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에서 가장 힘들었던 일을 꼽으라면 단연 체력장이었다. 체력장의 목적은 체력 단련이다. 중고등학교 통틀어 6년을 체력장을 하던 시대에 학교를 다녔다. 수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과 야외 활동이란 점을 제외하면 그야말로 곤욕스러운 시간이었다.
100m 달리기에선 18초~20초에 겨우 들어오고 오래달리기 800m를 하고 운동장 네 바퀴를 돌면 기진맥진 거의 초죽음이다. 거의 꼴찌로 들어왔지만 완주만으로도 뿌듯했다. 가장 싫어했던 종목은 윗몸 일으키기이다. 난 지금도 윗몸 일으키기를 잘 못하지만 학창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1~2개도 못 올라오는 나를 보신 선생님은 그저 헛웃음을 지셨다. 옆에서 보면 20~30개를 거뜬히 하는 친구들도 있어 그저 신기했다. 난 그만큼 근력이 부족한 신체였다. 45kg으로 삐쩍 말라서 몸이 가벼울 것 같지만 운동신경은 제로에 어디에도 운동을 잘 하는 근력이 내겐 없었다. 체력장 한 다음 날이면 허리부터 허벅지, 종아리까지 안쑤시는 곳이 없는 저질 체력이었다.
그나마 제일 자신 있게 만점을 맞는 종목이 있는데 바로 철봉 매달리기였다. 매달리기 만큼은 악착같이 매달려서 올라가자마자 떨어지는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다. 근력은 없어도 근성은 있었나 보다. 몸이 가벼웠던 탓인지는 몰라도 한 가지라도 잘 하기 위해 철봉에 매달려서는 어떻게든 버텨냈다.
지금도 그런 근성이 남아있다. 뭐든 참는 일은 잘 하는 편이다. 참지 않으면 어쩌랴 싶어 나 스스로를 다스리고 웬만하면 분란의 씨앗을 만들지 않고 참는다. 갈등의 골이 깊은 사람들의 일도 중재하려고 애쓴다. 참아내는 것이 누군가에겐 미련해 보이기도 한다. 조금이라도 손해가 되는 일이다 싶으면 따지고, 자신이 힘든 일은 되도록 피한다. 자신과 상관없는 일엔 관여하고 싶어하지 않고, 이득이 있는 결과라면 어떻게든 끼여든다.
사람의 본성이 그렇다. 참고 인내하는 일은 꺼리고 쉽고 편한 길을 가고 싶어한다. 하지만 편하고 좋은 일만 하고 살진 못 하다. 때론 힘들어도 참고 해야 할 일이 생기고, 안 할 수 없는 상황들이 찾아온다. 참고 인내하는 습성이 몸에 배인 사람들은 근성을 갖고 끝까지 해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불평불만으로 가득하다. 그러니 조금씩 인내하는 법을 배워나가야 한다. 학창시절 철봉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 썼던 그때의 마음을 떠올리면서 어떻게든 끈기 있게 매달려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