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를 이은 사랑 2

by oj
드라마 포스터

후반의 이야기에는 자식들의 사랑 이야기를 담아내면서도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을 애잔하게 그려냈다. 90년대를 맞으면서 세상은 변했지만 시대를 초월한 사랑은 변함이 없다. 딸 금명이와 아들 은명이의 사랑은 쉽지 않았다. 금명이는 남자친구 영범이와 사랑하지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보이지 않는 틈이 생기고, 그의 어머니에게 큰 상처를 받는다. 결혼을 정하고 상견례까지 했지만 결국 깨져버린 사랑 앞에서 둘은 슬픈 이별을 맞는다.


자기를 아끼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부모님을 울게 하지 않으려고 헤어짐을 선택한 금명이의 첫사랑은 차갑게 군 영범이의 어머님으로 인해 끝이 났다. 아들의 인생을 송두리채 빼앗고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이었을까.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는데 영범이 엄마는 자식을 이기곤 결국 외로움을 선물 받는다.


이별을 하고 허기진 마음으로 내려간 제주의 집에서 상처가 아물면서 언제나 든든한 자기편인 따뜻한 부모님을 보며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이른 새벽 딸을 데리고 배를 타서 일출을 보여주는 아버지의 마음, 뭐라도 먹이려고 신나서 음식을 하는 엄마의 마음은 무한한 사랑이다. 자식은 부모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 가진 것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무한한 사랑과 헌신은 자식을 올곧게 만들 수밖에 없다. 자신을 키워주고 믿어주는 사랑하는 부모님께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자랑스런 자식이 되기 위해 부단히도 애쓴다. 그것이 사랑을 갚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어릴적 애순이를 위기에서 구했을 때 뒤통수에도 눈이 달려있다고 했던 애순이 엄마의 말처럼 애순이의 촉은 금명이를 살린다. 낯선 사람, 낯선 호의가 무서운 시대가 되었다며 매일 밤 전화하며 연탄가스를 마신 금영이를 살린 분도,

어릴 때 위기에서 살린 분도 모두 엄마였다. 엄마의 가슴을 철렁거리게 만드는 건 언제나 자식이다.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부모 눈엔 아직도 물가에 내놓은 어린 아이 같고 평생 자식들을 해바라기 하며 마음에서 놓지 못한다. 그런 부모의 마음을 부모가 되어서야 알게 된다.


오랜 시간 부대끼면서 서로의 인생에 큰 동반자과 같은 세 이모들이 애순이에게 쉬운 자식, 어려운 자식 따로 두지 말라는 말들이나, 조선 같은 무에도 바람이 든다며 대사나, 저마다 품안의 사랑이 너울거렸다는 금명이의 나레이션까지 대사 하나하나가 심금을 울렸다.


인생은 "소풍이었을까, 고행이었을까" 란 애순이의 질문에 자식들 다 만나고 가는 소풍이었다고 할머니는 말한다. 인생은 아무리 힘들어도 살아볼만 하다. 아들을 먼저 보낸 엄마의 슬픔을 가진 애순이에게

"네 마음을 내가 다 안다."

하면서 위로해주는 할머니 무릎에서 펑펑 울 때 자식을 가슴에 묻고 사는 두 여인의 고통이 느껴졌다. 이제 할머니도 떠나고 세 이모 중 한 분도 떠나신다. 헤어짐의 고통이 따르는 것이 인생이다.


미대생에 극장의 간판을 그리는 무명화가이자 주인집 딸과 3년 사귀다가 헤어진 충섭이는 금명이의 인생에 새로운 인연이 되는 듯했다. 마지막 인사도 없이 군입대를 한 그는 잊혀진 사람이었지만 제대 후에 다시 만나면서 새로운 인연이 시작된다.


은명이는 부씨의 딸 현숙이와 사귄다. 둘은 도망가서 살자는 말까지 하며 대를 이은 못 말리는 사랑을 하지만 헤어지고 군입대를 했다가 은명이가 제대 후에 임신한 채 현숙이가 집안으로 들어오면서 또한번 폭풍이 분다.


