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날을 보내고 재밌는 통계를 보았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음식 1위가 무엇인가란 통계에서 호두과자와 소떡소떡. 핫도그 등을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이 아메리카노란다.
와우. 그 젓도일 줄 몰랐다. 카페가 늘고 커피 수요가 증가하는 건 알았지만 1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에 한국인의 커피 사랑을 또한번 실감했다.
커피 산업이 얼마나 커졌는지 모른다. 커피 수입이 많은 우리나라는 커피 마니아들이 늘고 화려하고 고급진 카페가 여기저기 넘쳐난다. 치킨집 다음으로 많이 생기고 있다는데 전망 좋은 곳이면 의례히 멋진 카페가 들어서고 입소문 타면 어느 새 사람들로 꽉 찬다. 그만큼 폐업도 늘겠지만 음식점 만큼 많이 찾는 곳으로 대세가 됐다.
카페만 찾아다니는 카페족 젊은 세대들도 많다. 제주도에서 여행보다도 바다뷰를 보며 편안히 쉬기 위해 카페 투어만 하러 간다고 한다. 카페 창업도 증가하며 크고 작은 카페가 하나 건너씩 있는 것을 보면 호황 산업이 분명하다. 게다가 대형 카페가 늘면서 커피값이 밥값 만큼 비싼데도 가끔 특별한 날 가 보면 차들이 즐비하고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이제 더 이상 커피와 카페는 사치가 아닌 일상이 되었다.
대형 카페들이 우후죽순 생겨도 가서 손님으로 꽉 차 있는 것을 보면 그동안 저많던 사람들은 어디서 만남을 가졌을까. 의아하기까지 하다.
커피 수혈이란 신조어도 있다. 커피 마실 시간도 없이 바쁜 날이면 왜 이렇게 힘들지 하다가도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라 따뜻한 라떼 한 잔에 피로가 풀리고 힘이 난다.
언젠가 아프리카의 아이들이 커피 농장에서 일하는 다큐를 본 뒤로 향 좋고 부드러움이 좋아 아무렇지도 않게 먹은 커피가 어린 아이들의 노동과 착취의 결과물이라니 씁쓸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정당한 댓가가 주어지는 공정무역 커피가 늘면서 그들의 수익을 돕고 삶의 질을 높이게 된다는 소식을 듣고 다행히란 생각이 들었다.
아침이면 의례히 커피를 마시기 위해 간단히 아침거리를 찾는다. 왠지 빈속에 먹는 커피는 안좋을 것 같아 되도록 식사 후에 마시는 습관을 들였다. 마시기도 전에 커피 향이 얼마나 좋은지 마실 때보다 마시기 전 향기에 빠지는 것이 커피의 매력이다.
행복은 별거 아니다. 커피 한 잔속에도 담겨있고 창문을 열었을 때 들어오는 맑은 공기와 산책을 하며 만나는 구름. 코끝을 간질거리는 꽃향기. 자꾸 마시고 싶은 나무 냄새도 대가 없이 행복을 준다.
행복을 거창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커피 한 잔의 여유로움을 음미하라고 권하고 싶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혀끝에서 느끼는 커피의 부드러움과 코끝에서 느끼는 그 향기를 말이다. 그 순간 커피향과 함께 마음의 여유와 행복이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