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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 빨간 쿼카 Feb 02. 2024

볼 빨간 쿼카의 병가일지

EP.37- 2023을 보내며

오늘은 올해를 ‘마무리’한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하루였다.


첫 번째는 상담사님과의 상담을 마무리했다. 올해만 벌써 상담사님을 열 번째 만나는 날이다. 처음에는 5회기만 계획되어 4회기 즈음 연장여부를 선생님과 이야기하게 됐는데 병가 이후도 함께 이야기 나누며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연장을 부탁드렸고, 교권보호센터에서 승인이 나서 10회를 만날 수 있었다. 작년부터 내가 힘들 때마다 적절한 공감과 적절한 이야기를 해주시던 상담사님. 내가 만나본 상담사분들 중에선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나에게 필요한 상담사님이라는 생각이 드는 분이었다. 그래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상담사님과 상담을 진행하게 되었다. 작년에는 아픈 나의 상태를 잘 들여다보고, 관찰하며 내가 어떤 상태일 때 스트레스 상황인 것인지 살펴보고 이야기했다면, 올해는 내가 신체적 반응이 오는 상황들을 분석해 보았다. 또한, 내가 그와의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감정에 휩쓸려 내가 이 과정을 통해 하고자 했던 목표를 잊고 있게 될 때면 분노를 표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와 분노 상황을 잘 해결해서 단단해질 수 있도록 살펴주셨다. 그리고 상황에 맞게 잘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적재적소에 알려주셨다.

트렌디한(?) 사고를 연속 2년으로 겪어버렸지만 상담사님과 함께여서 길을 잃지 않고 좀 덜 아프게 이 과정을 지낼 수 있었다. 힘들었지만, 내가 전보다 단단해졌다는 것은 어떻게 표현할 순 없지만 나 스스로 느껴진다. 상담사님과 올해 마지막 상담을 마무리하며 서로 내년에는 안 볼 수 있기를 기원하였다. 하지만, 상담사님을 다시 보게 되는 일이 생기더라도 이 전보다 힘들거나 두렵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두 번째는 올 한 해 동안 동료들과 함께한 밴드 동아리를 마무리했다. 한 달에 한 번, 각자 맡은 악기를 연습해서 합주하며 맛있는 것을 먹었던 동아리. 이 동아리 덕분에 드럼도 도전해 보고 올해는 드럼 공연도 할 수 있었다. 드럼 공연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하게 되었지만 올해를 돌아볼 때 가장 뿌듯한 일이 되었다. 오늘은 맛있는 것을 먹기로 했다. 12월엔 캐롤 합주를 해볼까 했는데 부상과 기타 등등의 사정으로 합주는 못하고 오랜만에 얼굴을 보기로 했다. 6주 동안 못 만났는데 어제도 만난듯한 친숙함이 느껴졌다. 내년에 밴드 운영은 어떻게 할지 이야기도 하고 실없는 이야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모임 장소는 횟집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멍게는 움직이는가?’라는 질문이 나왔고 궁금함에 찾아보다가 멍게는 아기일 때 돌아다니며 정착할 곳을 찾다가 정착할 곳을 찾으면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움직이지 않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정말 정말 귀여운 사실을 하나 더 알게 되었다. 아기 멍게가 정말 정말 귀엽게 생겼고, 영화 ‘포뇨’에 나온 포뇨의 동생들과 닮았다는 사실이었다.

아기 멍게(왼쪽)와 포뇨 동생들(오른쪽)

이제 아기 멍게는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정말 귀여운 생명체가 성장하여 아주 다른 모습이 되다니 정말 생명의 신비다. 귀여운 사실과 함께 또 다른 실없는 이야기를 하며 2023 밴드 동아리도 마무리했다. 근무지는 옮기지만, 이사 가지 않으면 동아리에 합류하기로 하면서 말이다. 남은 한 해도 하루하루 잘 마무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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