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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서방 Nov 30. 2024

[군인에서 민간인ㅇ] 결정하고 추진할 때

역할 재분배와 리프래쉬

우리 팀의 한계, 그리고 부족했던 계획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회사는 군과 다르게 운영과 유지보다 성과가 더 중요했고, 단순 조직 관리가 아닌 새로운 산출물을 내야 할 상황에 놓여있었다.



평화로운 현상 유지와 무사고를 목표로 하지 않고, 약간의 위험과 갈등을 감내하더라도 결과물을 내야 했다. 단순히 사업보고서 외에도 팀별 영상 제작, 발표 PPT 제작과 디자인 등 쏟아지는 일을 감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PPT 잘하시는 분?”
“영상 제작 해보신 분?”
”발표하실 분? “


공허 속에 질문을 던질 때마다, 고맙게도 1명씩 본인의 특기에 따라 역할을 찾아 나갔다. 그리고 역할이 정해지지 않은 사람을 ‘서포터’로 붙여주곤 했다. 다만, 여기서도 K 씨는 책임질만한 역할을 잡지 못하곤 했다. 약간 겉도는 듯한 인상을 주며 팀의 중심부에서 멀어져 갔다. 하필이면 자리도 가장 바깥쪽이라 그의 발언은 잘 전달되지도 않았고, 나중에는 스스로 눈치챘는지 온종일 몇 마디 하지 않고 홀로 컴퓨터만 바라보기도 했다. 그에게 역할을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필자는 이때까지도 애써 외면했다.


이 친구에게 뭘 시켜야 할까?


적극성을 기대하기엔 이미 수동적인 태도로 고착된 그의 ‘쓰임’에 대해 고민하던 차에 이슈가 터졌다. 발표자의 폭탄발언이 있었다.


팀장님. 저 발표 안 하고
다른 역할 하고 싶어요!


이유를 듣자 하니, 팀의 비효율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과 현재 병목현상이 생기는 로직구성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의견이었다. 발표는 마지막 3일만 기여하지만 로직이나 자료조사는 지속적으로 역량을 집중시킬 수 있다는 그의 말이 충분히 납득 가고, 또  마지막 한 명, K 씨를 발표자로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K 씨는 종종 이런 말을 했다. ’ 평소에 이런 프로젝트 있으면 늘 발표했었어요. 근데 이번엔 제가 없어도 할 사람이 많겠네요.’ 그의 말이 아쉬움이었던 건지, 허세였는지는 중요치 않았다. 역할을 찾지 못하던 팀원에게 모두에게 드러나고 중요한 발표자를 맡길 수 있다면 팀원들의 불만이 수그러들지 않을까 기대됐다. 필자는 K를 불러 설득하고 또 설득하며, 그가 발표자로 잘할 수 있을 거라 했다. 반나절 간의 구애 끝에 그는 스스로 발표를 맡으리라 이야기했으며, ‘일하지 않는 사람’은 공식적으로 우리 팀에 없게 됐다. 드디어 역할 분배가 끝났다.




그다음 필자가 신경 쓴 건 팀원들이 회의실과 사무실을 벗어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신사업 기획전이었지만, 공식적으로 우리는 연수 기간 중이니 대부분의 시간을 한 방에서 함께 보내곤 했다. 처음엔 이야기할 것도 많고 열띤 토론도 했지만, 점점 말수는 줄어들었다. 활력을 잃고 재미도 없는 땅파기만 하는 중이었기에, 새로운 자극을 주고자 유도했다.



우리는 사업 운영 현장의 직접 경험과 지식과 같은 간접 경험 모두 부족한 신입사원이기에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부족함을 보완해주고 싶었다.


먼저, 간접 경험을 위해 궁금한 게 생기면 메일을 보내거나, 사내 메신저를 통해 물어볼 수 있도록 실무자를 연결해달라 코칭 선배님들에게 부탁드렸다. 적극적으로 메일도 보내고, 입사 후 처음으로 사내 메일을 활용하기도 하며 새로운 즐거움이 쌓였다. 자문을 구하는 메일을 보내고, 또 답변을 기다리는 중에 설렘도 한 스푼 담기고 이후 답변이 오면 흥분한 마음으로 공유하며 작지만 즐거움을 주고자 유도했다.


그리고 각종 전시회나 외부 업체 인터뷰 일정을 잡고 또 품의서를 작성해 이벤트를 추진하며, 직접 경험과 현장의 목소리를 축적해 나가려 했다. 인터뷰를 다녀온 팀원들은 또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존 보고서의 보완점을 구상하는 긍정적인 작용을 해주었다. 무언가 진행되기 시작하고, 한 고비를 넘어선 듯했다.


시간은 흘러 중간발표일. 각종 야근과 외부 이해관계자의 크리틱을 모두 이겨낸 우리 팀은...

모두의 예상을 뚫고 6개 팀 중 2등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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