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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j Oct 02. 2024

부부=신뢰

부부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이다. 신뢰가 깨지는 순간 부부 사이는 금이 가고 한번 깨진 조각을 다시 붙이기는 힘들다.


부부 문제는 부부만 안다는 말이 있다. 사실이다. 겉으로 잉꼬 부부 같던 부부도 사실 쇼윈도부 부부였다는 사실에 놀라고, 금슬 좋은 줄만 알던 부부가 서로 외도를 하고 있고, 다정하던 부부 사이에 가정 폭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졸혼과 이혼을 하는 등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를 일들이 부부 사이엔 특히 많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굿 파트너> 와 최근 읽은 조우성 작가님의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 는 에세이 중에서도 배우자의 외도로 신뢰가 깨진 일들을 보며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왜 그 마음이 변질되어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는 건지 '에효~' 하며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드라마의 작가님도 실제 이혼 전문 변호사시고 책의 작가님도 25년 차 변호사님이라 드라마를 보고 책을 읽어본 사람은 알 테지만 실제 이야기라서 더 리얼리티했다.


드라마에선 잘 나가던 이혼 전문 변호사가 남편의 외도로 이혼 소송을 진행하면서 양육권 싸움을 하는 사건이 나온다. 변호사로 바쁜 아내를 대신해서 딸의 육아를 도맡던 남편이 지쳐가면서 아내와 친밀한 여자와 외도를 하고 두 집 살림까지 하다가 결국 들킨다. 아내는 딸아이 때문에 이혼을 하고 싶어하지 않았지만 뻔뻔하게 먼저 이혼을 요구하던 남편이 양육권까지 가져오려고 하자 소송으로 이어진다. 딸이 엄마를 선택함으로써 아빠가 소송에서 졌지만 아빠이기를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며 남편에게 좋은 아빠가 될 기회로 언제든 만날 수 있게 허락한다.


아빠와 유독 친밀했던 딸이여서 아빠를 더 용서할 수 없었지만 그 빈자리가 너무 컸는지 오열하는 장면이 마음 아팠다. 부모의 이혼은 아이에게 씻을 수 없는 커다란 상처를 남긴다. 어른들의 잘못된 선택과 행동은 자녀들에게 큰 혼란을 주고 가족간의 신뢰가 깨지지만 또 다른 형태의 가정으로 살아간다는 아픈 상흔을 남겼다.


에세이에서는 대출 과정에서 고객에게 3천 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은행 지점장 남편을 무한 신뢰하던 부인 이야기가 나온다. 부인은 남편의 결백을 증명하려고 변호사를 만나고 뭐라도 도움되는 것을 찾으려고 공무용 차안을 살펴보다가 남편이 돈을 받은 증거와 내연녀에 그 돈으로 비싼 선물을 주고 여행까지 다녀온 것을 알고 남편의 위선에 치를 떤다. 결국 부인은 법정에서 남편에게 불리한 증언을 해서 진실은 밝혀지고 남편은 구속되며 이혼 결심까지 하게 된 사건을 소개했다. 글의 제목은 '남편의 완벽한 가면' 이었다.


두 부인이 당했을 심적 고통을 상상하면 아무리 강심장이고 너그러운 사람이라고 해도 용서하지 못할 것이다. 부부는 누구보다 존중과 신뢰의 관계이다. 모든 걸 함께 공유하진 않더라도 서로 침범하지 않는 영역과 존중할 건 존중하되 절대로 추악한 비밀을 만들어선 안된다.


혼자가 아닌 둘이기에 외롭지 않고 협력하며 자녀들을 잘 키워낸 가장 친밀하고 가까운 사이가 부부이다. 물론 모두 그렇진 않더라도 이제 몸도 마음도 약해지고 자녀들이 독립할 때 옆에 남는 사람도 부부 뿐이다. 아름답게 해로하고 싶다면 부부=신뢰라는 공식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 그건 의리이자 소중한 약속이며 행복의 지름길이다.


류시화 시인의 <물안개>란 시가 떠오른다.

"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사랑은 그 후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안개처럼

몇 겹의 인연이라는 것도

아주 쉽게 부서지더라"


부서지지 않는 사랑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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