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네트워킹
군인이었던 필자가 전역하며 가장 아쉬웠던건, 그동안 쌓아온 많은 군 인맥이 이제 무용지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가끔 만나 소주 한 잔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은 남았지만,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거나 도움을 직접적으로 주고받을 이들이 급히 줄었다.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던 관계의 인적 네트워크를 군에 두고 왔다는 생각에 매우 막막했다.
* 인맥을 중요하게 생각하게된 계기는 중위때로 돌아간다. 갓 중위로 진급한 후, 한 달 가량 걸려서 사업 보고서를 수정해 겨우겨우 마감 기한을 맞춘 적이 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별거 아니었지만, 처음보는 엑셀 양식을 하나하나 역산하고 잘 모르는 예산 항목을 지침과 대조해 끙끙거리며 시간을 허비했다. 그 보고서가 제대로 안 풀릴 때 우리 함정 보급장에게 sos를 쳤다. 전화 몇 통으로 raw file을 수정하고, 금방 해결하는 과정을 옆에서 보며 적지않게 놀랐다. 잘 아는 선후배에게 몇 번 강제로 협조(?)를 구하고서는 일을 척척 정리하는걸 보고, 인맥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7년이라는 복무기간 동안 전화번호에 있는 직/간접적 군 관련 인맥만 700명 가량 되었다. 그들을 하나하나 인적 자산으로 여긴다면, 전역한 필자는 파산에 이른 것이다.
그래서 다시금 인맥을 늘려보려 했지만, 이런 고민이 생겼다.
장기적으로 함께할 인적 자산이 생겨야 하는데,
당장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을까?
필자는 갓 제대해 우왕좌왕하고 있는 30살의 신입사원이었고, 직장에서는 할 줄 아는 것보다 모르는게 많은 상태였다. 늘 새로배우고, 늘 새로워하는 상태였다. 굳이 비교하자면 갓 임관한 소위(?)처럼, 헛배운 상태다. 직장에서 필자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그래서 눈을 돌려 밖을 봤다.
그러던 중 *커피챗과 브런치를 접하게 되었다. 필자처럼 방황하는 이들도 있었고, 그 속에서 스스로를 담금질하며 꾸준히 우상향하며 성장하는 분들의 글을 읽게 되었다. 또한, 취준 시절 활용했던 커피챗 어플에서 필자와 같은 장교 전역자 멘토분들이 눈에 띄었다.
* 커피챗 : 누구든지 평소 궁금했던 조직의 현직자와 직접 음성으로 인터뷰 할 수 있는 플랫폼
회사 밖에 있는, 전역예정자는
나를 필요로 하지 않을까?
먼저, 지금까지의 여정을 정리한다는 생각으로 브런치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군에서 어떤걸 배웠고, 또 그게 사회에서 어떻게 도움이 되었으며, 앞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과정을 담았다. 또한, 조금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내 사람을 하나씩 만든다는 생각으로 멘토 활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처음 계기는 보훈부에서 마련해줬다.
여보세요? 전역장병 취준생 중에
노대위님과 같은 회사 지원자가 있는데
조금 도와주실 수 있나요?
그리고 2명의 지원자를 위해 면접 자료를 만들고, 몇 차례 통화하며 코칭을 시작했다. 처음 하는 멘토 역할은 다소 낯설었다. 그동안 쌓아온 자료를 정리해 최근 보도자료를 조금 반영했고, 동기들에게 물어물어 자료를 보충해 나갔다. 결론적으로 2명 모두 1차 면접에서 합격시키고, 또 한 명을 최종 합격시키며 자신감을 얻었다.
조금 나아가, 보훈부에서의 멘토링 경험을 발전시키고 조금 더 용기내서 커피챗을 시작하게 되었다. 내 사람을 하나씩 다시 만들어 나간다는 생각과 또 같은 처지에 있는 몇 년 전의 '나'에게 하고싶었던 말을 전한다는 마음에서 멘토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그 동안 부족한 글솜씨의 브런치를 보고 메일도 몇 차례 보내온 현역도 있었고, 또 커피챗과 보훈부에서 멘토링도 계속 이어나갔다. 그 때마다 부끄럽지 않은 멘토가 되기 위해 오히려 스스로 더 동기부여를 했던 것 같다. 도움이 간절한 그들을 도와주며, 오히려 필자가 정신도 바짝 차린 셈이다.
얼마전 '최종 합격소식'으로 지루한 회사 생활에 텐션을 준'새로운 인맥' 덕분에 훈훈한 한 주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내일은 함께 전역하며 각자 성공적으로 취준한 동료와 만날 예정이다. 새로운 인맥들과 함께 성장할 미래를 그리며, 그 과정 속에 있는 오늘을 기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