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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서방 Jun 22. 2024

[군생활 잘하기] 군가족 인터뷰(4)

급여는 적당했나요?

군인의 성장부터 성공과 실패 지점 그리고 위탁교육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직업군인은 본인이 선택한 직업이라지만,
군 가족은 어떻게 생각하고 느낄까?


‘급여와 관사’부터 “군 가족이 될 사람에게 앞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까지 (내가 직업군인이던 시절) 배우자의 답변이다.



출처 : 구글 이미지


먼저 군인 월급이 적당한지? 에 대해 아내에게 물었다.

아내 : "적당하지 않습니다. 적당하지 않아요. 네?"

단호한 대답이다. 굳이 중소위 시절의 180만 원 월급을 말하지 않아도 급여는 참 부족했다. 군인의 급여는 2인 가구가 아끼며 생활하기엔 괜찮았지만, 업무의 양에 비해 적다는 게 맹점이다. 다만, 군인은 본질적으로 봉사를 업으로 삼으니 이 정도는 감수하고 살았다.


그다음으로 관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다소 디테일하게 물어봤다.

 관사 컨디션

 결혼 초반부터 지금까지 관사에 대한 인식 변화

 요즘 관사에서도 갑질 같은 게 있나

 겪거나 목격하거나 들었던 일화

 남편의 계급이 아내의 계급인지? 등


아내 : "다행히 저희는 꽤 좋은 컨디션의 관사에서 거주할 수 있어서 만족도는 꽤나 높았습니다. 첫 번째 관사에서는 옆집 가족과 꽤 오며 가며 인사도 하고 그랬는데, 한 날은 사모님께서 혹시 여기 관사 와이프들이 같이 티타임 하자고 하거나 말 걸면 일을 한다고 하거나 다른 이유를 들어서 절대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시는 거예요."


이는 부산 작전사령부에 근무할 당시 겪었던 일화로 언젠가 한 번 내게도 말해준 적이 있었다. 그때의 아찔하고 당황스러웠던 날이 생각났나 보다.


아내 : "그래서 왜 그러시냐 여쭤보니 여기 관사에 무리 지어 다니는 와이프분들이 계시는데 꽤나 악명이 높아서 다른 관사로 이사를 가도 거기서도 또 무리를 지어서 다니면서 왕따를 시킨다던지 그게 더 발전해서 남편의 평가까지 미치게 하는 일이 있다고 하셨어요. 본인도 다른 발령지에서 무리에 어울려다니다 왕따를 당하게 되고 꽤 힘들어하셨다고 저에게도 그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남편의 계급에 맞게 아내의 계급이 형성되고 그 안에서도 조직을 만들어 행동하는 무리도 있다고 들은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무리에 휩쓸려 다니면서 힘들어지지 않으려면 본인은 본인이 잘 챙기고 흘려들을 건 흘려듣고 심을 단단하게 가져야 합니다 알겠죠?"

평등하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일반 사회와 달리 군대는 어쩔 수 없는 계급사회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그 계급이 군 가족에게도 적용되는 듯하게 착각하는 배우자도 있다고 들었다. 사회에서 얻는 지위보다 '남편의 계급'에서 파생되는 권력 하나에 목매는 그 모습이 참 안타깝다.


* 군가족의 만행이 점입가경으로 치닫은 사례가 과거 2016년 진해 저도에서 있었던 장성들의 야유회 사건이다. 당시 참모총장이 공개사과까지 했던 걸로 유명한 이 일화는 아래 사진으로 요약된다. 이 사건의 맹점은 해군함정과 예산이 사용되었다는 데 있다.




그다음, 출동이나 훈련이 잦아 집을 자주 비우는 배우자가 항해 나가서 연락두절일 때 어떻게 생활했는지를 물어봤다.


