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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 Sep 29. 2023

멋진 신세계_올더스 헉슬리

불행할 권리, 유토피아는 어디에?



 최근 디스토피아 소설들을 많이 읽었더니, 그걸 본 어떤 분께서'이 책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라며 <멋진 신세계>를 추천해 주셨다.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으나 내용이 어려울 듯하여 장바구니에만 담아두고 선뜻 도전하지 못했던 책이었다. (장바구니에 담긴 책만 수십 권,, 줄어들지 않는다. 다 읽을 수는 있을까..?) 역시나 어려웠고 복잡했지만 내용들을 정리하며 새로운 자극을 받았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몇 시간이나 투자를 했지만 올리는 지금까지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글도 쓰다 보면 더 늘겠지?








1. 이야기

 멋진 신세계란, 인공부화 조건반사 양육소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세상을 이루고 있는 곳으로 고독이란 없고 모든 인간은 행복하며 조금이라도 우울해지면 일 그램의 소마를 먹으면 그 모든 부정적인 기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문명'세계이다. 가장 중요한 가치는 '공유, 균등, 안정'.


 이곳에서는 임신을 통해 태아생식을 하지 않는다. 다만 보카노프스키법을 통해 계급별로 나뉘어 배양되고 그 아이들에게 조건반사 교육을 시켜 세상에 내놓는다.

 계급제인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알파, 베타, 감마(표준형), 델타, 앱실론 계급으로 나누어진다. 알파는 하나의 수정란에서 한 명이 태어나는 지도자 계급, 베타는 전문직, 표준형인 감마부터는 앞서 말한 보카노프스키 법을 통해 하나의 난자에서 표준형 남녀, 즉 '균등'한 집단 쌍생아를 만들어 내며 그들이 미래에 해야 할 일에 필요하지 않은 부분들부터 성장을 억제시킨다. 때문에 제일 낮은 앱실론 계급은 무한쌍둥이로 외모의 차이점도 없고 육체적 성장뿐 아니라 정신적 성장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건반사교육의 결과로 그들은 모두 행복하게 살아간다.

 조건반사 교육이란, 각자 미래에 해야 할 일에 대해 유쾌한 감정을 학습시키고 그 일에 방해되는 것들(자연에 대한 아름다움을 느끼는 감정 등)에 대해서는 불쾌한 자극을 함께 제시함으로써 그것을 혐오하고 피하도록 만드는 것을 말한다. 


 또한 이곳의 모든 사람들은 수면 시 교육을 받는데 이는 아기가 잘 때 반복적으로 사상을 주입하는 말들을 들려주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만인은 만인의 소유물이다.'와 같은 말을 수백 번 반복재생한다.

 그 내용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이곳에서는 한 명과의 깊은 사랑을 지양한다. 결혼도 없고 아버지와 어머니 역시 없다. 만인은 만인의 소유물이어야 하는 '공유'라는 가치를 중요히 여긴다. 또한 모든 사람이 고독할 수 없으며 행복하다. '안정'된 사회이기 때문에 불안정에서 오는 모든 가치들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로 셰익스피어, 성경 등은 금서가 되어 아무도 읽지 않으며 만일 읽게 되더라도 그 내용에 공감하지 못한다. 이곳에는 노화도 없다. 생식선 호르몬, 젊은 피의 수혈, 마그네슘 염류... 인간을 늙지 못하도록 만들고 죽음에 대한 슬픔도 없도록 교육한다. 가끔 행복이 깨어질 때에는 언제든 도피할 수 있는 소마라는 완벽한 물질과 함께 휴일을 가지도록 권고한다. 


 그러나 이런 곳에서도 돌연변이는 있기 마련이다. 


버나드는 육체적 결함이 있다. 같은 계급의 다른 사람들보다 왜소한 육체를 가지고 있어 그로 인한 열등감 때문에 고독을 느끼며 외로움을 느끼고, 자신 빼고 모두가 행복한 이 사회에 대해 의구심을 점점 키워나간다. 어머니의 존재가 사라지면서 우리에게 어떠한 결핍이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것들.

반대로 헬름홀츠는 지나친 지적 능력을 가졌다. 때문에 모두가 소마를 먹어도 소마를 먹지 않고, 시 구절을 써 내려가며 문학을 즐기고 싶어 한다. 그는 정신적 과잉으로 인한 고립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곳의 여자들은 많은 남자들과의 관계를 맺고 마치 그것만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는 듯이 군다. 

레니나는 처음에 헨리와의 관계만 맺으려 했으나 주변의 권유에 따라 '공유'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여러 남자들을 만나다가 최종적으로는 버나드에게 다가간다. 


 어느 날 레니나와 버나드는 '야만인보호구역'을 구경하러 떠난다. 야만인 보호구역은 문명이 닿지 않는 곳으로 인디언들이 살고 있으며 청결하지 못하고, 아직까지 신을 믿으며 제물을 바치는 의식 등 과거의 것들을 보존하고 있다. 그곳에서는 어머니의 배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살아간다.

