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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혜진 Jean Seo Oct 21. 2023

딸의 대학생 로망- 대학 응원단


오늘은 ‘수학’ 학원을 데려도 주는 차 안에서 고등학생 딸아이가 노래를 흥얼거린다. '오늘 기분이 좋네?’라는 질문에 애들이랑 저녁에 모여서 '수련회' 장기자랑 준비를 하기로 했다고 했다. 벌써부터 춤출 생각에 기분이 좋단다. 사실, 막내딸은 ‘끼’가 많다. (본인 말로는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것을 좋아하는 ‘관종’ 끼도 있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혼자 거울보고 춤도 추고, 교회에서도 ‘어린이 댄스부’를 하며 행사 때에 전교인 앞에서 무대에서 ‘워쉽댄스’를 췄었다. 고등학생이 된 딸은 지금도 기분이 좋을 때는 언제나 춤을 춘다. 아주 맛난 저녁을 먹고 난 후에도 딸은 ‘아이돌 댄스’를 추며, 기분 좋음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면 ‘오늘 저녁이 아주 흡족했구나’라며 같이 웃곤 한다. 중간고사가 끝난 후, 요즘은 학교 수련회 때, 반 장기자랑을 나간다고 친구들과 아이돌댄스를 모여서 연습한단다. 치열한 중간고사의 시간이 이제 막 끝난 딸아이에게도 시험대비기간은 언제나 그렇듯이 ‘아쉽지만 나름 괜찮은’ 만큼의 성적을 받았기에 보람 있는 노력의 기간이었다. 하지만 오늘처럼 콧노래를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이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의 일상이다.          

 



보통의 ‘공부 좀 하는 아이들’은 중간고사를 적어도 6~8주 동안 준비하며 공부한다. 시험준비를 위한 준비하는 기간 내내 ‘순공부 시간’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하루에 8~10시간을 공부해야 전 과목에서 1~2등급 안에 들 수 있다. 또 1~2등급 안에 들어야 아이들과 엄마들이 바라는, (서울 소재 상위(?) 10위권 안에 드는) 대학에 합격할 수 있다. 욕심이 많은 딸아이도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시험이 끝이 아니다. 요즘에는 정기고사(지필고사)만큼은 아닐지라도, 수행평가(정기고사 전, 후로 수시로 본다)의 비중이 많이 커졌다. 여전히 미미한 영향만을 끼치는 형식적인 수행평가를 치르는 과목도 많지만, 예전보다 ‘수행평가’의 결과의 차이로 1~3등급까지 나뉘기도 한다. 내신에서 3등급만 돼도 벌써 상위권대학의 꿈은 접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고등학생들의 현실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정기고사가 끝나도 아이들은 계속해야 할 것이 많다. 상위 5~7개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국, 영, 수, 사, 과’의 주요 교과에서 1~2등급 안에 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과목별 ‘틀린 개수’가 한, 두 개 이상이면 안된다. 국어과목 시험공부를 예를 들어서 이런 목표로 공부하는 아이들을 생각해 보자. (사교육을 다니지 않는 우리 딸아이의 ‘국어’ 공부법이다). 우선 시험 범위에 해당하는 ‘인강’ 수업으로 한, 두 분 선생님의 강의를 듣는다. (이때 수업을 들으면서 딸은 내용을 정리하고 암기한다고 했다) 그 후, 관련 문제집을 3~4권씩 푼다. 기출문제를 위주로 한 변형문제를 다운로드하여서 또 2~3개씩 푼다. 이렇게 하는 중간중간에 학교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주신 학습지와 교과서를 정독하고 암기한 후, 백지노트에 쓰기 시험을 본다. 대략 들어본 아이의 학습량만으로도 ‘어마무시’하고 ‘기염차다’. (딸아이는 이 ‘자기 주도식학습’으로 사교육 없이 이번 중간고사에서 국어 전교 1등을 했다고 국어선생님께 칭찬을 들었다고 했다)

 



