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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성우 Oct 22. 2023

좋은 사람들이 만드는 현수막 이야기 1

1. 이 힘든 세상, 그래도 웃을 수 있는 건 ...

 나는 지난 2019년 1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약 4년 동안 ⌜대구지역 등대지기 모임⌟의 회원들과 함께 현수막 활동을 하였다. 수십여 개의 현수막 문구를 만들었던 과정들이 열다섯 가지 가치 덕목을 잘 실천한 사례가 되기에 여기 소개하고자 한다.


  나는 2018년을 마무리하면서 새해 계획을 하나 세웠다. 지금까지의 잘못된 교육 현실을 찾아내고 대안을 마련하여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기 위해 교육 관련 현수막을 만들어 대구 시내에 걸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리고 이 현수막에 넣을 좋은 문구를 대구지역 등대지기 모임의 회원들과 함께 만들었다. 

  평소 생각해 오던 것 또는 교육과 관련하여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일들이 생길 때면, 이를 짤막하게 정리해서 단톡방에 올리고 이 내용을 읽은 등대지기들이 자신의 생각을 번갈아 올리면서 자연스럽게 토론을 하였다. 때론 공감하고 칭찬하고, 때론 비판도 하면서, 또 이 비판을 수용하면서 다 같이 마음을 모아 더 나은 문구를 창조해 냈다. 그 과정 속에 공감, 감사, 창의성, 비판적 사고, 소통, 협업, 기개, 지속적으로 배우려는 태도 등의 여러 가치들이 훌륭하게 발현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문구를 현수막에 담아 매주 토요일마다 대구 시내 거리 여러 곳에 걸었다.

 

  다음에 이어지는 ⌜현수막 이야기⌟에는 지난 4년 간 만들었던 수많은 현수막 중에서 여섯 개를 고르고, 이 현수막들에 담긴 하나하나의 문구들이 만들어지기까지 단톡방에서 나누었던 대화 내용을 담았다. 그리고 대화들은 수정 및 편집을 거의 하지 않은 그대로이다. 여러분도 읽으면서 좋은 사람들이 만들어 낸 좋은 이야기들에 재미와 감동을 느껴보고 아울러 좋은 가치들을 새겨보기 바란다.     


 아래 사진이 바로 첫 번째로 소개할 현수막이다!


  현수막 이야기의 첫 번째는, 코로나 19 때문에 온 국민이 힘들게 지내는 때에, 한 원생의 어머니께서 좋은 글귀를 하나 주셔서 제작한 응원과 위로의 문구로 시작한다.    

 

20년 8월 24     


- 이 힘든 세상, 그래도 웃을 수 있는 건,

  엄마, 아빠 덕분입니다!

  선생님 덕분입니다!

  얘들아! 너희들 덕분이다!     


  위 문구는 어떤가요?  우리 원생 부모님 한 분이

  “덕분입니다.”를 주제로 현수막 문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하셔서 위처럼 만들어 보았습니다. 

 의견을 주시겠습니까?^^                                        

                                                    성우쌤     


- 저도 “덕분입니다.”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헌데 조금 길어서. 

  생각해 볼게요.

                                                    영지쌤

     

- 좋은데요.~

                                                    진해쌤   

  

- 이 힘든 세상, 그래도 웃을 수 있는 건,

  엄마, 아빠 덕분입니다!     


  이 힘든 세상, 그래도 웃을 수 있는 건,

  선생님 덕분입니다!     


  이 힘든 세상, 그래도 웃을 수 있는 건,

  얘들아! 너희들 덕분이다!     


  이렇게 세 개로 만드는 건 어때요? 

                                                    진해쌤     


- 세 개를 다 만들 수는 없고요. 


  이 힘든 세상, 그래도 웃을 수 있는 건,

  엄마, 아빠, 선생님 덕분입니다!

  얘들아! 너희들 덕분이다!     


  이건 어때요?^^ 

                                                     성우쌤

     

- 좋아요.^^

                                                     진해쌤   

  

- 좋아요.^^

                                                     혜진쌤   

  

- 좋아요.^^

                                                     영지쌤    


- 너무 좋은데요. 읽기만 해도 힘이 납니다.

                                                     정하쌤 

    

- 위에 선생님을 빼면 길이가 보기 좋을 것 같은데요.

                                                     진해쌤   

  

- 선생님은 넣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성우쌤  

   

- 성우쌤은 

  엄마, 아빠! 

  선생님!  

  너희들!     

  이 세 주체를 다 같이 넣고 싶은 거군요.

  함께 이겨온 거라는 의미?

                                                     진해쌤 

    

- 예. 맞습니다.^^

                                                     성우쌤  

   

- 좋아요.~

                                                     진해쌤


- 우리 현수막이 게시되는 

  이곳 침산네거리를 지나가면서 보면 

  꼭 나만 아는 비밀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반갑고 좋고.~^^

                                                     영지쌤

      

- 성우쌤!

  오늘 동생이랑 통화하다가 

  침산네거리 지나가면서 

  성우쌤이 거신 현수막을 보았다고 하네요. 호호!

  반갑더라고요.~

  “차 타고 지나갈 때마다 누가 걸었을까 궁금했는데...”

  그러더라고요.^^

                                                      재은쌤 

    

- 반가운 이야기네요. 호호!

  저도 지인들에게 칭찬의 말을 자주 듣는답니다.^^

                                                      성우쌤  

            

  이 현수막은 연초부터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 극성을 부리던 2020년 늦여름 즈음 모든 사람이 힘들게 지낼 때 만든 것이다. 비대면이 일상화하는 가운데 단톡방에서 등대지기 회원들끼리 의견과 정보를 교환하며 매달 새로운 현수막 문구를 함께 만들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내가 가르치는 한 학생의 어머니께서 “덕분입니다.”를 가지고 현수막을 만들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였다. 그리고 이 학생의 어머니는 내가 평소 우리나라의 교육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응원해 주는 분이다. 


  이 현수막 문구는 힘든 시기에 우리 모두가 서로서로 힘을 북돋워 주고 응원해 주기 때문에 함께 이겨내고 있다는 감사와 격려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 현수막을 읽은 시민들이 작으나마 위로를 받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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