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부모를 도울 책을 출간했습니다.

by 서농쌤

좋은 사람과의 연결은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오기도 한다. 가족들과 보드게임을 하던 중 내가 제일 먼저 패한 상황이었다. 다음 턴이 시작되기까지 기다리던 중 무심코 블로그 앱을 눌렀다. 내 검지 손가락은 새 글을 훑느라 분주했다. 빠르게 지나가는 글 사이에서 내 시선을 사로잡는 문구가 있었다. “책 쓰기 무료 특강”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내 이름 석 자 박힌 책 한 권 낸다’는 소망을 마음에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언젠가’가 50~60세쯤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무료 특강 글을 읽어 내려갔다. “로미&최은아작가” 두 분이 책 쓰기에 관련된 모든 것을 라이브 방송으로 전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당시만 해도 로미가 누군지 최은아 작가가 누군지 몰랐다. 일정을 살펴봤다. ‘어? 시간이 되네?’ 그길로 인스타에 ‘인’자도 모르던 나는 라이브 방송을 보게 되었다.



라이브 방송 보는 방법을 검색해서 아무 생각 없이 접속했다. 로미님이 운영하시는 책 쓰기 프로젝트를 통해 최은아 작가님이 출간하게 된 경험담을 들려주셨다. 듣기 전까지 책 출간은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 나왔다~!!!’ 하는 즐거움과 성취감이 끝이라고 생각했다. 듣고 난 후 책 출간의 참뜻을 알게 되었다. 내 생각과 달리 책 쓰기는 커리어 확장에 도움이 된다고 말해주셨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심장이 뛰었다. 좋아하던 오소희 작가님과 대화할 때와 맞먹는 심장 박동이었다. 라이브 방송이 종료되자마자 책 쓰기 수업 신청서를 쓰는 나를 발견했다. 신청서만 쓴다고 들을 수 있는 수업이 아니었지만,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며칠 후 나는 책 쓰기 수업 합격 통보를 받았다. 꽤 비싼 비용이었음에도 책 쓰기에 도전하고 싶었다. 당시 8년간 매며 해진 가방 대신 내 생일 선물 겸 남편과 만남 10주년까지 기념하며 명품 가방을 사기로 한 시점이었다. 나는 깔끔하게 명품 가방을 포기했다. 남편에게 가방 대신 책 쓰기 수업을 생일 선물로 받겠다고 말했고 남편은 지지해주었다.



내가 쓰고 싶은 책 내용은 가계부 이야기였다. 운영 중인 가계부 같이 쓰는 모임인 ‘가같쓰’에 관해 책을 쓰고 싶었다. 커뮤니티 내에서 운영했던 프로젝트를 좀 더 많은 사람과 함께하며 나의 좋은 경험을 나누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나를 알리는 것이 우선이었다. 책 출간이 커리어 확장에 도움이 된다고 들은 터라 가계부를 주제로 떠올렸다. 내 생각 회로엔 가계부모임 책을 쓰면 더 많은 사람과 만날 수 있을 거라 설계했다.



이 생각 회로는 수업 첫날 처참히 부서졌다. 업에 관해 생각해보라는 과제를 받았다. 본업 수학서재와 부업 가같쓰 두 가지를 고민해보라고 하셨다. 뜬금없었다. ‘가계부로 책 쓰고 싶다고 지원했는데 가계부로 쓰지 말라고?? 업을 고민해보라고???’ 물음표가 가득했다. 책 쓰기 수업을 듣는다는 행복감도 잠시, 속이 답답했다. ‘아니 주제를 들고 갔는데 주제를 바꾸라니??’ 황당하기까지 했다. 명품 가방과 맞바꾼 내 생일 선물이 잘못된 선택인가 걱정했다.



수학교육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내가 평소 사람들에게 하는 말을 들여다봤다. ‘수학도 읽기다!’ 나는 수학과 독서를 연결 짓는 사람이었다. 내가 하는 ‘수학 도서 읽기’ 수업을 떠올렸다. 흔히 하는 수업은 아니었다. ‘아, 내 커리어는 여기서 찾아야겠다!’ 평소에 너무 자주 말해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나만의 수학교육 철학이 로미님을 만나 특별함을 갖게 됐다. 로미님은 내게 질문을 던져 나만의 경쟁력을 찾게 한 사람이었다. 12년간 사교육에 몸담으며 알게 된 사실들, 두 아이를 키우며 알게 된 경험들로 목차를 구성하고 글을 쓰고 투고했다. 일곱 곳에서 긍정적인 답변이 왔고 세 곳의 출판사와 미팅을 거쳐 한 곳과 출간 계약했다.



출간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날 ‘영화 속 한 장면인가? 꿈속인가?’ 기분이 묘했다. 내가 생각했던 ‘언젠가’보다 약 20년쯤 앞당겨 내 이름 석 자가 박힌 책이 출간됐다. 나 혼자 꿈을 이루기 위해 애썼다면 50~60세쯤 출간은 했으리라 감히 예상해본다.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연결된 사람 덕분에 출간 과정을 함께하며 조금은 빠르게 꿈 하나를 이루게 되었다.



책 출간은 경력단절 시기엔 꿈도 못꿨을만큼 나에게 많은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유튜브 출연, 라디오 녹음, 북토크, 강연까지. 아직도 꿈만 같다. 이 꿈같은 경험들 덕분에 나는 더 큰 꿈을 꾸는 사람이 되었다. 무연고지에서 혼자 좌절만 하고 있었다면 아직도 경력단절 시기에 멈춰있었을지도 모른다. 책을 읽고 실행에 옮겼기에 좋은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었다. 그들에게 좋은 영향을 받았기에 성장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당신은 어떤 사람과 만나고 있는가? 현재 상황과 만나는 관계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결단을 내리고 변화를 시도해보길 바란다. 딱 3년만 좋은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변화는 저절로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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