사실, 우리 딸은 전교 1~3등을 노리고 ‘일반고’로 진학했다. 전략적 선택을 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돌발변수’가 생긴 것은, 이 학교가 그 전년도에 입시결과가 별로 안 좋았었기에 ‘미달’이 된 것이었다. 그러자 소위 ‘특목고’와 ‘자사고’ 입시를 지원했던 아이들 중, 불합격한 ‘여전히 우수한’ 아이들이 미달된 ‘일반고’였던 딸아이가 지원한 학교로 대거 몰렸다. 딸아이 학교에, 이런 예상치 못한 상위권학생들이 많이 모였다는 것을 보여 준 사건이 있었다.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지필고사 ‘통합 사회’와 ‘통합 과학’시험에서 100점이 70~80명이나 나온 것이었다. (이런 경우 100점을 맞고도 4등급이 된다. 전교생 중에 이 과목에서는 1~3등급이 한 명도 없어지는 결과가 된다). 전년도까지만 해도 적절한 수준의 문제만 출제해도 변별력이 가려졌었던 이 학교에서는, 과목선생님들이 생각하시는 대로의 시험문제로 난이도 조절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학군지가 아닌 이 학교가 올 해는 상위권 아이들의 치열한 전쟁터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각 과목선생님들이 상위권 변별력을 위한 ‘킬러문제’를 출제하시기 시작하셨다. 시험 범위가 아닌 곳에서의 변별력을 가리기 위한 ‘외부지문’ 문제도 국어와 영어에서는 특별히 많이 나왔다. 당연히, 시험준비를 위한 아이들의 노력은 이미 단순히 암기하거나, 문제집 한, 두권만 풀면 만점을 받을 수 있거나, '실수만 안 하면 된다’의 개념이 아니었다. 평일을 기준으로 해도 하교 후 5시 30분~11시 30분까지, 아침 5시 30분에 기상해서 7시 30분까지. 딸아이는 이렇게 깨어있는 시간 중 학교 수업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공부하는 자습시간으로 활용해야 했다. (필요한 사교육만 최소화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순 공부시간’을 확보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공부 좀 한다’라는 애들은 모두 3년간의 ‘자기와의 싸움의 시간’에 뼈빠지게 공부해야 상위권에 머물 수 있다. 어디 이뿐인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반복의 반복'을 해야 한다. 한두 번의 치명적인 실수만으로도 내신시험으로 갈 수 있는 대학이 바뀌기 때문에 아이들은 항상 긴장상태로 한 학기, 한 학기를 보낸다. 고등학교 내신 중 대학입시에 사용하는 시험은 1학년, 2학년의 중간, 기말고사와 3학년 1학기의 중간, 기말고사로 총 10번이다. 10번의 시험을 치르는 동안 아이들은 너무 많은 감정적 압박을 견뎌 내야 한다. 예상치 못한 실수나 실패로부터의 다시 할 수 있다는 ‘회복’을 해야한다. 너무 기쁜 성적향상 뒤에도 얼마만큼 해야 다시 그 성적을 낼 수 있는지를 알기에 느끼는 '두려움’ 등의 심리적 긴장감에 고등학생들은 해보기도 전에 항상, 그리고 미리 지친다. 이런 자녀들 옆에서 함께 울고 함께 웃게 되는 엄마의 긴장감도 대동소이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애들 시험이 끝나면 엄마들 마음도 덩달아 ‘한가’해진다. 시험이 끝난 후, 잠깐(?) 가지게 되는 시간이 있다. 대략 한주정도? 오늘도 그런 날 중 하루였다. 그런 오후에, 차에서 들렸던 딸아이의 콧노래소리는 엄마를 행복하게 해 준다. 딸이 느끼는 부담과 긴장감을 조금이라도 해소시켜 줄 무언가가 있는 것에 반갑고 고맙다.

 




언젠가 대학에 들어가서 ‘응원단’을 하고 싶다는 것이 딸아이의 ‘로망’이다. 기나긴 수험생시절을 지낸 후 대학생으로서 해보고 싶은 ‘로망’을 대변하는 여러 가지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아들의 첫 대학 축제가 기억난다. 코로나가 한참일 때 고등학교 2~3학년을 지낸 아들이었다. 혹시나 시험기간에 ‘코로나’라도 걸리면 어쩌나 얼마나 마음 졸였었나? 지나고 생각해 보니 엄마인 나도 고스란히 같이 마음 졸이며 지낸 3년이었다. 대학입학 후, 아들의 첫 대학 축제에 ‘싸이’가 왔었다.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열린 ‘오프라인’ 축제였다. 엄청난 인파의 ‘떼창’을 하는 대학생들 중에 아들이 있었다는 유튜브의 '싸이'의 대학 축제 공연영상을 보면서, 땀을 흠뻑 적시며 소리 지르고 떼창을 부르고 있었을 아들의 모습에 내가 뭉클했다. 얼마나 힘들게 스스로를 억누르며, 공부했었나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느끼는 ‘전우애'(?)가 아들과 나 사이에도 있었다. 수험생인 고등학교 3년 간이 엄마와 자녀의 ‘전우애’를 만드는 치열한 한국의 교육환경 속에서, 우리 막내딸이 소소하게 느끼는 마음의 ‘딴 재미’로 ‘춤’이 있어서 다행이다. ‘아~ 우리 애가 그래도 숨을 트이는 것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간간히 이야기하는 학교에서의 친구들과의 일상에 여전히 해맑은 우리 고등학생 아이들의 이야기는 듣기에도 ‘청명’하고 유쾌하다.

 




반면, 아이들이 너무 힘든 시기를 ‘전쟁’처럼 생존경쟁하듯이 지내다 보면, 스스로도 어쩌지 못하는 두려움과 긴장감에 엄마가 예상치 못하는 돌발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유도 모르는 엄마에게 소리도 지르고 ‘생채기’를 내는 언행을 하기가 쉬워진다. 공부얘기를 꺼내는 것만으로도 '나가'라고 소리를 질러대기도 해서 소위, '배은망덕'한 자식들이 되기가 일쑤다. 힘든 시기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리고 그것이 견딜만한 것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것이 아이들의 짧은 ‘콧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엄마의 마음이 놓이는 이유이다. ‘사랑’을 한다는 것은 ‘관계를 잘 맺는다’ 것이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교의 3년 때문에 평생의 ‘관계’가 깨져버리지 않도록 아이에게 ‘숨 트일 공간’을 항상 생각하는 마더링이 필요하다. 막내가 대학생이 되면 꼭 하고 싶다는 ‘로망’중 하나가 ‘대학 응원단’이란다. 대학에 가면, 치어리더도 하고 싶고, 대학 ‘댄스동아리’에도 들어가고 싶단다. 딸아이는 '대학응원단'에서의 '치어리더'를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잠깐 '숨을 돌리고 있나'보다. 이렇게 잠깐씩 숨 트일 것이 소소하게라도 뭐가 있을까? 오늘 잠시 또 생각해 봤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가 ‘숨이 트여야, 엄마도 숨이 트인다’.

 


Unsplash의 Michael Fous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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