IMF를 겪고, 금융위기로 위기를 헤쳐나가고, 다시 만난 충섭이와 예쁘게 사랑하고 결혼에 골인하는데 아빠 관식이는 금명이를 지켜주는 충섭이에게 금명이를 안심하고 맡긴다. 결혼식장에서 펑펑 우는 금명이와 아버지는 그 관계가 얼마나 끈끈했는지 말해준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났다.


금영이를 늘 예쁘다고 해주는 안사돈에게 애순이도 흡족해 한다. 나도 지금 그 말을 자주 듣는다. 아들들이 결혼한 후 며느리들이 너무 예뻐서 잘해주고 표현하면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하다고 하신다. 아들이 선택하고 사랑하는 반려자인 만큼 둘이 예쁘게 살아가기만을 바라니 당연히 내자식처럼 예쁘고 귀하게 대할 뿐인데 그 마음이 보였나 보다.


자식은 똑같은 기쁨을 주진 않지만 부모는 그런 자식도 똑같이 사랑한다. 오히려 아픈 손가락으로 생각하며 더 속을 태운다. 은명이의 경우가 그랬다. 누나만 더 사랑하고 자신에겐 잘 했다고 말해주지 않은 부모님께 늘 서운하고 열등의식을 갖게 되면서 비뚤어져 아들을 낳고 가장이 되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결국 친구 때문에 옥살이까지 하게 된 은명이를 위해 배를 파는 아버지를 보며 은명이는 아버지가 늘 자기편이었음을 깨닫고 오열한다.

많은 에피소드를 풀어내면서도 부모와 자식의 서사에서 비슷한 면이 많았다. 지고지순한 부부의 사랑도, 파란만장한 삶도, 애지중지하며 키우는 자식도 모두 세대를 거슬러 변함없이 이어지는 삶의 모습이다.


애순이 부모님으로 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어린 관식이와 애순이가 만나 가족을 이루어 금명이와 은명이를 키워내고, 금명이와 은명이는 또 다른 가족을 이루면서 우리내 삶은 그렇게 세대를 걸쳐 이어진다는 걸 보여준다. 더불어 사랑과 헌신, 무한한 사랑은 부모와 자식을 잇는 끈이 되어, 그 끈은 삶이 끝날 때까지 끊어지지 않는다. 부모의 믿음과 사랑은 아이들에게 자존감, 자신감, 행복을 주며, 그 사랑을 부모에게 되돌려준다. 금명이의 행복한 결혼도, 사회적으로 성공도 모두 부모의 무한한 신뢰와 지지가 밑거름이 되었다.


"그들의 푸르름을 먹고 나는 나무가 되었다"는 금명이의 대사처럼 대부분의 부모가 그렇듯 부모는 아이들의 아낌없는 나무가 되어주고 푸르름을 싫는다. 그렇게 든든하게 자란 아이들은 자신의 또다른 분신의 나무가 되어준다. 그것이 내리사랑이고 대물림되는 인생이다.


한 소년에게 찾아온 한 소녀를 위해 그의 일생 전부를 걸어 한평생 헌신한 무쇠같은 남편이자 아빠를 떠나보낼 때 온 가족의 슬픔이 그대로 전해졌다.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사랑했는지 알기에 헤어짐이 애절했지만 남은 인생 역시도 그의 빈자리가 무색하지 않게 마음속에서 늘 품고 살아가면서 애순이에게 봄날을 만들어준 그를 위한 시집을 완성한다. 힘겨운 여정을 끝낸 그에게 전한 마지막 말은 "폭싹 속았수다" 였다.


보는 내내 우리 부모님의 인생, 나의 30년 결혼생활과 이제 막 결혼해 신혼을 살고 있는 아들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우리가 살아온 날도, 살아갈 날도 때때론 겨울이고 때때론 봄일 테지만 옆에서 든든히 지켜주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면 견뎌낼 것이다. 엄마는 애순이에게, 애순이는 금명이에게, 금명이는 새봄이에게 대를 이은 사랑은 계속 될 것이다. 우리도 그렇게 살면서 인생은 흘러가고 어느덧 황혼을 맞게 된 애순이나 우리 어머님들처럼 되겠지. 그런 우리 삶에도 말해주고 싶다.

"폭싹 속았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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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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