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이는 성북구에 살고 있었고 직장은 강남이었다.
여자친구는 인천 부평에 살고 있었고 직장은 구로였다.
처음에는 강남 주변으로 집을 알아보려 했지만, 터무니없는 가격에 바로 포기했다.
"아니 무슨 집값이 7억을 하는 거야?"
"강남은... 강남인 건가??"
"대체 이런 곳은 누가 사는 거지??"
"분명 금수저들이 물려받는 거겠지 쳇"
그 후 이곳저곳 열심히 찾아 헤매다 나름 괜찮은 지역을 골랐다. 강남과 구로 사이에 위치해 있어서, 둘 다 30분 정도면 출퇴근이 가능할 것 같았다.
개발이와 여자친구는 그 지역 부동산에 예약을 하고 주말에 방문하기로 했다.
미리 그 지역 아파트 연식과 시세를 알아보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결혼 준비와 회사일로 정신없던 개발이는 그런 정보를 찾아볼 여유가 없었다.
시간은 금방 흘러서 어느덧 주말이 되었고, 개발이는 여자친구와 부동산을 방문했다.
괜히 긴장이 되어 부동산 문을 열기가 망설여졌지만, 옆에서 여자친구가 보고 있었기에 개발이는 아무렇지 않은 척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수요일에 전화드린 사람입니다~"
"아~네 어서 오세요~ 어머 신혼부부시구나~"
"아이고 이뻐라~"
50대 여성으로 보이는 부동산 사장님은 사람 좋은 미소로 개발이와 여자친구를 맞이해 주었다. 그 미소를 보고 개발이도 마음이 조금은 풀렸다.
"사장님 혹시 저희 예산으로 갈 수 있는 집이 있을까요?"
"그럼요~ 조금 오래되긴 했지만 딱 맞는 집이 있어요~"
"오~ 지금 보러 갈 수 있는 거죠?"
"네 제가 미리 이야기해 놨어요 같이 가시죠~"
부동산 사장님은 빨간색 지갑케이스로 된 핸드폰과 두꺼운 달력수첩을 들고 길을 나섰다. 개발이와 여자친구도 그 뒤를 따라갔다.
가는 길에 부동산 사장님이 이 동네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다.
"여기가 조금 언덕이 있긴 한데 신혼부부들이 많이 사는 곳이에요~"
"그러다 애기가 좀 커서 학교 갈 때쯤~학군지로 이사하면 딱 이거든요~"
그런데 사장님의 발걸음이 멈추질 않았다.
분명 지하철역에서 3분 거리라고 했는데 이 정도면 역세권이 맞는 건가 싶었다. 거기에 언덕길이라 그런지 더더욱 멀게 느껴졌다.
문득 대학시절 친구들 하숙집이 생각났다.
G대 정문 3분 거리 하숙!이라고 해서 집을 구했는데, 알고 보니 공대는 후문 쪽이어서, 실제 하숙집에서 20분은 걸어야 했었다.
이런저런 생각이 들 때쯤, 부동산 사장님의 발걸음이 멈췄다.
"후우~ 여기에요~!"
부동산 사장님이 가뿐 숨을 몰아쉬며 이야기했다.
땅만 보고 가던 개발이와 여자친구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말이 없어졌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