 야만인 중에도 그들 사이에 온전히 섞이지 못하는 또 다른 돌연변이인 린다와 존이 있었다. 린다는 베타계급의 문명인이었으나 어떠한 이유로 임신을 하게 되어 야만인 보호구역으로 오게 되었고 이곳에서 아들 존을 낳았다. 그녀는 평생 고향을 그리워하며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소마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녀의 아들 존은 어머니의 이야기 속 세계와 자신이 자라난 곳 중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외톨이로 살아가고 있었다.

버나드는 그곳에서 그들을 데리고 돌아오기로 결심한다.




2. 생각하기

 개인적으로 책의 후반부에서 존이 총통을 만나 하는 이야기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는 셰익스피어를 논하고, 종교를 논한다. 아름다운 것들을 향유할 권리를 원하고, 자유로이 살 권리를 원한다. 

 총통은 사람들은 불안정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들이 필요 없으며 이는 안정을 얻기 위한 대가였다고 말한다. 이들은 자유라는 것을 모르기에 자유를 원하지 않으며, 일을 하며 그 일을 즐거워하도록 교육되었기에 항상 행복하다고 말한다. 계급제에 대해서도 다양한 연구결과 최적의 인구는 빙산의 형태를 띠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결국 모든 인간들은 각각의 병 속에 살고 있음을 인정한다. 

 여기서 총통이 말한 '섬'의 의미가 좋았다. 다행스럽게도 섬이라는 곳이 있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유배지로서의 의미보다 각자의 성장을 위한 자유로운 공간으로서의 섬. 


 이 사회가 문명사회라고 하나 내게는 오히려 더 동물적인 원시적인 사회로 보였다. 스스로의 힘으로 사유하지 못하고, 조건반사를 통해 학습된 것들로 이루어진 삶이라니. 동물을 훈련하듯이 인지하지 못하는 신생아 시절부터 훈련되어 각자의 병 속에서 살아가는 삶. (여기서 조건반사라는 심리학적 개념이 사용되었는데, 이는 행동심리학에서도 고전적인 개념으로 인간의 자유의지를 무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작가는 이를 활용해서 작품의 비판적인 의도와 희화적인 분위기를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한 듯하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일지라도 모두가 행복하다면 그게 더 삶의 질이 좋은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잠시 했다. 정말 저곳이 유토피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나는 다채롭고 강렬한 감정을 느끼는 것보다 잔잔한 감정 속의 평온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있고, 대가가 필요할지라도 나의 삶을 살아갈 '자유'가 있는 사람이기에 결론적으로는 저곳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이 내가 내린 답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항상 궁금해진다. 내가 저 사회 속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었다면 평범한 대다수의 사람처럼 순응하고 살아갈까, 아니면 버나드나 헬름홀츠처럼 돌연변이가 되어 무언가 변화를 꿈꾸게 될까?


 이 책은 반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소설이라고 소개된다. 최근 읽었던 다른 디스토피아 소설들은 보통 재난으로 폐허가된 도시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이 책은 그런 것들과는 느낌이 많이 달라서 읽으면서도 꽤나 충격적이었다.

 단순히 유토피아와의 반대라는 의미에서의 반유토피아가 아니라, 터무니없는 이상향을 추구하는 유토피아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의미가 담긴 반유토피아 소설이라 생각한다.




 3. 물음표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당신은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인간적인 가치를 지킬 것인가,
새로운 문명을 얻을 것인가?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할 기회를 얻을 것인가,
소마를 사용하여 행복으로 도피할 것인가?










 억제된 충동은 넘쳐흐른다. 범람하는 것은 감정이며 격정이다. 심지어 그것은 광증이다. 그 물살의 힘과 제방의 높이가 견고성에 좌우된다. 가로막지 않은 강물은 지정된 수로를 평온하게 흘러가서 평온한 행복에 당도한다. 
 "어떻게 꺼릴 수가 있겠어. 다른 계급이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조차 그들은 모르고 있는 거야." 
 "나는 그냥 나대로 있고 싶습니다. 울적한 나대로가 좋습니다. 아무리 즐거울지라도 타인이 되고 싶진 않습니다." 
 "개인이 감정을 가지면 사회는 동요하는 법이에요." 레니나가 확신에 차 말했다. "사회가 좀 동요하면 어떻습니까? 그러지 말아야 할 이유라도 있습니까?" 
 "남들과 다르면 누구든지 외톨이가 되지 않을 수 없어요. 사람들은 그에게 잔인하게 대하게 되지요." 
 "행복이란 아주 귀찮은 주인이야. 사람이 행복을 아무 말없이 받아들이도록 훈련되지 않은 경우에는 진리보다도 더 섬기기 어려운 주인이야."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합니다." .. "저는 그 모든 것을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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