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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이 Oct 16. 2023

남편과 얘기하느라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신혼일기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이른 저녁부터 졸려하는 걸로 유명하다. 11시, 12시에 내가 단톡방에 답장을 하면  친구들이 '무슨 일 있어? 왜 아직도 안 자?' 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런 나에게 큰 변화가 있었으니 바로 남편과 하루를 마무리하며 떠는 수다의 맛을 알아버린 것이다.


'어~? 6시 5분이야~'

'으응~? 6시~5분~? 6시 5분??? 6시 5분이라고?????????'

남편의 말에 나는 더듬더듬 이불속을 뒤졌다. 분명 알람이 울렸을 테고 내가 그걸 끄겠다고 선반에 있는 핸드폰을 이불속에 가지고 들어왔을 거라는 본능이었다. 시간을 확인하러 핸드폰을 찾아... 아니 찾을 시간도 없었다. 지금은 집을 둘러보며 불 켜진 곳은 없나 확인 후 집을 나갔어야만 하는 시간이다.

그 즉시 반사적으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시간을 보니 씻을 시간은 도저히 안 나올 것 같아서 양치와 세수만 대충 하고 나왔다. 방으로 돌아와 거울 앞에 섰는데 멍했다. 

'일단 월요일이라 버스는 막히니 지하철을 타면 지각은 안 할 것 같고, 오빠는 나 때문에 일찍 출근하는 거니까 오빠는 천천히 준비하라고 하고 나는 마을버스를 타고 나가야겠다. 마을버스는 20분에 오니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10분, 뛰어가는 시간 3분 빼면 7분 동안 머리 정리하고 옷 입고, 오케이 가능하겠어!'


뭐 입지? 생각할 틈도 없이 내 손은 어제 입고 의자에 걸쳐 둔 옷으로 향했다. 그렇게 5분 만에 준비를 마치고 화장실에 있는 남편에게 인사하러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오빠, 나 마을버스 3분 남아서 먼저 갈게. 천천히 준비해서 출근해요'

'엇? 벌써 준비했어? 같이 가자 나도 준비 다했어'

'그래? 오빠는 천천히 가라고 하려 했는데 그래 그래'


지하철에서 핸드폰을 보니 부재중 알람이 4개나 떠있었다. 알람은 5시부터 나를 깨우기 위해 열일했지만 나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나에게 선택받지 못한 이유는 명확했다. 늦게 자서. 이번주 토요일에는 오빠와 한잔 하며 일주일 어떻게 지냈는지 얘기하다가 1시 넘어서 자고, 어제는 12시에 방으로 들어갔는데 수다 떨다가 12시 30분이 되어서야 잠에 들었다. 12시 30분 마저도 내일을 위해서 억지로 수다를 멈췄다. 


우리의 지난 저녁, 과정은 행복했지만 결과는 아슬아슬했다. 그래도 9시에 눈을 뜬 것도 아니고 어느 정도 커버 가능한 선에서 늦잠 잤으니 뭐! 다 이렇게 사는 거지! 매일 만나고 매일 얘기하여도 할 말이 또 있다니, 이게 결혼의 맛인가? 그나저나 남편, 오늘부터는 10시 취침입니다.


결혼

회사 안 가고 평생 남편하고 수다만 떨고 싶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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