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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서방 Dec 14. 2024

[군인에서 민간인으ㄹ] 마지막 힘을 짜내

새로운 배움을 피하지 말자


마지막 일주일간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초반엔 발표자료 최종 제출을 위해 압박감 속에 ppt담당과 노심초사하며 보냈다. 그 후 발표일까지 남은 마지막 40시간은 새로운 역할에 몰입하며 고되게 보냈다. 발표자료의 마지막 바통을 넘겨받아, 사업 보고에서 발표자 K 씨와 호흡을 맞추어야 했다. 이러다 보니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새로운 무언갈 하며 보냈다. 몇 개월 전까지 군인이었던 나라면, 이처럼 적극적이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 기점으로 3개월 전엔 익숙하고 안전한 걸 추구하는 '해군간부 노대위'였기 때문이다. 눈에 띄거나 새로운 건 필자에게 기피 대상 1위였다.


* 사실 PPT 제작자가 맡아야 할 역할이었으나, 우리 팀의 그는 이미 지쳐 있었다. 마지막까지 P 씨가 자료와 논리 보강을 주장하였기에 PPT를 뜯어고치길 여러 번, 맘 졸이고 갈려나간 그였기에 더 많은 역할을 기대하긴 미안하고 어려웠다. 설상가상으로 우리 팀원 중 K 씨와 호흡을 맞추고 싶어 하는 사람도 나타나지 않는 눈치였다. 팀 내에서도, 그리고 같은 장교 출신이라는 면에서 감정적으로 나에게 의지하는 K 씨를 안고 가기로 결정했다.


팀장으로 있으면서 손이나 머리 어느 하나 놀리지 않았다. 외부 이해관계자와의 소통부터, 품의서 작성 등의 행정적인 일, 그리고 팀원의 면담까지 다양한 일에 집중했다. 다만, 프로젝트 내내 실무적으로 기여도가 낮다는 생각에 자존심이 상했다.


팀장 하느라 실무는 못했네..


프로젝트 초중반에는 이해관계자와의 소통과 조직관리 역할, 팀 그라운드 룰 만들기, 각종 보고와 품의서 작성 만으로도 과분했기에 다른 역할을 맡기 어려웠다. 그러다 중간발표를 기점으로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겨 두 가지 역할을 새롭게 맡았다.


1. 사업 발표 PPT 슬라이드 넘기기
2. 프로젝트 내 우리 팀의 성장 동영상 제작


1. 사업 발표 PPT 슬라이드 담당

사업 보고 내내 발표자와의 호흡을 맞추거나, 발표 후 임원진의 질문에 맞춰 대응할 자료를 순발력 있게 띄워야 했다. (내가 만들지 않았지만) PPT 자료는 거의 모든 페이지를 외우다시피 했고, 그 순서도 척하면 척 떠오를 정도로 외우고 또 외웠다.


2. 프로젝트 내 우리 팀의 ‘성장 동영상’ 편집

영상 제작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만져보는 프로그램, 처음 짜보는 영상 콘티, 처음 해보는 배경음악 선정 그리고 처음으로 해보는 시도 모든 것들이 낯설었다. 영상 프로그램을 개인 사비로 결제하고, 그동안 틈틈이 찍어둔 영상을 취합하고, 수십 곡의 노래를 들어가며 우리 팀에 어울리는 노래를 선정했다. 그 모든 순간이 새로운 도전과 배움의 시간이었다. 영상의 길이는 겨우 3분 남짓하는 시간이었으나, 필자는 처음 하는 영상 제작에 일주일간 30시간가량 공을 들였다.




돌아보면, 군인에서 민간인으로 바뀌면서 가장 즐거웠던 건 이런 새로운 배움의 기회가 많다는 점이다. 늘 하던걸 똑같이 하거나 알던 사람들만 보는 게 아니라, 새로운 걸 배우는 짜릿한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군인이었던) 내가 영상 제작을 어떻게 해!
(난 팀장이니) PPT는 만든 사람이 해야지!


마지막까지 이런 수동적이거나 방어적인 태도로 임했다면, 필자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을 것이다. 가장 안전한 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라 생각한다. 가만히 있으면 반은 간다는 말은 눈치게임인 사회생활에서 참 중요한 말이지만, 필자는 전역 후 어느 시점부터 이 말을 참 싫어하게 되었다. 비록 그 수준은 높지 못하지만, 적극적으로 마지막을 보낸 덕분에 간단한 영상을 제작하거나 PPT를 편집하는 기술도 익힐 수 있었다.



각종 사무적인 일들에 조금씩 기술이 쌓이니, 진짜 회사원이 된 것 같았다. 그동안 직업군인으로 한글과 컴퓨터 프로그램 하나만 만질 줄 알았던 보고서 원툴(?) 필자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엑셀과 워드, ppt, 그리고 영상편집까지 할 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입사 후 처음 알게 된 나와는 전혀 다른 동기들을 이끌고 신사업 프로젝트의 마지막 장까지 왔다.


그렇다면, 우리 팀의 다사다난한 신사업 프로젝트 결과는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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