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전역준비를 시작해볼까?
전역 후 어떤 진로로 정했는가에 따라 개개인의 몰입의 시간과 질은 상이할 것이다.
애초에 진입장벽에서부터 학습의 양이 꽤 되는 전문직, 공무원, 석박사 과정을 택할지 아니면 바로 (약간의 자격증 준비를 통해) 취업 전선에 뛰어들지에 따라 다르리라 생각해 본다. 또한, 창업을 하더라도 또 다른 상황이니 '얼마큼 준비해야 하는가?'는 일반화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준비에 대한 공통적인 사항이 있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몰입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수단으로 입맛에 맞는 어떤 매체든지 활용하면 된다. 유튜브, 다큐멘터리, 지인과의 대화, 인터넷 서칭, 직접적인 경험, 그리고 책 등 본인에게 맞는 매체를 활용해 원하는 진로로 몰입해서 학습량을 비약적으로 늘려서 단시간에 사회로 나갈 준비가 필요하다. 폐쇄적인 군에서 사회와 다소 단절된 업무로 그동안의 간극을 메울 필요가 있다.
나의 경우는 책이 가장 효율적이었다.(가장 고통스럽기도 함) 10-20대에는 한 권도 끝까지 읽지 못한 책을 지금은 매주 1-2권씩은 우습게 읽고 있다. 여전히 독서는 지루하고 귀찮고 또 고통스럽다.
그러나, 그 안에서 얻은 수많은 지식과 지혜를 통해 인생의 변화를 서서히 느낀다. 나는 빈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독서에 투자한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없애고(기록 저장 기능을 끄면 된다), 인스타그램을 삭제(아예 지워버리도 살만한다)하는 등 몰입을 위한 환경 조성에 힘썼고, 주경야독하는 마음으로 퇴근하고선 도서관으로 바로 향했다.
* 꼭 책이 아니더라도 좋은 수단과 매체가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아직까지 난 책을 대체할만한 걸 찾지 못했다.
전역자라면 학습과 몰입, 그 고통스럽고 지루한 과정을 단 한 번이라도 겪길 바란다. 일단 군복을 벗고 나면 주도적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어야 전역이 후회되지 않을 것이다. 일종의 My Way 전략이랄까.
리턴(재임용 간부)을 생각하지 않으려면, 전역 전(직보기간 말고) 몰입을 통한 스스로의 경쟁력을 키우길 바란다. 가급적 직보기간은 군생활 마무리와 휴식, 그리고 건강을 위해 온전히 사용하고 이왕이면 전역 3년~1년 전까지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걸 추천한다.
나의 경우는 취업전선으로 바로 뛰어들었기 때문에 약간의 자격증 공부만 수반되었다. 그래서 전역예정자 모두에게 좋은 본보기는 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본격적인 취준도 3개월밖에 하지 않았고) 그러므로, 아래에 나와 함께 또는 비슷한 시기에 전역한 분들이 몰입을 통해 제2의 삶을 찾은 사례를 정리해 봤다.
1. 전문직 : Y 씨(감정평가사 1차 합격)와 K 씨(세무사 1차 합격)
- Y는 나와 동기다. 감정평가사를 준비하겠다고 마음먹고 전역 10개월 전부터 인터넷 강의를 결제했다. 스터디카페에 거의 살다시피 한 그는 정말 독하게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가끔 서로의 안부를 물어볼 때, 늘 스터디카페에 있었던 게 생각난다. 그리고 전역 한 달 전 감정평가사 1차 시험에 합격한다. 그는 빨리 공부에 몰입하지 못한 걸 아쉬워하지만, 앞으로 1년 내 최종 합격을 목표로 하고 있다.
- K는 나와는 2년 터울 후배이며, 여전히 현역이다. 갓난아이를 양육하는 유부남인 그는 육아휴직 기간 중 '육퇴' 후 시험공부에만 몰입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 시간도 허투루 사용하지 않고 도서관에서 온전히 몰입한 결과 전역을 2년 앞두고 세무사 1차에 합격한다. 그는 전역 전 최종 합격을 목표로 하고 있다.
2. 창업자 : N 씨(사회적 기업 대표)
- N은 나의 선배이다. 전역 전에도 독서를 즐겼지만, 사업을 시작하고 도서관에 살다시피하며 몇 개월간 책을 '게걸스럽게'(실제로 그가 한 표현) 읽었다. 늘 어렵고 막막한 사업의 실마리와 해답을 책에서라도 찾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전역 후 처음 손댄 부동산 개발 사업의 성과가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자 책을 읽으며 기회를 엿보다가 새로운 사업(사회복지, 실버, 사회적 기업)으로 전향했다. 그 후 그는 창업사관학교를 비롯한 각종 정부 지원 사업에 선발되어 지원금을 여러 차례 따내기도 했다. 몰입이 사업을 탄탄하게 만든 것이다.
이렇듯 스스로에게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몰입의 시간을 갖는 건 '가진 거 하나 없이도'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을 수 있는 투자가 될 수 있다. (막상 뭘 먹고 살지도 모르고 전역할 자신이 없다면? 그러면 적성을 찾고 몰입하길 추천한다)
나는 전역 전 넉넉히 3년 전부터, 최소 1년 전이라도 이런 시간을 갖길 추천한다. 처음부터 원하는 길을 정확히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과정 중 실패(오히려 이게 더 많이 배우지만)도 충분히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