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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서방 Nov 16. 2024

[군인에서 민간이] 팀 화합만이 답일까?

끝나지 않는 아이디어 회의

우리 팀의 아이디어 회의는 순조롭게 시작되었다.


그러나, 속된 말과 같이 첫 끗발이 좋다고 끝까지 좋지는 못했다.


당시 팀장으로서 필자가 예상했던 우리의 약점은 사업성이었다. 우리는 현업 경험이 없는 신입사원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이지 않은 뜬구름 잡는 신입의 사업기획이 대기업의 사업 공식과 조직 문화에서 수용될 리 만무하리라 걱정했다. 또한, 지난 사전 설문조사에서도 우리 팀원 성향에 창의적인 사람이 많다고 결론 내렸다.  


다행히도 공모전 참가 모든 팀에게 피드백 시간이 주어졌다. 이때, 현실성을 보완해 보자는 전략이었고 우리 팀의 첫 피드백 시간이 다가왔다. 그러나, 첫 피드백에 의외로 다음과 같은 평가를 받게 됐다.


상당히 현실적이고 당장 사업화 할 수 있다.
근데, 여러분의 아이디어에선
신입사원의 창의성이 보이지 않는다.


현실적인 접근법에 가점을 받고 창의성에서 오히려 좋지 못하다는 평가라니.. 나의 예상은 처음부터 빗나갔다.  우리 팀의 현재 위치와 팀원들의 성향에 대해 충분히 고려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우리 팀은 이후에도 여러 차례 '이 팀은 신입사원답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곤 했다.


현업에서 생각할 만한 접근법이다.
창의성이 어디 있는가?
이거 어디서 본 듯하다.


우리 팀은, 아니 나는 며칠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시간만 흘려보냈다. 신사업이 아니라 기존사업의 개선에 집중하는 우리를 발견하고서 일하는 방식의 변경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래서 패들릿을 접목해 봤다. 패블릿은 인터페이스가 심플하고 브레인스토밍에 좋다. 메모지를 뗐다 붙였다 하는 칸반보드를 활용하듯 보이는 화면에서 아이디어를 가볍게 시각화하기 좋다는 판단에서였다.



다행히도 잠깐동안 우리의 아이디어는 폭발하듯 나왔고, 그 덕분에 부족한 창의성이 채워지는 듯했다. 브레인스토밍을 하듯 엉뚱하지만 재밌는 아이디어가 종종 나오고 분위기가 좋아지지 시작했다.


늘 drop(아이디어 폐기)되던 우리에게 처음으로 keep(보류) 아이디어가 나오고, 분위기는 다시 선순환을 달렸다. 애초부터 agile방식의 자유롭고 책임감 있는 조직을 지향했고 역설했기에 각자가 최선을 다하면 되리라 생각했다. 안심이 되는 순간이었다.


휴.. 한 고비 넘었나?

다만, 안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창의성이 끝없이 증가하기엔 개개인의 성향이 더 현실적인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잘 쓰이던 패블릿도 이후 사용 빈도가 감소했다. 이미 사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아이디어 정리 툴이 있었고, 어느새 패블릿과 사내 업무툴에 아이디어를 이중으로 기록하고 있는데에서 비효율성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패들릿에서 보장되던 아이디어의 익명성이 사라지고 서로를 평가하기 시작하니 위축되는 팀원도 발견되는 등 삐걱대기 시작했다.

또한, 아이디어의 빈익빈부익부가 생겼다. 누군가는 하루에도 몇 개의 사업 기획을 초안을 가져오는가 하면, 다른 이는 한 주에 하나도 버거워했다. 팀은 목소리가 큰 사람과 작은 사람으로 자연스레 나뉘고, 자연스럽게 일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으로 나뉘기 시작했다.


일의 분배 < 팀의 화합


필자의 실수는 여기서 다시 나왔다. 일을 안 하는 듯해 보이는(사실상 하고 있지만 성과가 안 나오는) 팀원과 소통해 다른 일을 나눠줘야 했다. 팀장이면 일을 나눠서 주고 또 피드백을 받을 줄 알아야 하는데, 우리 팀은 모두가 같은 일(아이디어 채굴)만 하고 있었다. 이때부터 필자는 '무얼 해야 하는가?'에 집중해야 할 때, '팀의 화합'에만 더 신경 쓰는 리더였다. 그리고 이는 눈덩이처럼 비대해져 몇 주 후 팀의 갈등을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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