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페쉐(Leggenda di Colapesce)의 전설
인간에게 바다는 경이롭고 신비로운 공간이지만, 동시에 두려움과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존재이기도 하다. 시칠리아 사람들은 그 바다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살아왔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는 오랜 세월 전해 내려오는 바다의 전설이 있다.
그 것은 바로 ‘콜라페쉐(Leggenda di Colapesce)’의 이야기다.
전설에 따르면, 콜라페쉐는 메시나 근처에 사는 어부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그의 이름은 니콜라(Nicola)였다. 사람들은 그를 ‘콜라페쉐(Cola pesce)’, 즉 ‘물고기 같은 니콜라’라고 불렀다. 그는 마치 바다의 일부가 된 듯 물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쳤으며, 누구보다도 깊은 곳까지 내려갈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바닷속 생물들과 교감하고 신비로운 해저 세계를 탐험했으며, 때때로 숨겨진 보물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칠리아의 왕(프리드리히 2세 혹은 다른 왕)은 그의 놀라운 재능에 대해 듣고 직접 시험해 보기로 했다.
왕은 보물을 깊은 바닷속으로 던지며, 그것을 찾아오라고 명령했다. 콜라페쉐는 주저 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었고, 누구보다도 깊은 바다로 내려갔다. 그는 보물찾기에 성공하지만, 깊은 심연 속에서 믿기 어려운 광경을 목격했다. 깊은 바다 밑에는 세 개의 거대한 기둥이 시칠리아 섬을 받치고 서 있었는데, 그 기둥중 하나가 심하게 부서지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그 기둥 하나가 완전히 무너져 버린다면, 그의 고향 시칠리아는 바닷속으로 가라앉을 운명이었다.
놀란 콜라페쉐는 급히 수면 위로 올라와 왕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 하지만 왕과 궁정 사람들은 그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아무도 이 위태로운 현실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깊은 고민 끝에, 콜라페쉐는 결심했다. 만약 아무도 시칠리아를 지탱하는 기둥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그가 직접 기둥이 되어 바닷속에 남기로 한 것이다.
청년은 다시 한번 깊은 바다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 다시는 물위로 올라오지 않았다.
그 후, 콜라페쉐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람들은 콜라페쉐가 바다 깊은 곳에서 시칠리아를 떠받치고 있다고 믿는다. 그의 희생이 아니었다면, 섬은 이미 파도 아래로 사라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오늘날에도 시칠리아 사람들은 그를 기억하며 바다를 바라본다.
활화산과 지진 그리고 거친 파도를 이겨내며 살아가야 했던 사람들. 그들이 오랜 세월 자연과 맞서 싸우며 생존할 수 있었던 힘과, 수많은 외세의 침략 속에서도 굳건히 버텨온 시칠리아 사람들의 정신은, 이 전설 속 청년의 모습과 닮아 있다.
나는 시칠리아 출신의 소설가 까멜라와 이 전설에 대해 메일을 주고받았다. 그녀는 어린 시절, 할머니에게서 콜라페쉐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어느 추운 겨울밤, 할머니댁에서 시칠리아 전통 난로인 ‘콘카(conca)’ 앞에 앉아 몸을 녹이며 듣던 이야기. 어린 까멜라는 용감한 청년의 이야기에 눈을 반짝이며 귀를 기울였다. 할머니의 이야기가 끝나자,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할머니, 콜라페쉐는 정말로 있었던 사람이에요?”
그러자 할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건 나도 모르지. 하지만 중요한 건, 우리가 무엇을 믿고 있는가 란다.”
까멜라는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듣던 그 날 밤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어쩌면 할머니는 이 전설을 통해 용기와 희생, 그리고 공동체를 위한 사랑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힘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시칠리아의 바다는 여전히 푸르고, 전설은 오늘도 그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