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아파트 뒷문으로 나가면 바로 공원이다.
아이가 어릴 땐 잠자리채를 챙겨 들고나가 해가 지도록 잠자리며 메뚜기, 사마귀를 잡았다.
어느 날은 실컷 연을 날리고 어떤 날은 실컷 공을 찼다. 이제 아이가 학교 가기 위해 문 밖을 나서면 나는 서둘러 운동복을 챙겨 입고 공원으로 나간다.
나는 무작정 걸었다. 전망대며 둘레길, 길 건너 맨발 걷기 하는 황톳길까지.
지독히도 싫어하던 운동을 누가 시키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건
나이 들면서 급격히 떨어진 체력 때문이고
더 나이 들어 허리굽은 어른으로 살고 싶지 않아서였다.
처음엔 걷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리고 내가 대단한 일이라도 해낸 것 마냥 뿌듯했다.
전망대라도 올라갔다 내려온 날은 오늘 하루치 운동 다했다 싶은 기분까지 들었다.
거의 매일 걷다 보니 늘 비슷한 시간에 마주치는 사람들의 얼굴이 반가워졌다.
뇌병변 후유증으로 지팡이를 짚고 불안 불안하게 걷는 할아버지.
이어 팟을 끼고 매일 힘차게 달리는 청년.
사람들뿐이 아니었다.
겨우내 비쩍 마른 나뭇가지를 뚫고 힘차게 얼굴을 내민 파릇한 움.
봄을 온몸으로 환영하며 흩날리는 벚꽃 잎.
한여름 새벽녘 위로하듯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한줄기.
떨어지는 낙엽들 사이로 마지막까지 불태우며 뽐내는 단풍.
매일 같은 곳을 걸었지만 매일 달랐다.
이른 아침 진한 숲향이 배어 있는 시원한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기라도 하는 날이면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그렇게 쏟아지는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걷던 어느 날
나도 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몸으로 하는 건 영 소질이 없으니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뛰는데 무슨 자격증이 필요한 건 아니잖아? 아프지 않은 두 다리가 있다면 뛸 수 있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뛰기 시작했다. 2025년 1월 겨울 공기는 시리도록 차가웠지만 햇살이 따뜻한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