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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j Aug 26. 2024

사랑하며 살 이유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김현승 시인의 유명한 <가을의 기도> 의 두 번째 단락이다. 가을이 오면 가장 먼저 떠오른 시로 오직 한 사람을 사랑하며 시간을 잘 가꾸어 아름다운 열매를 맺으라고 말한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열매를 맺는 것처럼 큰 가치가 있다.


가을은 높아가는 하늘 만큼이나 사색하고 낭만을 누리기에 적당하며, 사랑하기 딱 좋은 계절이다. 사랑은 가장 위대한 단어라고 한다. 사람들을 울고 웃고 만들며, 불행하게도 행복하게도 하고, 허하게도 기운 넘치게도 하는 참 복잡미묘한 것이 사랑이다.


아들들이 연애를 하고 결혼 날짜를 잡았을 때 확신이 있는지 물었다. 다른 사람은 만나볼 생각은 전혀 안 들었는지 은근히 떠보기도 했다. 여기까지 오는 것도 힘들어 이제 편안해졌는데 그 힘든 걸 왜 또 다시 하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랑한다고 모든 게 완벽히 맞을 순 없다.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고 다름을 인정하며 맞춰가는 것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일방적인 헌신을 강요하거나, 자신에게만 맞춰달라고 해선 안 된다. 그런 사랑은 오래 지속되기 힘들다.


누구나 사랑을 추구하며 사랑 받기를 원한다. 충분히 사랑 받지 못한 이들은 결핍을 경험하고, 그 결핍은 바른 인격을 형성하기 어렵게 한다. 특히 어릴 때 부모님의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산만하거나 과격하거나 불안을 경험하며 심리적 안정을 얻기 어렵다. 부모와 애착 관계가 잘 형성되어야 아이들은 그 애착으로 세상과의 관계를 넓혀나가며 다른 사람들을 신뢰하게 된다. 이처럼 사랑은 인격 형성에 영향을 준다.


사랑을 받은 사람은 그 사랑을 주변에 흘려보낸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에서 어린 장발장이 빵 한 조각을 훔쳤다는 이유로 감옥에서 19년을 지내고 나온 뒤에 세상에 대한 분노와 증오로 가득했던 그를 새 사람으로 바꾼 건 미리엘 신부님의 너그러운 사랑과 용서였다. 신부님께 받은 은촛대로 마들렌이란 새로운 신분을 얻게 되고 죽어가는 팡틴의 딸 코제트에게 그 사랑을 흘려보내면서 자신의 딸로 키워 아름다운 여성으로 자립시킨다. 이처럼 사랑은 사람을 크게 변화시킨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란 톨스토이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날개가 꺾여 땅으로 내려온 천사 미하엘에게 세 가지 물음에 답을 알아오게 한다. 천사는 "사람 안에는 무엇이 있나" 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에 대한 질문의 답이 사랑이란 걸 알게 되어 다시 하늘로 올라간다. 이처럼 사랑은 때론 불가능한 것을 가능케 한다.


세상에 베푼 긍휼과 온정의 사랑, 자식에게 거저 사랑과 희생을 다하는 부모님의 헌신적 사랑, 서로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콩깎지가 씌인 연인의 사랑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사랑이다. 주변 뿐 아니라 세상을 향한 사랑으로 확대되어 기부와 봉사로 이어지는 사랑도 많다. 독거 노인, 장애인, 불우한 환경의 아이들 등 소외된 이웃들에게 사랑을 베푸는 이들이다. 이처럼 사랑은 사회를 변화시킨다.


사랑 받는 자는 나누고 베풀 줄 안다. 받기만 하고 주는 데 인색한 사람은 지금은 편히 살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주변에 사람들이 떠날 수 있다. 물질로 나누는 것이 아닌 먼저는 관심을 갖고 마음을 나눠야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처럼 사랑은 명사가 아닌 동사이다.


사랑하며 살 이유는 충분하다.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 사랑이 주는 행복은 물질이 주는 행복과 다른 감동이 있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며 나누는 조그만 사랑에도 큰 위안과 행복을 준다.


가을은 사랑하기 좋은 계절이다. 유독 더 짧게 느껴지는 이 가을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사랑을 전하고, 먼저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면서 마음이 풍요로운 사람이 되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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