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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j Aug 27. 2024

우아한 속임수. 그 상처

ㅡ'우아한 거짓말'ㅡ


 <우아한 거짓말> 은 주인공 천지가 겪은 아픔과 극단적 선택을 다룬 김려령 작가의 유명한 소설이다. 영화화 되었을 정도로 그 주제에 무거운 무게감이 실렸다.


 밝고 강했던 중학생 천지는 화연이란 친구에게 교묘하게 괴롭힘을 당한다. 화연은 처음부터 천지에게 서스름없이 다가와주면서 잘 맞는 친구였다. 그러다가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며 천지를 괴롭히고 따돌리기 시작한다. 생일 파티에 3시간이나 늦게 초대해 먹다남은 음식을 먹게 하면서 모욕감을 주고 천지의 아빠가 자살했다는 소문을 퍼뜨려 친구들의 수군거림의 대상이 되게 만든다. 뒷담화를 하며 은근히 따돌림을 주도하던 화연이 준 상처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그 선택밖에는 할 수 없었을까. 도움의 손길을 왜 내밀지 않았을까. 상처에 찢기고 상한 마음은 천지를 나락으로 빠뜨렸을 때 왜 가족은 눈치채지 못했을까. 가족이라도 그 마음을 속시원히 털어놓고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가까운 친구가 손을 내밀어 따뜻하게 위로해주었다면 그렇게 짧은 인생을 살지 않았을 텐데. 꽃도 피워보지 못한 천지의 젊음과 꿈이 너무 아깝다.


 천지가 죽은 후 언니 만지는 동생의 죽음 이유를 파헤치며 왕따의 진실과 마주친다. 그리고 천지의 힘들었던 마음. 친구를 용서하겠다는 말.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말 등의 유언이 담긴 다섯 개의 털실 뭉치를 발견한 후에야 동생의 견디기 힘들었던 아픈 상처를 헤아린다.

 천지는 믿었던 친구에게 당한 배신감. 수치심. 억울하고 비참하고 원망스러운 마음을 이겨내지 못 했다.


 천지를 꺾어버린 화연의 진심은 무엇이었을까. 화연이가 천지를 왜 그렇게 미워했을까 생각해보니 천지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왕따 시키고 교묘하게 괴롭혀도 당당하게 대처하며 자존심을 지켜냈다. 자신과 다르게 자존감이 높은 아이였다.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천지의 천진난만함이 자기와 비교되고 상처 입히고 싶은 질투의 마음이었다.


 화연이는 어릴 때부터 중식당을 운영하는 부모님이 사랑으로 애지중지 키우기엔 너무 바쁘셨다. 버릇없는 화연이의 잘못을 가르치고 바로 잡아주고 사랑으로 다독이고 보듬어주기 보단 돈으로 보상하고 키우려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부모의 양육방식은 아이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문제 아이 뒤에는 문제 부모가 있듯이 말이다.

 화연은 부모님의 가게 장사를 못하게 방해하면서 엇나간 행동까지 친구 천지에게 한 것 만큼이나 어이없이 한 행동은 부모에게도 큰 상처를 남겼을 것이다.


 마지막에 자신은 힘들고 상처받아 고통스러웠어도 엄마에게 미안하고 사랑한다는 말과 화연에겐 원망하면서도 용서한다는 봉인된 쪽지에 마음이 아팠다. 화연은 이제라도 자기 잘못을 평생 후회하며 천지 몫까지 바르게 제대로 살아야 할 것이다.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만은 살 수 없다. 세상엔 아직 경험해봐야 할 일이 너무 많은데 너무 쉽게 생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힘들어도 이겨내고 책임질 일은 책임지고 절대 어떤 이유로든 왕따나 학교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다. 점점 강력해진 제도와 처벌로 바뀌면서도 여전히 근절되지 않는 문제가 해결되어 밝고 건강한 청소녀기를 지내고 사회에 바르게 안착하게 되기를 바란다.


 거짓말로 남을 속이고 상처 입혀서는 안 된다. 거짓말은 어떤 경우든 아무리 포장해도 우아할 수 없다. 비겁하고 교묘하게 속이 뻔히 드러나고 잘못을 하고도 뻔뻔하며 철면피한 것을 보면 사람 마음은 참 알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 진실되게 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상처받으면 아픈 만큼 남의 아픔도 헤아려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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