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원은 어떤 사람들일까?
신사업 공모전 팀장이 되었다.
이제 막 입사한 따끈따끈 신입사원들이 하는 공모전이므로 힘을 빼도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만만치 않은 프로젝트라는 직감이 밀려왔다. 연수를 기획하는 부서 담당자는 시작부터 신입사원들을 압박해왔으며, 지난 기수들의 결과물을 보여주며 높은 퀄리티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강조했다.
이른바 창의성과 사업성,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길 바라는 것 같았다. 신입들에게 기업문화를 가장 잘 알려줄 수 있는 기회라는 말로 포장했지만, 처음부터 혹독하게 내부 경쟁을 시키는 것으로 보였다. 경쟁의 판을 깔아주고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챌린지를 주는 프로젝트였던 것이다.
이런 치열한 장에서 팀장 역할을 맡게 되며 부담감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으며, 까딱 잘못하면 내부에서 분열하기 딱 좋은 환경 같았다. 일명 '니 탓이니 내 탓이니'하는 책임추궁이 난무할 것으로 보여 두렵기도 했다. 군에서 큰 훈련 때마다 스트레스가 극심한 상황에서 하나씩은 터지던 내부 분열의 문제가 생길 것만 같은 직감이 들었다.
그러나, 앞으로 벌어질 우당탕탕 미래에 대한 의문점보다 앞선 건 사람들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필자의 군생활은 사람에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갖고 있는 타고난 재능이라곤 '사람 얼굴을 각인하듯 기억하는 것' 하나였던 필자는 군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모두 기억하곤 했다. 7년간의 군생활 후 진해 길을 걸어가면 '이 사람은 저번에 교육 때 만난 사람', '저 사람은 옆 사무실에 있던 분'이라며, 얼굴을 기억하곤 했다.
* 서로 마주했을 때, 한 번이라도 더 먼저 알은체 하며 살갑게 다가가니 주변엔 늘 아는 사람이 많았다. 쉽게 협조를 구했고, 또 효율적이게(융통성 있게, 또는 규정 외적으로) 일을 처리하곤 했다. 모두 사람에서 시작했고, 사람으로 끝났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이번 신입사원 공모전도 마찬가지로 사람부터 알아보고자 했다. 다만, 지금까지와는 달리 술자리나 개별 면담이 아닌 설문조사라는 걸 해보기로 했다. 군복무 시절 평균 50대의 구성원들과 어울리기 위해 술을 과하게 먹거나, 그들과 기나긴 면담(하소연을 3시간 정도 경청해 주는 등)을 통해 유대감을 쌓았다. 그러나, 이번에 신사업 공모전을 함께할 동기들은 나보다 나이도 어리고, 살아온 환경도 매우 달랐다.
설문조사를 준비하며 질문리스트를 정비했다. 팀원들의 공모전 목표와 성향, mbti부터 걱정되는 점을 모두 취합해서 보고 조직관리에 대한 책을 읽어보며 참고하기도 했다. 사람들의 이름을 외우며 주변에서부터 평판 조회를 하고 나이/성격/취향 등에 대한 성향을 기록해 나갔다.
비록 약소한 설문조사였지만, 사람을 알아가기 위한 기초조사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팀장으로서의 역할에 첫 발을 내디뎠다. 약소한 시작이었지만, 앞으로 어떻게 일할지 틀을 짜고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개시'하기엔 충분했다.
*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팀장 중 팀원의 개인적인 목표를 물어본 건 우리 팀이 유일했다고 한다. 시작은 좋았다는 생각에 안심했다.
설문조사가 끝난 후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기 위해 ppt를 준비했다. 설문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늘 그랬듯 내 리더십의 방식에 따라 팀장의 포지션을 '지원자'로 한정했다.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겠다고 말하며 첫 미팅을 마쳤다. 팀원들에게 일시적으로 믿음을 얻었지만, 내 내면은 여전히 불안함에 캄캄한 어둠 속을 헤매고 있었다.
권위는 없지만, 책임만 있는 팀장 역할... 과연 끝까지 잘할 수 있을까 고민이 가득해졌다. 필자는 과연 끝까지 잘하는 팀장이었을까?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우리 팀이 만난 풍파에 대해, 그리고 그 안에서 군인으로 살아오며 편협하게 바라본 필자의 한계와 또 배운 게 도둑질이라 어떻게 해서든 극복해 나갔던 위기에 대해 서술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