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파도 탄다
오빠라는 호칭은 내 오빠가 유일하다며 철벽을 둘려 놓은 다음날 아침,
어 어 어 이상하다.
감정이 파도타기 시작하였다.
나의 고요한 바다에 난데없이 선배들이 들이닥친 것이다.
등교할 때마다 마주쳐야 하는 저승사자들, 라떼는 그랬다.
꼭두새벽부터 교문 바로 안에서 완장을 찬 선도부 선배들이 쭉 늘어서 복장검열을 하였다.
장부를 손에 든 선배들 위엄이 대단했었다.
만원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서로가 서로의 거울이 되어 구겨진 옷주름 펴고, 헝클어진 머리 정리하고,
배지와 명찰이 정확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들어갔었다.
A선배가 번쩍인다.
어제도 그제도 선배가 교문을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선배는,?????
선배가 시야에 들어온 순간부터 심박수는 빨라지고 다리에 힘이 풀려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들었다.
하룻밤사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열중쉬어 자세로 떡 버티고 있는 선배를 지나야 한다.
그 많은 자리 중에 하필 1학년들이 지나는 곳에 서있는 선배, 나를 엿 먹이는 것이냐.
가자 가자 가자,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위풍당당하던 두 눈이 심하게 흔들리며 아래로 향하여 누런 땅을 헤집었다.
얼굴은 화끈화끈 다리는 후들후들, 간신히 교실에 들어갔었다.
친구가 말을 걸었다.
"미경아, 어디 아프나?"
"얼굴이 왜 그리 빨갛노?"
"아니, 아픈 곳 없는데"
관심 없다 해 놓고 내숭도 아닌데 어이가 없어서 책상에 엎드렸다.
'나, 열나는 것 같아'
A선배의 동생이 같은 반이었다.
아침자습이 시작되기 전 책상으로 다가와 푸념을 늘여 놓았다.
오빠가 말이지,
덜렁되는 나를 보며 네 반 부반장 좀 닮을라고 그런다.
집에서 너 말만 해.
심지어 밥 먹을 때도 그래.
오빠가 시도 때도 없이 네 말을 하니, 우리 부모님도 너에 대해서 물어봐.
쳇, 짜증 나!
그렇다고 미경이 네가 싫은 건 아니야.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오히려 내가 미안하게 되었다며 친구의 하소연을 끝까지 새겨 들었다.
운동장을 쩌렁쩌렁 절도 있게 호령하던 A선배,
각 잡힌 어깨에 올곧은 풍채 하며 삼천리가 화려강산이었다.
내가 여태 보아 온 동기들이랑 선배들과는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