개인의 분리수거는 바다 위의 물 한 방울처럼 작다.
그렇다고 이 노력이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이 구조적 불균형을 직시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마치 개인의 ‘도덕성’에만 의존하여 거대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며, 이는 마치 계란으로 바위를 깨려는 것과 같다.
문제는 인간 사회의 우선순위다.
자연이 그 기능을 다해야만 유지가 가능한 인간의 생존이 가능하며, 우리는 우리의 문명을 지키기 위해 자연을 끝없이 소모한다.
‘성장’이라는 단어는 늘 경제 지표와 함께 쓰인다. 하지만 지구가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면, 경제성장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인간 사회와 자연이 함께 성장할 수 없는 걸까?
반드시 한쪽이 희생해야만
다른 한쪽이 번영하는 걸까?
기후 위기는 더 이상 환경만의 문제가 아니다.
식량 가격, 물 부족, 난민, 전쟁, 질병 등
모든 사회 문제가 기후와 얽혀 있다.
지구가 점점 더 뜨거워지는 이 상황에서, ‘성장’의 의미를 다시 쓰지 않는다면, 무더운 여름은 앞으로 훨씬 더 길어질 것이다.
이 숨 막히는 열기 속에서, 나는 묻는다.
우리 사회는 정말로 기후 위기를 최우선 과제로 여길 준비가 되었는가.
그리고 나는, 그 대답이 시원한 바람처럼 쉽게 오지 않으리라는 걸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