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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서방 Oct 19. 2024

[군인에서 민간] 제가 팀장을요?

이걸요? 제가요? 왜요?

지금 다니는 회사는 연수기간 중 신입사원의 아이디어 공모전이 있다.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이 처음 입사 후 세 달이나 되는 신입사원 연수도 놀라웠지만, 더 놀라운 건 그중 공모전이 두 달이나 된다는 점이었다.

신입이 사업 공모전을 두 달이나 해?


그래도 어쩌겠는가. 번거롭고 낯설어도 회사의 방침을 따를 뿐. 근데, 이 공모전에서 필자는 동기 10명을 이끄는 팀장을 맡게 되었다. 결정은 팀이 구성된 첫날, 빼도 박도 못하게 투표로 정해졌다.


* 이럴 거 같아서 연수 기간 중 최대한 조용히 있었는데.. 나이가 제일 많아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어느새 팀장이 되어있었다.


팀장을요?
제가요?
왜요?



해군 장교로 복무하며 7년간 늘 관리자이자 리더로 살아왔지만, 리더 자리를 선호하지 않는다. 자리가 부담되고, 자리에 대한 욕심도 딱히 없는 편이다. 또한, 살면서 한 번도 참여해보지 못한 공모전은 무척 낯설었다. 군에서도 각종 예산집행과 사업 운영은 해봤지만, 신사업을 기획하는 일은 달랐고 또 낯설었다. 게다가, 당시 한 달 전까지 군인이었던 필자와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민간인(?)들을 이끈다는 건 참 막막했다.


지난달 까지도 군인이었던 내가
신사업 공모전에서 팀장을 할 수 있을까?


공모전이란 건 대체 뭔지, 신사업이란 어떤 건지, 또 어떤 리더가 되어야 하는지 혼란스럽고 고민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 군에서 맡은 보직은 계급과 직책으로 말의 힘을 실어줬다. 업무분장이나 인사명령으로 이를 증빙할 수 있었고 책임과 권한을 함께 떠안을 수 있었다. 반면에, 일반 회사의 팀장은 어떠한가? 하물며, 이런 신입 공모전에선 권한은 없다시피하고 책임만 있다. 같은 신입끼리 또 동기끼리 권한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난감함과 당혹감에 사로잡혀있을 때 팀장들에게 각오의 한 마디 시간이 돌아왔다. 멋들어지게 각오를 이야기하는 동기들을 보며, 말주변이 없는 나는 머쓱해하며 불안한 눈동자와 함께 앞에 있는 마이크를 켰다.



아.. 저.. 그..하....(깊은 한숨)

* 당혹감에 마이크에 대고 깊은 한숨을 쉬어버리니 동기들이 빵 터졌다

네네 그러니까..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저는 팀원 간 갈등을 없애는데
모든 우선순위를 두겠습니다.


원치 않았지만 팀장이 되고 여러 고민을 가득 안고 퇴근해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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