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이와 여자친구의 눈앞에는 페인트가 다 벗겨져서 보기 흉한 아파트 외관과 그 앞으로 테트리스 같이 주차되어 있는 차들이 보였다.
"그래도 여기가 지하주차장이 있어서 이 정도 주차 할 수 있는 거예요~"
"어? 여기 지하주차장도 있어요?"
"그럼요~ 물론 엘리베이터 연결은 안되어 있지만, 그래도 있는 게 어디예요~"
개발이는 부동산 사장님이 자랑처럼 이야기를 해서 이게 좋은 건지 아닌 건지 잘 판단이 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갔다.
복도식이다. 밖을 보니 괜히 무서워져서 순간 발끝에 소름이 돋았다. 사장님은 복도 끝에서 두 번째 집 벨을 눌렀다.
"누구세요~?"
안에서 연세가 꽤 있으신 거 같은 아주머니 목소리가 들렸다.
"부동산이에요~"
그리곤 현관문이 열렸다.
집안은 그리 깨끗하지도 아주 더럽지도 않은 평범한 잡이었다. 하지만 개발이는 순간 채리색 장판과 몰딩을 보고 흔들리는 여자친구의 눈빛을 느낄 수 있었다.
화장실은 꽃무늬 타일과 애매랄드 색 욕조로 되어 있었고, 베란다에는 곰팡이가 핀 건지 머가 묻은 건지 알 수 없는 까만 얼룩이 여기저기 묻어 있었다.
개발이는 순간 우울한 감정이 밀려들어왔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이런 곳에서 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집을 다 보고 다시 부동산 사무실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부동산 사장님은 그 집의 좋은 점을 계속 이야기했지만, 개발이와 여자친구에겐 들리지 않았다.
그러자 부동산 사장님이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흠... 저기가 오래되고 그래서 좀 너무 저기하면"
"이번에 새로 입주한 단지에 급매 전세가 하나 있긴 한데, 거기 한번 가볼라우?"
"20평대이긴 한데 그래도 신축이라 구축 30평대 정도 크기예요~"
"예산이 조금 초과되긴 하는데, 내가 좀 네고 해줄 수 있을 거 같기도 하고~"
개빌이는 여자친구를 한번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한번 구경 가보겠습니다"
이번에도 부동산 사장님이 앞장을 섰고, 개발이와 여자친구가 뒤따라 갔다.
아까와는 다르게, 평지로 된 길을 조금 걸어가니 바로 으리으리한 정문이 나왔다. 문주에는 힐스테이트라고 웅장하게 새겨져 있었다. 단지 내로 들어가니 차도 없이 쾌적하게 되어있었다.
"사장님 여긴 단지에 차가 하나도 없네요?"
"네 여긴 차가 다 지하로 내려가서 단지 내에는 차가 안 다녀요~"
"애들 키우기에는 너무 좋죠~"
개발이는 마음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슬쩍 여자친구의 표정을 보았다. 여자친구 역시 아까와는 다르게 반짝이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부동산 사장님을 따라 매물로 나와있는 집에 들어가 보았다. 4층인 게 좀 걸리고 앞에 뷰가 막혀 있는 게 살짝 아쉬웠지만, 그거 빼곤 완전 호텔 같은 집이었다.
밝은 강마루에 고급 실크 벽지, 대리석 아일랜드 식탁에 거실벽은 아트윌로 되어 있었다.
개발이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곳이라면!! 내가 꿈꾸던 신혼 생활을 할 수 있겠다!!)
표정이 한층 밝아진 두 사람을 보고 부동산 사장님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마음에 드냐고 물어보았다. 개발이는 마음에 든다고 당장 계약하고 싶다고 했고 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원래 계획했던 예산보다 5천만 원이나 오버되었지만, 대출을 좀 더 받으면 어떻게든 될 거 같았다. 무엇보다 같은 단지 옆집 전세시세보다 3천만 원이나 싸게 계약했기에 개발이는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개발이와 여자친구의 신혼집은 역세권 신축 아파트 20평대 전세로 시작하게 되었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