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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j Aug 26. 2024

감정의 역습


누군가의 글에서 감정 청소란 말을 읽고는 공감 되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집안을 깨끗하게 먼지를 털어내는 청소처럼 감정도 청소와 먼지가 필요할지 모른다.


감정 소모를 많이 하는 직업을 가진 감정 노동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사를 종종 접한다. 무릎을 꿇게 했다는 기사부터 갑질 사례 등까지.


두 주 전부터 시작된 한 드라마에서도 백화점에서 일하는 화장품 매장 직원에게 한쌍의 남녀가 찾아와 몇 개월 쓴 화장품 때문에 여자친구 피부에 트러블이 생겼다고 환불을 요구하며 난동을 피우는 장면이 나왔다. 영업 방해와 영업 손실까지 묻겠다며 사장인 여주인공의 사이다 전개로 고객들이 환호했다. 현실에서 이런 일이 실제 일어난다면 고객을 응대하는 직원들의 감정은 크게 다치고 스트레스와 후유증은 클 것 같다.


마트에서 일하는 지인 이야기를 들어보면 별 고객이 다 있다고 한다. 고기를 사서 다 먹고는 그 고기 때문에 탈이 났다고 배상을 요구해서 등급이 좋은 소고기로 잔뜩 배상받은 사람 이야기부터 당도가 떨어진다며 절반 이상 먹은 과일을 환불하는 소동부터 진짜 가관도 아닌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고 한다.


세상엔 별별 사람이 다 있다. 상식을 벗어난 사람부터 인간 같지도 않은 사람. 도리나 예의를 밥 말아먹은 사람. 남에게 피해주고 적반하장인 사람 등등 사람들을 응대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그들에게도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심리치료 등 적절한 보상이 필요할 것 같다. 소비자나 고객이 왕이란 인식에서 벗어나서 정당한 절차나 메뉴얼로 그들을 보호하는 절차가 말이다.


감정 노동은 직업 외에도 일어날 수 있다. 가정에서도 가족들 사이에서 참기만 하며 감정을 소진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폭발해 버리는 일을 본 적 있다. 우울증이 찾아오거나 자신을 학대하거나 낮아지는 자존감을 경험하는 등 감정의 역습을 당한다.


일방적으로 강요 당하는 희생. 부모님 간병으로 지친 어르신. 남편과의 불화. 아들과의 갈등. 친구나 지인 사이의 불협화음 등 살면서 인간관계나 생각. 의견 불일치로 인한 감정 소모가 원인이다.


한 친한 지인 분은 90세 치매 노모를 집에서 돌보는 일로 큰 스트레스를 받고 계시다. 남편이 절대 요양원은 안 된다며 강하게 고집하셔서 몸도 마음도 지치셨다. 부인을 조금만 더 생각하신다면 좋을 텐데 참 안타깝다. 그래도 말없이 감당하시지만 목욕만은 이제 체력이 안 되신다고 하면서 남편 분께 맡겼다고 하셨다. 중증 치매에 과격한 치매 시어머니를 돌보시며 쌓이는 스트레스로 지칠대로 지치신 그 분의 체력과 감정은 누가 보상해 줄까 싶어서 건강이 몹시 염려된다.


예전엔 싫은 일도 말없이 참고 하던 일이나  되도록 맞추고 양보했던 일들도 나이가 들면서 이젠 나를 좀 더 생각하기로 했다. 싫은 일은 되도록 피하고 잘 맞지 않는 사람과는 거리를 둔다. 맞추며 애쓰던 내 감정을 소모 하면서까지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이젠 배제시켰다. 물론 내 감정도 남에게 알아달라고 바라지 않으면서 조금씩 감정 정화를 해나가고 있다.


글쓰기는 감정을 청소하고 정화시키는데 안성맞춤이다. 허투루 보내던 시간도 줄고 잠깐이라도 남는 시간이면 글을 쓰면서 감정을 돌아보고 자신을 돌이키면서 묵혀 있던 감정이나 찌꺼기처럼 남아있던 정체모를 감정들까지 쏟아놓는다. 알게 모르게 쌓이던 스트레스가 훨씬 줄었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방법이다.


어떤 식으로든 자기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지친 감정에서 벗어나 마음의 위안과 안정을 찾아 감정의 역습을 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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