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예순으로 접어든 작가 윤영미 아나운서님의 수필집에선 평범한 이들의 현실적 삶을 잘 보여주었다. 수필집의 제목도 "놀 수 있을 때 놀고, 볼 수 있을 때 보고, 갈 수 있을 때 가고" 부제로는 "인생, 지금이 중하다" 이다.
"일상이 기적, 오늘은 플러스 데이, 열심이라는 덫, 질투는 자신의 족쇄, 외모보다 표정, 버리는 게 남는 거, 인생은 렌트, 삶의 태도, 변한 건 나, 나부터 잘하자, 마지막으로 어쨌든 사랑 등"
짧지만 마음에 새겨지는 글이 많았다. 특히 다음은 없다는 모토로 지금, 현재 마음이 행하는 대로 발길을 향하고, 눈길이 향하는 대로 걸음을 옮기라고 조언한다.
가고 싶으면 지금 가자.
보고 싶으면 지금 보자.
하고 싶으면 지금 하자.
먹고 싶으면 지금 먹자.
사실 말이 쉽지 어려운 일이다. 막상 가려면 미리 해두어야 할 일들이 생기고, 보고 싶어도 시간과 여건이 맞지 않으면 볼 수 없고, 하고 싶은 일이 많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미룰 수밖에 없다. 먹고 싶으면 지금 먹자 만큼은 당장 쉬울지 모른다.
자연도 때가 있듯이 미루지 말고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란다. 제주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면서 제주 라이프와 영미 투어, 영미 상회. 강연 등을 하시는 작가님이 벌써 예순이란 나이에 놀랐다.
나이 예순, 어찌 보면 5년만 더 지나면 무임 승차가 가능할 나이이다. 서글퍼질 수도 있지만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활동적이고 유쾌. 통쾌, 상쾌하게 살고 있는 작가님을 보면서 오십 중반인 내가 예순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 주셨다. 지금 즉시, 하고 싶은 일을 옮기면 된다. 인생, 지금이 중하다. 다음은 없다.
특별해 보이는 아나운서의 삶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심플해지는 통장의 잔고를 걱정하는 모습도 같다. 누구나 퇴사 후 노후를 걱정하고 나이가 들면서 가중되는 삶의 무게를 고민한다. 먹고사는 문제를 걱정하는 것은 모두 마찬가지이다. 먹고살기 위해 달리면서 자녀를 키워내고, 고생을 감내하면서 상념과 주름은 깊어지지만 그 일은 위대하다고 말한다.
젊을 땐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해 달려왔고, 가정에서 아이들을 잘 건사했고, 자식들이 독립하고 새로운 둥지를 틀면서 이제 좀 한가해졌을 땐 건강과 노후를 걱정하는 것이 인생이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심플해지는 통장은 누구나의 고민거리이다. 통장 잔고가 여유있었을 땐 망설이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것과 누군가에게 베풀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뿌듯했다. 남편의 직급이 오르고 아이들이 대학을 가면서 교육비가 지원되자 제법 여유가 생겼다. 6년 전 남편이 퇴사하면서 퇴직금과 명퇴금으로 노후 대책을 해두었어도 목돈이 들어올 일이 없어 통장은 다시 심플해졌다. 그에 맞춰 쓰면 되니 큰 걱정은 안 했는데 두 아들이 1년 사이로 장가를 가면서 만만치 않은 결혼 비용에 그야말로 심플을 넘어 마이너스가 되었다.
경제적 심플함을 그렇다 치고 나이가 들수록 여러 부분에서 심플함이 필요하다. 옷장의 옷들도, 자질구레한 짐들도, 인간관계도 심플해져야 한다. 조금씩 정리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무겁고 구태의연하게 놓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
특히 글이다. 너무 장황하다. 심플해지려고 애써도 어렵다. 심플한 글을 보면 짧고 강하면서 매력이 있다. 사람을 끌어들이고 마음을 움직이고 집중하게 한다. 미사여구 없이도 말이다. 내 글은 단순하고 설명하려고 한다. 어려운 어휘를 잘 쓰지 못한다. 그저 마음 가는 대로 편안하게 쓴다. 누군가에게 평가받으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자기만족으로 글을 쓰지만 사실 기교와 훈련, 습작이 더 필요하다.
쓰는 글마다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놓치지 않고, 울림을 주는 글을 쓴다면 좋겠지만 그게 언제나 가능해질까. 마음도, 뇌도 모두 심플해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