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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서방 Jan 27. 2024

[군생활 잘하기] 성장의 기록(8)

에필로그, 그리고 당부

    연재물이 어느새 9편까지 왔다. 해군 장교로 지낸 7년, 그리고 7가지의 각기 다른 보직에서 겪은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전환시킨 이야기였다. 즉, 깨지고 터지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간 과정이 이야기다.

 

    군 밖은 더욱 변수도 많고, 아노미 같기도 하고, 군에 비해 여러 면에서 창의적이다. 그래서 어찌 보면 군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얻은 경험과 교훈을 적용하기에 다소 어려울 거라 생각한다.


    다만, 앞서 성장의 기록(1) 프롤로그에서 언급했듯이 군은 튜토리얼로서 매우 훌륭하다. 연습게임 없이 본게임에서 잘할 수 있지만, 그럴 실패의 가능성 또한 매우 높다. 인생이라는 긴 시간을 보면 늘 위기가 덮쳐온다. 그럴 때마다 휘청이고 큰 실패로 좌절한다면, 인생은 하향곡선을 그릴 것이다.



    내가 던지고 싶은 메시지는 결국 군에서 대단한 사람이 되어 나오자는 비현실적인 이상주의가 아니다. 미리 위기에 좌절하고 또 대응하는 법을 배워서 사회로 나오면, 조금 더 유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다. 모두가 겪는 동등한 위기의 상황에서도 적게 실패할 수 있고, 심지어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음을 알린다.   


    공교롭게도 내가 각기 다른 7개 근무지에서 빌드업한 기본기 7가지는 각각 가이드라인, 시간관리, 자원관리, 인력관리, 예산관리에 관한 내용이다. 이는 또한 PM(프로젝트 관리자)이 프로젝트 계획단계에서 유의해야 할 5요소다. 이런 기본기를 배울 수 있었다는 관점에서 볼 때, 군 조직이 튜토리얼로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잘났네. 뭐 큰 자랑도 아니네"
누구나하는 군 생활, 어쩌라고"
그래서 갑부라도 되셨나?"


    나의 배움의 기록에 비아냥 거릴 사람도 분명 있다. 한 발짝 물러서서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건 분명 자유이나, 방황하고 있는 현직자는 이를 보고 약간의 희망과 함께 다시 시작할 원동력을 얻었으면 하는 작지만 큰 바람이다. '군에서 가만히 있어도 힘들고 처지는데 뭘 그리 열심히 아등바등 사냐'며 어떤 이는 나를 특이하게 바라볼 테고, 군간부의 기준으로 보편적이지 않은 케이스로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어느 사회 어느 조직에서도 '타인의 일'이라 치부하며 자의식이 방어하고 있는 채로는 성장 계기는 생길 수 없다. 누군가의 소중하고 유일한 경험담이 타인에게 교훈처럼 작용해 간접적으로나마 자양분이 될 수 있다. 이런 꼰대 같고 고리타분한 전제조건을 굳이 언급하는 이유는, 이 글의 원형인 "당직실에서 동료들과 나눈 담화"에서 많은 정보와 지식을 얻어간 훌륭한 동료들은 현재 많은 성장을 이루고 여전히 깊은 교류를 나누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늘 상급자와의 불화에 고민하던 L중위와 성장의기록(3)[시간관리와 바른자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적 있다. 스스로를 뒤돌아보다가 실마리를 잡았고, 몇 개월간 트러블이 심했던 상급자와 호흡을 맞춰가고 있다. 또한, L상사는 전역 후 삶을 몇 년간 고민했지만, 함께 여러 가지 인사이트를 공유하며 몇 개월간 계획을 세운 끝에 스스로의 무기를 갖기 위해 40이 넘은 나이에도 제2의 삶을 준비할 용기를 얻었다. 지금도 주말마다 사업을 검토하거나 자격증을 따러 다닌다.


    물론, 나도 여러 선후배/동료들과의 대화 속에서 배울 점을 찾아왔고, 또 자극받으며 내외면을 성장시켰다. P대위는 함께하는 당직 근무 때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하는 내게 직접 읽어본 몇 권의 경제서적을 추천해 줬다. 전역준비하며 읽어본 이 서적들을 계기로 재무관리와 투자의 눈이 트였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실천하며 안정적으로 부를 축적하는 방향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나 또한 여전히 남의 말을 경청하며 수용하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이들과 여전히 깊은 교류를 나누며 지내는 건 그들이 나만큼 열린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진실된 대화는 그 자체로 성장의 원동력이요, 대화의 최종 목표는 성장이라고 믿게 된 이유다.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들어도 누군가는 전교 상위권에서 놀고 있지만, 아닌 사람도 있다. 어느 쪽을 추구할지는 본인이 정하는 방향이고, 얻어갈 게 있다면 나무뿌리에서 양분을 흡수하듯 스스로 뿌리내려 쟁취할 수 있어야 한다.



    군생활에 허덕이며 방황하는 초급장교라면, 그리고 업무의 방향을 못 찾고 매너리즘에 빠져있다면, 지금 있는 위치에서 하나라도 더 치열하게 배워나가며 후일을 도모했으면 한다. 앞선 일화가 조금이라도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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