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수 있는 건 위로뿐?
우리 팀은 작은 자극에도 쉽게 무너지곤 했다.
우리가 함께 만든 자랑스러운 사업 아이템은 외부의 시선과 평가에 지나치게 휘둘려 색깔을 잃곤 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우리 스스로 사업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게 아닐까 싶었다. 아이디어를 찌내고 짜내서 만든 걸 다듬어냈던 ‘내 새끼’라고 생각하면 믿어주었어야 하지만, 프로젝트 내내 그러지 못했다. 팀장인 나부터도 마음속에서부터 여러 차례 흔들렸다.
피드백을 받은 후 팀웜에게 확신을 심어 주기보다 사람들의 불안한 마음을 듣고 위로하는데 그치곤 했다. 뒤늦게 회고해 보면, 필자는 많이 부족하고 벅찼다. 매일같이 있던 20분여간의 아이디어 브리핑 후 대차게 까이고 눈물을 흘리는 팀원을 위로하는 데에 에너지를 다 소진했었다.
과제에 대한 평가였지만, 자신에 대한 평가로 생각했는지, 아니면 그만큼 진심으로 프로젝트에 임했는지 지금도 F동기의 눈물의 이유를 알 수 없다. MBTI가 극 T인 나로서는 이해하진 못했지만, 수습은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공모전 내내 프로젝트 코치의 혹독한 피드백이 있었고, 하루는 전달력의 문제로 모든 아이디어가 drop 되었다.(지나치게 미괄식으로 보고하는 바람에 코치의 짜증을 유발하며, “뭔소리인지 모르겠으니 전면 재검토 하라”는 말을 들었다) 팀 내 분위기 역시 처참하게 떡락했다. 섣불리 말을 꺼내긴 어렵고, 발표 시 큰 실수로 자책하는 팀원도 있었다. 서로를 은근히 노려보는 눈빛과 책임을 추궁하는 듯한 분위기가 돌았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길을 잃은 것같은 우리 팀원을 독려하기 위해 필자는 황급히 카페를 찾아 빙수를 사가며 서프라이즈 해보며 분위기 전환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건 좀 먹혔다) 그저 이 순간을 모면하고 싶어 위로하기 급급했던 그때, 사실 필자는 팀원들의 마음속에 확신을 주기 위해 설득했어야 했다.
P씨도 여러분도 다 잘하고 있어요.
우리보다 이 과제에 몰입한 사람 없어요
자신감 가져도 됩니다.
각자의 역할을 다하면 돼요.
이 말을 일주일, 아니 하루라도 빨리 했다면 우리 팀은 더 좋은 결과를 만들지 않았을까.
스스로 확신을 갖지 못해 팔랑거리는 귀와 갈대 같은 마음은 내부적인 분열로도 이어졌다. 한 주말에 팀원으로부터 부재중 전화가 와있었는데, 다시 전화해 물어보니 불안함과 불만이 섞인듯한 목소리였다.
팀장님.
전 솔직히 K 씨가 뭘 하는지 모르겠어요.
누가 봐도 진짜 어렵지 않은 일을 시켰는데,
그 마저도 며칠간 안 하고 계시는 게 보여요.
아차. 올게 왔구나 싶었다. K 씨를 이야기하자면, 내겐 아픈 손가락 같은 사람이다. 나와 같은 장교 출신이며, 순수한 매력이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눈치와 공감능력이 다소 떨어진다. 그래서인지 팀에서 본인에게 어떤 걸 원하는지와 어떤 역할을 잡아야 할지 찾지 못해 겉돌고 있었다. 일처리 능력도 높지 않았는데, 가령 그는 이틀간 통계자료를 붙잡고 있으며 딴짓(?)을 했다. 그 통계 자료가 수익성을 판단하기에 중요해 모두가 기다리던 일이었으나, 어째서인지 K 씨는 일을 진행하지 않았다. (그때 팀원들의 채근이 이어졌고, 그 마저도 진행이 더뎌 기다리다 못한 필자가 나서 통계자료 작성을 반나절만에 끝냈다)
* 미움엔 미숙한 일처리와 수동적인 태도가 가장 큰 이유였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K에 대한 불만이 커진 건 지금 생각해 보면 탓할 사람이 필요했지 않았을까 싶다. 누군가 한 명 공공의 적이 있다면, 적어도 본인의 책임은 줄어들 수 있다는 마음도 있지 않았을까.
이러다가 따돌림으로 번지겠는데..
필자는 겉으로 의연하게 있었지만 속은 애가 탔다. 앞선 일화에서 이야기했듯 이 프로젝트에 임한 필자의 목표는 ‘갈등방지’ 하나였다. 내부 분열되는 순간 모든 프로젝트를 올스톱 하리라 모두에게 단언했기에 어쩌면 이때가 필자에게 가장 큰 위기였을지 모른다. 앞선 프로젝트 사전 설문조사에서도 팀원들은 1등에 대해 집착하지 않았기에, 프로젝트의 완성도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저 “안 싸웠으면..” 했다.
여기서 필자의 리더로서 한계가 여실 없이 드러났다. 직업군인으로 있을 때 필자는 성과를 내는 것보다 생존과 단결에 더 중점을 두고 조직을 이끌어나갔다. 그러다 보니 좋은 성과를 내는 팀장이 되지 못하고, ‘우리끼리 잘 지내면 되지. 역시 사람이 남는 거야’라는 안일한 마음이었다.
결국 회사에서는 성과가 안 나오면
단합이고 나발이고(?) 없었다.
그저 끝나지 않는 재작업과 야근뿐.
외부에서의 자극에도, 내부에서의 갈등에서도 서로 찢어지는 팀원들을 볼 때면 숨이 턱 하고 막히는 듯했다. 필자는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했을까? 다음 주부터 그 시도와 노력의 시간을 더듬어 회고해보려 한다. 거기에 필자가 군인에서 민간인으로 탈피하려던 노력이 녹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