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아프리카여행을 다녀온 지도 벌써 1년이 훌쩍 지났다. 여전히 우린 종종 아프리카를 떠올리며 낄낄거린다. 아프리카는 아이와 공유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훗날 아이 또는 내가 다시 아프리카를 다른 방식으로 가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와 지구 반대편 낯선 땅을 여행하며 보냈던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금도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진다.
물론 마냥 좋기만 하진 않았다. 신혼여행을 가도 다투고 친한 친구들과 가도 싸우곤 다시는 안 간다 하는 게 여행이지 않은가? 24시간을 붙어있어야 하니 아무리 가족이어도 힘들기 마련이다.
아이와 지낸 한 달 동안 내가 아들을 데리고 여길 왜 와서 사서 고생을 하고 있나 하는 순간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사실 아이보다는 나의 민낯을 대면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한국에선 여전히 귀한 망고를 아껴 먹을 땐 에스와티니에서 한 봉지 가득 담긴 애플망고를 한화로 오천 원에 사서 몇 개씩 까먹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비가 많이 오던 여름밤 천둥번개가 치면 아들은 잠비야 밤하늘에서 마치 영화처럼 연속으로 치던 번개를 떠올린다.
타자라기차에서 2박 3일 보냈던 시간이 엄마는 가장 힘들었는데 아들은 아프리카여행 중 가장 좋았던 순간 베스트 3위안에 언제나 타자라 기차여행을 손꼽는다.
명절 귀성길 행렬에서 기약 없이 고속도로에 꽉 막혀있을 땐 예전 같으면 한숨이 먼저 나왔을 텐데 지금은 “아휴 아프리카에선 12시간 차 타는 거는 기본이었는데 뭐 대한민국에서 4-5시간 가는 거는 일도 아니지”라고 하면 뒷좌석에 앉은 아들이 맞장구를 친다. “ 맞아 엄마 제일 짧은 버스가 그나마 7-8시간이었어”라고.
누군가 아들과 아프리카여행 추천하시겠습니까?라고 묻는다면 별 다섯 개로 추천하고 싶다. 아프리카에서 관광객을 그저 돈으로만 여기는 장사꾼들에게 속아 넘어가기도 했지만 실은 따뜻하고 넉넉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났기 때문이다.
타자라기차 화장실에 깜빡 핸드폰을 놓고 나오는 바람에 당황한 내게 핸드폰을 찾아준 친절한 잠비야할아버지!
케냐 체자체자를 방문할 때 동행해 준 친절한 우버택시기사아저씨! 체자체자 아이들에게 간식이라도 사주고 싶어 마트에 갔을 때 내 카드가 결제가 안되어 당황했는데 선뜻 돈을 빌려준 우버아저씨는 지금도 생각난다.
아프리카를 다녀왔다고 해서 아이가 확 바뀌거나 하진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아이의 시선과 마음의 그릇이 더 넓어졌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그릇 안에 더 너른 세상이 담기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