아내 : "사귄 지 두 달 만에 훈련 가서 3개월간 연락두절. 혼인신고하고 해외순항 가서 신혼집에 혼자 남겨둔 채 4개월간 연락두절. 때때로 연락두절, 자주 연락두절, 간간히 연락두절, 이따금 연락두절 등 다양한 연락두절이 있었는데요?"


아내는 하나하나 나열하기엔 너무 많다는 듯이 때때로에서 간간히, 이따금 등 다양한 표현을 쓰며 그때를 회상한다.


아내 : "사귄 지 두 달 만에 훈련 가서 3개월간 연락두절이었을 때는 '이 공허함을 어떻게 채울까?' 하다가 취미로 플로리스트 자격증을 따기 위해 퇴근 후 남자친구를 만날 시간에 뭘 좀 배우러 다녔고요.

혼인신고하고 해외순항 가서 신혼집에 혼자 남겨둔 채 4개월간 연락두절이었을 때는, 새로운 일도 시작해 보고 친구들도 만나고 여행도 다니며.. 아! 결혼 준비를 했어요! 저 혼자요! 다! 전부 다요! 결혼식 리허설도 저 혼자 갔어요! ^^"


연애 때부터 결혼 전후 시시 때때 집을 비워야 했던 죄인으로서는 이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아내 : "연락두절일 땐 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이렇게 남편을 기다렸어요. 걱정이 많이 되긴 하지만 어쩌겠어요. 지금 당장 확인이 안 되는걸?

걱정이 서운함이 되는 순간 이 생활이 힘들어질 것을 알고 있었기에 서운함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저만의 기준으로 시간을 잘 보내고 걱정만 하면서 잘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항상 같이 있으면 참 좋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엔 저는 빨리 수긍하고 받아들이는 게 정신건강에 좋아요."


 대형 꽃다발(아내 작품)

그 당시 들었던 교육과 자기계발 덕분에 적성을 찾아 직업과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아내다. 다행히 씩씩하게 본인만의 극복 방법을 찾은 아내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군 가족이 될 사람, 또는 이를 고민하는 중인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


아내 : "본인은 본인이 잘 챙길 수 있는 단단한 사람이 되세요. 군인은 지켜야 하는 것이 3개나 돼요. 본인, 가족, 나라. 나라는 군인이 잘 지키면 되고, 그들과 떨어져 있을 때 우리는 가족을 지켜야죠.

군인이라는 직접 특성상 연락두절, 어디서 뭐 하고 있는지 모름 등 마음으로만 통해있는 경우가 아주, 자주, 빈번하게 있습니다. 서로 본인을 지키며 단단하게 버텨야 군가족으로 살아가는 것이 조금은 덜 힘듭니다."


나는 군에 있으며 항해 나간다고 "다녀올게"라고 비장한 인사를 했다가 배가 고장 나서 몇 시간 만에 집에 들어와 당황시키기도 하고, 갑작스레 아내 홀로 관사에 남겨두고 해외 훈련에 가기도 했다. 이 모든 과정을 묵묵히 지지해 준 아내 덕분에 부족한 실력으로도 매 순간 자신감 있게 일했던 것 같다.

 

아내 : "서로를 믿어주고 기다려줘야 해요. 기다리는 사람은 내 할 일 열심히 하면서, 취미생활도 하고 자기 계발도 하고 ‘나’로써 잘 살고 있어야 바다에 나가있는 남편이, 아내가 걱정 없이 나라를 잘 지키지 않겠어요? 너무 의지하려 하지 말고 나로서 단단하게 버틸 수 있는 사람이 되세요.

그리고 믿어주세요. 그들도 우리가 상상도 못 할 일들을 버텨내고 있으니깐요."


이처럼 옆에서 늘 응원해 주는 아내에게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이다. 건강하고 씩씩하게 함께 7년을 버텨준 아내에게 지난 군 생활의 모든 명예를 돌리고 싶다.


오늘로써 군가족 인터뷰는 종료하고, 다음 주부터는 군생활의 마무리_AtoZ를 다루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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