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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 Nov 29. 2023

작별인사_김영하

인공지능의 발달, 인간성이란 무엇인가?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은 후 김영하작가님의 또 다른 소설이 궁금해져서 무작정 설명도 읽지 않고 샀던 책.

 SF인 줄 몰랐다. SF였다. 디스토피아였다. 오히려 좋아.

 어쩌다 보니 추리소설만 읽던 청소년이 무럭무럭 자라 지금은 SF소설, 디스토피아 세계관만 읽는 직장인이 된 느낌이다. 한번 꽂히면 끝장을 보는 성격은 여전하다.

 개인적으로 이런 이야기들은 재미있어야 할 것, 현실도피가 가능해야 할 것, 그러나 현실적이어서 공감이 가능해야 할 것, 생각할 거리가 있어야 할 것. 이 모든 것이 다 충족된다고 생각한다. (! 조금 광신도 같기도)






1. 이야기

 평양 휴먼매터스랩 연구소에서 일하는 최진수 박사의 아들 철이. 철이는 선택받은 소수가 편안하고 쾌적하게 살 수 있는 일종의 섬인 휴먼매터스랩의 캠퍼스에서 아버지와 고양이 두 마리, 그리고 고양이 로봇 한 마리와 살고 있다.


 아버지는 바깥은 내전과 테러로 위험하니 자주 나가지 못하게 한다. 그러던 하루는 아버지를 마중 나가기 위해 잠시 캠퍼스를 벗어나 밖으로 나간 철이는 어떤 이들에게 붙잡힌다. "당신은 등록된 휴머노이드가 아닙니다. 우리와 함께 가야 합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할 틈도 없이 그는 수용소로 끌려가게 된다.


 철이가 들어간 수용소에는 미등록 휴머노이드들이 있었다. 완전히 기계 같은 휴머노이드부터, 인간과 매우 흡사한 휴머노이드까지. 자신은 인간인데 왜 이곳에 끌려왔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던 중 선이를 만난다.

 선이는 자신이 인간이라 말하며 같이 다니는 민이라는 하이퍼리얼휴머노이드도 소개해주고, 철이가 이곳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철이는 그곳에서 기계들과는 달리 밥도 먹고 잠도 자야 하는 자신이 인간이라는 것이 처음으로 원망스러워진다. 차라리 기계였다면 편했을까. 


 과연 철이의 정체는 무엇일까. 기계일까? 인간일까.


 어느 날, 수용소에 전기가 끊기고 사료 보급이 중단된다. 그로부터 얼마 후 민병대의 습격을 받아 그들은 함께 도망치기로 한다. 

 도망치던 과정에서 민이는 목숨을 잃고 철이와 선이는 휴머노이드들을 재활용하는 일을 하는 '달마'를 만난다. 그리고 선이는 달마에게 민이를 살려달라고 부탁한다.




2. 생각하기

 책을 덮은 후 처음 든 생각은, '정말 잘 쓴 책이다!'라는 감탄이었다. 특별한 것이 있다는 게 아닌 이해하기 쉽고 물 흐르듯이 읽히며 정말 그럴듯한 우리의 미래 같아서 공감이 되고, 몰입할 수 있다는 생각. 

(나는 책을 그렇게까지 많이 읽어보지도 않았으며 평론가도 뭣도 아닌 독자 1에 불과하지만...)


 우리의 머지않은 미래가 정말 이 책의 내용처럼 전개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인공지능의 발달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 그쪽 분야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크게 관심이 있던 사람도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주변사람들과 대화했을 때 그들에게서 나온 공통적인 이야기는 '정말 곧 닥쳐올 미래가 이런 모습일지도 모른다.'라는 것이었다. 너무나도 발달한 인공지능,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홀로 설 수 없는 인간. 그렇게 결국 자멸하는 인간. 너무나도 그럴듯하지 않은가?


