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하기 싫은 게 뭐야?라고 물으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달리기!!라고 대답했다.
싫은데 이유가 있나? 싶지만 굳이 이유를 꼽아보라면 잘 뛰지 못하니 달리는 건 영 재미가 없었다.
초등학교 때 우린 체육시간에 종종 달리기를 해야 했다. 석회가루로 새하얗게 금을 그어놓은 출발선에 반 친구들 여덟 명이 나란히 섰다.
선생님께서 총을 든 손을 높이 올렸다. 정적이 흐르는 그 몇 초사이에 긴장했는지 주먹 쥔 손엔 촉촉하게 땀이 배이고 바짝바짝 마른 입술에 침을 발랐다.
탕
총성이 울리자마자 내 옆에 섰던 아이들이 총알같이 튀어나갔다.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고막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호루라기를 불거나 그냥 손을 들어 올려도 되지 않았을까?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열심히 달렸다.
하지만 내 옆에 서 있던 친구들은 모두 결승선에 이미 도착한 상태였다. 총성이 울리자마자 튀어나가야 하는데 그 소리에 놀라 뒤늦게 나간 데다 가뜩이나 느린 나는 한참이나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한참뒤에 결승선에 들어간 나는 숨이 턱까지 차올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제일 마지막에 들어오는 사람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그때 제일 먼저 결승선에 들어온 친구가 기뻐하는 모습과 그 친구를 부러워하며 둘러싼 친구들의 모습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운동신경이 없는 나는 달리기만 했다 하면 꼴찌를 독차지했다.
중학교 2학년때인가?
봄 체육대회를 앞두고 계주선수를 뽑는다고 반이 시끌시끌했다. 체육부장인 친구가 내게 다가오더니 하는 말
“야 너 잘 뛰게 생겼는데? 너 계주 나가자” 하는 게 아닌가?
내가 잘 뛰게 생겼다니…
풉
나는 어이없어 웃음이 터져 나왔다.
‘너 내가 뛰는걸 못 봤구나?‘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잘 뛰게 생겼다고? 그럼 한번 뛰어볼까? 혹시 알아? 내가 진짜 잘 뛸지도 모르잖아?라는 배짱이 왜 없었을까? 싶다.
그때 난 메타인지가 너무 잘 된 걸까? 아니면 자신감이 없는 극 소심한 아이였던 걸까?
그 후로
나는 못 뛰는 아이라고 나 스스로가 규정해 버리니 달리는 건 정말 죽어도 싫은 일이 되어버렸다.
나는 세상에서 달리는 게 제일 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