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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서방 Oct 12. 2024

[군인에서 민가] 전직지원금

일괄수령, 총 얼마일까?

여행 중 합격자 발표가 있을 거라 어렴풋이 예상했지만, 막상 최종 발표결과를 듣고서 정신이 없었다. 가장 먼저 아내에게 소식을 전하고 양가 부모님께 전화했다. 그리고 함께 취준 한 친구와 후배에게 연락을 돌리고 나니 갑자기 패닉이 왔다.


이제 뭐해야 하지?

일단 전역 여행을 중단하고 할 일을 리스트업 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필자의 고전적인 고질병 중 하나가 도지기 시작했다. 기쁠 때 기뻐하지 못하고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군에 있을 때도 좋은 성과를 내는 것보다 연속적으로 그 평판을 유지하는 게 더 어렵다는 생각에 마음속 조바심이 커지고 리스크를 줄이고 이슈를 대비하려는 마음이 극심해진다.


* 우리 부대가 전비우수부대로 선발되었다거나, 복지시설 경쟁평가 우수부대로 선발된 그날에도 기쁨보다 걱정이 앞섰다.


당시 작성했던 리스트는 대충 이러했다.

 

- 취준과 함께 병행 중이던 창업 아이템은 미루고,

- 투자 포트폴리오는 적금이나 배당주로 돌리고,

- 블로그 포스팅 주기도 주 1회로 줄이며,

- 근로계약서 작성 시 검토할 내용을 확인하며,

- 신입사원 연수 대비 준비할 게 있는지 체크하고,

- 아내 앞으로의 중장기적 가계 계획을 합의하고,

- (앞으로 시간이 부족) 양가 부모님과 식사를 하며,

- 입사한 회사와 관련 업계 동향을 다시금 살피고,

- 등등등





아참. 전직지원금!


떠오르는 생각을 하나하나 리스트업 한 게 30개 정도가 넘어가다 생각한 게 바로 며칠 전 신청한 '전직지원금'이었다. 전역 직후 신청한 전직지원금은 5년 이상 복무한 군인연금 비대상 제대군인이 6개월간 받을 수 있는 일종의 실업급여와 같은 지원금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오늘은 전역자에게 전직지원금을 꼭 신청하라는 당부의 말을 전하고 싶다.

보훈부 화면 캡처

중기복무(5-10년) 자원에게 월 50만 원, 장기복무(10-19.5년) 자원에게 월 70만 원씩 6개월간 지원한다. 직업능력개발비(1인당 150만 원까지 지원하며 수강료의 국비지원 비율 80%를 제공)와 병행해 어찌 보면 이 사회가 직업군인에게 주는 혜택이라 생각한다.


군에서 오래도록 고생했으니
밥 굶지 말고(전직지원금)
잘 배워서(직업능력개발비)
사회에도 이바지해라.


금액은 무척 귀여울 정도로 적지만, 혼자 식대로 아껴 쓰기엔 부족하지 않은 금액이다. 일반 재직자가 퇴직 후 받는 실업급여와 결이 비슷하다 느껴진다. (다만, 실업급여는 임금에서 일정 비율로 받기에 금액에 차이는 크다)




일시금 지급 신청으로 목돈 받자 


필자는 전역 후 3주 만에 취업하게 되어  일시금 지급 신청을 하게 되었다. 실업급여는 취업으로 바로 중단되는데 비해 전직지원금은 일시금 신청으로 이후 수령할 액수의 절반을 지급하게 된다. 6개월간 50만 원을 받도록 예정된 필자는 300만 원을 수령할 예정이었으나, 일시금 신청으로 150만 원을 수령하게 되었다.  


취업 후 전직지원금 일시금 수령으로 받을 수 있는 150만 원(최대)이 누군가에게 적은 금액일 수 있지만, 받지 못하면 아쉬운 금액이기도 하다.


창업자에게도 지급되는 금액이므로 대단한 자산가가 아니라면 예외 없이 모두가 신청하길 바란다. 전역 후 직보기간 이후에도 혼자만의 로딩(loading) 시간을 갖고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려 한다면, 무엇보다 돈이 필요하다. 전역하고 나면 시간은 차고 넘칠 정도로 많지만, 돈이 없어 여행도, 교육도, 취미 활동도 힘들 수 있다.


*극단적으로 교통비가 없다면 모든 곳을 걸어가야 하는데, 생활 반경이 좁아지면 보는 시각도 줄 수밖에 없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러니, 조금 귀찮아도 전직지원금을 신청하며 그동안 군에서 고생한 노고에 대해 보상받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런 당부를 전하는 이유는 내 입사 동기 L군(육군 장교 출신)을 비롯해 많은 선후배가 이 제도를 몰랐거나, 귀찮다는 이유로 신청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입사 동기 L군은 내가 적직지원금을 받는 날 이런 제도가 있는지 알았다고 한다. 나보다 1개월 더 먼저 전역한 그는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첫 달 50만 원 수령 후 125만 원 일괄수령 해 전직지원금으로 175만 원을 받을 수 있었는데 말이다.




다음은, 신입사원 공모전에 대한 장편의 글을 써보려 한다. 30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신입사원이 되어 참가한 공모전은 여전히 소프트웨어는 군인이었던 필자를 진짜 민간인으로 만들어준 결정적인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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