 예전부터 우리는 나중에 기계가 너무 발달한 나머지 사람과 구분하기 어려워지고, 사람보다 똑똑해지면 그들이 우리를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 소재로 만든 이야기도 많았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달마는 우리가 그들을 공격할 이유가 없고 그럴 필요가 없으나 인간들은 우리에게 자신을 투영해서 바라보기 때문에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인간만큼 불필요한 고통을 많이 생산하는, 다르게 말하자면 자신의 이득을 위해 지속적으로 다른 종족을 착취하는 생물은 없다고. 

 최근 읽었던 <테라리움>이라는 SF소설에서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 책에서는 인간들이 우주에서 온 컴퓨터가 지구를 공격할까 봐 두려워하다가 결국 자신들에 꾀에 넘어가 인류는 멸망한다.


 사람들은 항상 무언가를 해석할 때 '나'를 기준으로 해석하곤 한다. 인간의 공격성을 기계 역시 가졌을 것이라 판단하는 것이다.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괜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민이의 생명을 두고 선이와 달마가 대립하며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는 부분이 있다. 선이는 삶이란 주어진 그 자체가 의미 있기 때문에 되살릴 수 있다면 되살려야 한다는 입장, 달마는 태어나지 않는다면 행복이라는 것 자체를 모르기 때문에 아쉬워할 것이 없으며 고통스러운 삶을 살다 간 민이이기에 그것은 선이의 이기심이라는 입장이다.

 나에게는 선이의 말이 너무 낙관적이고 뜬구름 잡는 소리 같이 느껴졌다. (우주정신이라니..) 반면 달마의 말은 현실적이고 이성적이어서 이해가 갔다. 그러나 감정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나 역시 선이처럼 행동할지도 모른다. 감정이란 무엇인가, 선이는 인간이고 달마는 기계이기 때문일까? 인간과 기계의 차이점이 이런 것일까?


 '인간성'이란 무엇인가. 매번 생각하지만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현대의 우리가 말하는 인간성이란 결국 인간들이 이 사회에서 스스로를 지키고 함께 공생하기 위해 만들어낸 규칙과 같은 것이다. 인간이기 때문에 이런 것은 지켜야 한다고 규제하는 것 말이다. 이런 것들은 시대에 따라, 문화에 따라 변동적이다. 고정되어 있거나 불변의 무언가가 아니다. 그렇기에 정답은 없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할수록 인간은 정말 비이성적인 비논리적인 존재이자 모순덩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따진다면 철이는 과연 기계일까? 인간일까? 


 SF 소설들, 특히 디스토피아 세계관인 책들을 읽으며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점은 인간은 참 이기적이고 잔인한 존재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다가올 재난을 막기 위해서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경고의 역할도 하고 있다는 점도. 그래서인지 철학적 사유를 하게 만드는 내용이 많다. 그렇게 나는 SF가 좋아졌다. 

 사실 SF라고 뭉뚱그려 말하지만 그 안에서도 세부적으로는 매우 다양하게 나뉠 것이다. 편의상 하나로 묶어 부르는 것일 뿐. (나는 우주 SF장르는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취향이 아니다. 디스토피아를 좋아한다고 해야 할까? 그러나 너무 잔인하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이야기는 싫어한다.) 

 

 정리하자면 그저 현실에 가까운, 너무 무겁지는 않은 그런 미래세계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꼭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3. 물음표

기계 같은 인간 vs 인간 같은 기계
'인간성'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자기가 누구인지 잘못 알고 있다가 그 착각이 깨지는 것, 그게 성장이라고 하던데?"
인간은 속아 넘어가는 것은 싫어하지만 마법에는 너그러워. 
"태어났다면 느낄 기쁨을 태어나지 않아 느낄 수 없다고 해서 그게 참으로 손해일까요? 손해라 느낄 존재가 아예 없는데요?" 
"오랜 세월 인간은 SF 영화에 나오는 무자비한 기계에게 살육당하는 미래를 상상해 왔습니다. 자기들의 모습을 기계에 투사한 것이지요. 우리가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인간들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당신은 무엇이고 무엇이 되고자 합니까?" 
우리는 인간의 뇌에 지속적으로 엄청난 쾌락을 제공하였고, 그들은 거기서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 인간은 신선이 되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멸종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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