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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울림 Aug 27. 2024

중견과 중소 면접

생각나서 기록해 보는 면접 일기.


중견 기업은 구매직무의 면접이었다. 1차 2차 면접이 따로 있는데, 1차는 내가 사는 지역에서 보았고, 2차는 수도권으로 넘어가서 보아야 한다. 갈 길이 멀지만, 우선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고 하고 면접을 봤는데. 1차 면접을 붙었다.


중견 기업은 아무래도 규모가 크다 보니까, 면접 전부터 공부를 많이 했다. 뉴스 기사니, 회사 홈페이지니, 제품이니 뭐니. 엄청 했다. 규모가 큰 만큼 인터넷에 떠도는 회사 관련 자료나 정보가 많았다.

1차 면접까지 2주간의 기간이 주어져서인지, 잔뜩 여유 부리면서 회사에 대해 공부하다가, 면접 이틀을 남긴 새벽에 면접 질문 스크립트와 관련 스크랩 자료로 20장 이상을 작성했다.

항상 면접 예상 질문대로 나오진 않지만, 지원동기와 자기소개, 장단점 정도는 스테디셀러 질문인 것 같다.


면접 질문은 준비한 스크립트 대로 나오진 않았지만, 내 경험과 생각, 혹은 이야기 같은 걸 정리해 볼 때 스크립트를 작성해서 외워보는 건 도움이 되기에 면접 전에 연습해 보면 좋은 것 같긴 하다. 내 경험을 정리하고, 회사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바를 곱씹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하니까.


중견은 가서 필기면접을 보았는데, 난 쪽지시험 비슷 하거나, 인적성을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고, 회사에 대한 질문과 알 수 없는 중소기업 난센스 같은 질문지였다.

쓰면서 좋소 필기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어쨌든 주었으니, 했다.


마중 나온 인사 담당자는 친절한 편이었으나, 면접관들은 다소 굳어있는 인상이었다. 그리고 다행히도 난 인데놀을 먹은 상태라 전혀 떨리지가 않았다.


면접 전에 본부에 있는 다른 인사 담당자가 다대일 면접이라고 해서, 어느 정도 마음에 여유를 두고 갔는데. 가서 보니까 다대다 면접이었다. 심지어 두 명씩 들어가기로 했다가, 갑자기 전부 다 들어가라 그래서 당황한 채로 들어갔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 자기소개 순서가 좀 뒤에였다는 것. 앞 순서가 자기소개할 때 얼른 내 머릿속에 자기소개를 외웠다.


솔직히 신입을 뽑는 자리에서 들은 질문들은 너무 어렵고 별로라고 생각했다.

직무 경험이 없으니까, 쌓으려고 신입 면접에 온 건데. 지난주 내용이라 기억나진 않지만, 경험을 쌓을 기회를 주지 않으면 도대체 어디 가서 쌓으라는 거지?

속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가장 보스로 보이는 면접관 한 명은 면접 중간에 나가버렸다. 면접자가 모두 마음에 안 든단 뜻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직무 연관 질문은 많지 않았다. 그리고 인성 관련 질문도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적었다.


-본인이 직무에 적합하다고 느낀 이유?

-해왔던 경험 중 직무와 관련됐던 것?

-졸업 이후 취업까지 공백이 긴데, 이유는?


등등. 이런 내용들의 질문을 했는데, 내겐 크게 관심이 없어 보였는데.

1차는 덜컥 붙었다.


이어서 공통 질문들을 나열해 보자면,


-생산라인에서 다루는 원자재의 개수를 아는가?

-기업의 매출은? 당기 순이익은? 인원은?

-기업이 어떤 방향으로 성장하려는 지 아는가?

-제조업의 특성상 상명하복 문화가 있는데, 괜찮을지?

-면접은 면접자도 회사가 본인과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무턱대고 2차 면접에 응하지 말고, 충분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간절하게 이 기업에 와야 하는 이유가 있으면 말해보라.

-자사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회사에 대해 궁금한 것은?

-직무를 맡는다면, 어떤 업무를 수행하게 될지 생각해 보았나?


그보다 2차 면접에는 몇 명을 부른 걸까? 그런 의문이 든다.

그리고 요즘 같은 시대에 아직도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떼오라는 기업이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라고 생각했다. 고졸 전형도 아닌데, 생기부를 보나?

그런 부정적인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 나는 중소기업 면접을 보았다.

여기는 메일로 면접 일정을 알려줄 땐, 가벼운 커피챗 면접인 것처럼 전했는데. 막상 가서 보니 전혀 아니었다.

우선 지원자가 나포함 세 명이었는데, 모두 한꺼번에 면접을 보게 되었다.

둘은 중고 신입이었다. 같은 계열은 아니고, 한 명은 비슷한 계열의 계약직을 해 온 것처럼 보이고, 한 명은 전혀 다른 분야. 생각보다 면접자들 중에서 내가 제일 어렸다.


나는 말을 길게 하면 꼬이는 편이라서, 명료하게 질문에 답하고자 했는데. 다른 분들은 길게 길게 늘여서 대답하는 스타일들이셔서 그런가. 내 차례로 넘어올 때까지 자꾸 질문이 뭐였는 지 까먹을 뻔했다.

분위기는 스타트업 느낌과 공공기관 느낌이 나는 곳이었다. 그런데 가기 전에 자사 양식으로 다시 작성했던 이력서에 가족관계를 기재하는 것이 나와서, 개인 프라이버시 영역을 묻는 것 같아서 기분이 그리 좋진 못했다. 대외적으로는 복지도 괜찮아 보이고, 중소이긴 하지만 규모가 있는 강소기업이라서 이미지가 좋았는데. 그런 이력서 양식을 보니 기분이 약간 좀 그랬다.

요즘에도 이런 걸 묻는 이력서를 쓰는 곳이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달까.

그런 생각을 하던 와중에 중견 1차 면접 합격 소식과 함께 2차 면접 일정을 듣고, 고등학교 생활기록부 요청을 받았다.

공공기관과 보험사, 다른 중견에 지원했을 때는 들어보지 못한 청구 서류에 조금 황당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가족관계 기재가 다시 선녀처럼 느껴지는 효과가 있었달까.



-자기소개

-지원동기

-직무에 대해 잘 알고 있는가?

-무슨 일을 하는지?

-다른 사람과 충돌이 생겼을 때 해결한 경험?

-친구들에게 본인은 어떤 사람으로 보일 것 같은가?

-친구, 동료를 비롯한 사람들에게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소통에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

-자기계발을 위해 해온 것?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본인이 능동적으로 한 일?

-하기 싫은 일을 시킨다면?

-단기적인 목표와 장기적인 목표

-경력이 비어있는데, 이에 대한 질문

-소통에 있어서 강점이 있다면?

-본인의 장단점은?

-운전은 가능한가?

-학교는 통학이었는지?

-컴퓨터활용능력을  중급으로 표시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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