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을 땐 그 흔한 와치도 러닝화도 없었다.
뭐든 장비빨인데 그거 따라 하다간 정작 중요한 운동이 뒷전으로 밀릴 거 같았다.
나는 운동복만 챙겨 입고 나왔다.
그런데 막상 뛰려니 뭔가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뛰기 전에 스트레칭과 준비운동이 필수라고 얼핏 유튜브에서 본 것 같긴 한데 등교하는 아이들이 지나다니는 길에서 스트레칭하기가 왠지 민망했다.
‘마라톤을 할 것도 아닌데…’
소심하게 기지개만 쭉 켜주고 가볍게 제자리 뛰기 한 후에 달리기 시작했다.
5초 남은 초록신호 앞에서도 다음 신호에 건너지 뭐 하면서 죽어라 뛰기 싫어하던 내가 스스로 달리다니…
뛰면서도 내가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하지만 얼마 못 가서 호흡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헉
헉
헉
헉
너무 숨이 차서 도저히 뛸 수가 없었다. 멈춰 서서 한참 동안 숨을 고르는데도 호흡은 진정되질 않고 다리는 천근만근이다.
‘야! 아무리 처음 뛰어도 한 2~3킬로는 달리고 쉬어야지 고작 1킬로도 안 뛰었는데 걸으면 어떡하냐?’
내 안에 나를 질책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역시 난 운동이랑은 안 맞아 ‘
시무룩해져 있던 그때 내 안에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야 처음인데 이만큼 뛰었으면 잘 뛴 거야. 너 고등학교 때 기억 안 나냐? 체육시간에 오래 달리기 했잖아? 그때 넌 800m 달리고는 무슨 마라톤 풀코스 완주한 사람처럼 들어와서는 쓰러졌잖아? 그래도 오늘은 800m를 단숨에 뛰었네. 대단하다 ‘
생각해 보면 고등학교시절에도 나는 저질체력 소유자였다.
체육선생님도 내가 걱정되었는지 출발선에 선 나에게 완주만 해 알았지?를 몇 번이고 반복했다.
마지막 한 바퀴가 남았을 무렵 숨은 턱밑까지 차올랐고 다리가 풀렸다.
앞서서 이미 달리기를 마친 아이들의 응원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정신도 가물가물하고 눈이 막 감기기 시작하는데 체육선생님의 목소리가 운동장에 쩌렁쩌렁 울렸다.
“야! 눈 떠”
내가 너무 지친 나머지 눈을 감고 달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결승선에 들어왔는지도 기억이 안 났다.
그래도 다행히 보건실에 실려가진 않았다.
두 번째 목소리를 듣고 나니 축 처졌던 어깨가 펴졌다.
‘그래 뭐 내가 대회를 나가는 것도 아닌데 숨차면 걷다가 또 뛰면 되지 ‘
이렇게 마음먹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나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