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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에서 민간인으로] 성과와 사람

신사업 공모전, 무엇이 남는가?

by 노서방

신사업 공모전이 끝났다.


지루한 장마처럼 길었고, 뜨거운 여름을 더 뜨겁게 불태운 시간들이 찰나처럼 느껴졌다.


결과는 어땠을까?

아쉽게도 좋지 못했다.

그것도 임원진의 몇 질문에 처참히 깨졌다.


팀장으로서 결과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며 지금까지도 죄책감이 트라우마처럼 남는다. 우여곡절 속에 막을 내렸지만, 가끔은 아직도 그 속에 아직 갇혀있다고 느낄 정도다. 공모전 결과 발표와 팀원과의 갈등을 빚었던 그 순간을 상상하면, 조바심과 불안감이 다시 솟는다. 팀장이 부족했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그러지 않으려 해도, 감정이란 게 마음대로 되지 않게 생겼나 보다. 최근에도 공모전을 생각하면 고생한 팀원에 대한 미안함이 불현듯 생기며, 아무렇지 않은 척 괜히 안부연락을 하곤 한다.


다만!


그날의 죄책감이 나에게 결국 나빴을지 돌이켜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군인이던 내가 무사주의였다면, 이제부터는 성과주의 회사에 있다는 걸 잘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 돌이켜보면, 신입사원 연수 기간 중 첫 한 달 동안 소극적으로 임했던 건 내성적인 성향 때문이 아니라, 여전히 군인일 때의 습관이 남아서였기 때문이었다.


회사는 성과를 남겨야 한다


이 간단한 명제를 공모전이 끝나고서야 알게 되었다. 꼭 실패해야 정신이 차려지고, 선명하게 깨닫는 사실들이 있나 보다. 나는 더 이상 군인이 아니었고, 하루하루 치열하게 무언가 쌓아 올리고자 안락한 군인의 길을 박차고 나왔으니 말이다. 두 달가량 공모전 기간에 하도 많이 야근해서, 오히려 첫 발령지에서 주 60-70시간 근무시간이 짧게 느껴졌다.


이 깨달음은 이후 첫 발령지에서의 모멘텀이 되었다. 조용하게 치열한 자세로 고요 속에 폭풍을 마음에 품으려 계속해서 노력했다.


x친놈처럼 일만 하지 말고
가끔 밖에 나가 햇빛도 보고 그래라.


첫 발령지에서 두 달 정도가 지나고서 부서장님이 했던 말이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새로운 업무를 배우려 노력했다. 배운 건 메모하고, 메모한 건 익히고, 익힌 건 끝내 조금이라도 개선하려고 부단히 고민했다.


분명한 건 성과주의 하나만큼은 공모전이 남겨줬다.




그리고 또 하나, 공모전은 사람을 남겼다.



팀장을 맡은 덕분에 같은 팀원부터, 다른 팀의 팀장들까지도 교류가 없던 동기에게도 발을 넓힐 수 있었다. 또한, 코칭스태프를 자처한 선배들과도 인연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새 끈끈한 동기애 속에 절친한 사람도 생겼다.


‘고생을 제일 많이 한 팀’이라는 타이틀


그리고 그 팀의 장을 맡았다는 타이틀 덕분에, 많은 동기들로부터 쉽게 동정표(?)를 받았다. 내성적인 필자에게 공모전은 친목의 매개체가 되며, 결과적으로 이득이 아니었나 싶다.




결국 공모전은 필자에게 두 가지를 남겼다.

성과주의라는 불씨와 사람이라는 자산. 그리고 그 끝에서 필자는 진짜 민간인이 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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