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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남호 Nov 29. 2023

i2. Sharing is convincing

PART i. 자율 주행을 추앙하다

Photo: Hailing in the city by Asim Bharwani under CC BY-NC-ND 2.0 DEED 


현재 자율 주행 서비스의 보급 형태는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확장하고 있지만 크게 보면 소유 (Owning)와 공유 (Sharing), 둘 중 하나의 범주에 속한다. 미래 자율 주행 서비스 시장에서 어느 것이 지배적 형태가 될 것인지는 오직 시간만 알고 있다.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시장 수요가 이 두 점 사이를 오가다 한 균형점으로 시나브로 수렴할 것이라는 어렴풋한 예측은 가능하다.


자율 주행 자동차 (Autonomous Vehicle, 이하 AV)의 보급 속도와 양상은 결국 시장의 선택에 달렸다.


자동차 자가 소유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자율 주행 보급 형태는 당연히 자율 주행 기능이 탑재된 자동차를 개인이 소유하는 것이다. 자가 소유는 소유와 수집을 갈망하는 인간 본능에 가장 충실하고 매력적인 자율 주행 보급 형태다. 현대의 교통 문화, 교통 법규, 교통 행정은 한 세기가 넘게 자동차 소유를 근간으로 한다. '승용차 = 소유물'이란 인식은 이미 우리의 무의식과 삶에 깊숙이 내재되어 있다.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현대인에게 자동차는 TV, 세탁기, 냉장고만큼 삶에서 뗄 수 없는 존재다. 승용차는 개인의 삶에 시공간적 자유를 선물한다.


자율 주행 자동차의 자가 소유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가장 원하는 자율 주행 서비스의 미래이기도 하다. 자가 소유 모델의 성공에 가장 적극적인 회사는 역시나 테슬라다. 테슬라 모델은 이미 '오토파일럿'과 'FSD'에 의한 준자율 주행이 가능하다. 이로 인한 사건사고로 해결해야 할 난제가 아직 많이 남아 있긴 하지만 자동차 소유를 통한 자율 주행 서비스 구매는 이미 진행형이다.


자율 주행 기술이 세상에 약속했던 목표가 상당수 현실화 된다면 개인이나 법인의 자율 주행 차량 소유를 통한 자율 주행 서비스 대중화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생산성 향상, 원가 절감, 업무 효율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기업과 기관 구매자가 앞다투어 자율 주행 차량을 구매할 것이다. 이를 통해 자율 주행의 이득을 목격한 경제적 여유 계층도 구매 대열에 동참할 것이다. 기술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자동차 하드웨어가 업그레이드될수록 이전 모델이 중고 시장으로 풀려 차위 계층으로의 하향식 확산도 늘어난다. 이때가 되면 사람들은 자율 주행 자동차 구매도 기존 자동차나 내구재를 구매하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활동으로 느낄 것이다.


그러나 소유 모델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가장 큰 제약 조건은 도로가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차량 수의 한계다. 이 물리적 한계는 도로 자체를 변형하지 않는 한 쉽게 해소될 수 없다. 도로 교통의 비효율성은 제한된 도로 공간을 통해 대다수의 사람들이 동시에 출퇴근하고 동시에 나들이 떠나는 현대인의 생활 패턴에서 비롯된다. 이 패턴의 흑백을 바꾸면 대다수의 차량은 동시간대에 멈춰 서 있다. 각각의 차량은 승객의 목적지와 필요에 따라 제 각각 속도와 경로를 바꾸고, 이는 도로 시스템 안의 모든 차량에 영향을 준다. 최악의 경우 시스템 전체가 데드록 상태에 이른다. 자동차 소유가 많아지면 과밀 혹은 포화 문제가 빈번해진다. 이를 위한 해결책은 도로 확장을 통한 수용 한계 늘리기뿐이다.


자가 소유 모델은 교통량을 늘릴 뿐만 아니라 주차 공간 수요도 높인다. 쇼핑, 외식, 문화, 여행, 의료, 비즈니스, 행정 등, 현대인은 일상의 거의 모든 목적지에 주차 공간이 있기를 원한다. 교통 혼잡을 해결하기 위해 도로를 확장하면 더 많은 교통이 유입되고 그에 따른 주차 수요가 추가적으로 발생한다. 현대 도로 교통에 나타나는 고질적인 악순환이다.


모든 도로를 첨단 자율 주행 차량으로 채운다 하더라도 이 모든 사실엔 흔들림이 없다. 지금 당장 개인 소유의 모든 자동차를 자율 주행 자동차로 일대일 대체한다 하더라도 도로 교통의 고질적 악순환은 여전히 그곳에 있을 것이다. 거리와 고속도로는 여전히 특정 시간대에만 몰리는 자율 주행 차량으로 가득 차 있을 테고, 승객을 내려놓은 후 쓸모를 다한 자율 주행 자동차의 대부분은 주차장에 모셔져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꿈꾸는 자율 주행의 위력을 실로 만끽하려면 1) 차량의 절대 수를 줄이고,  2) 차량의 소유 vs. 공유 비율을 현재보다 공유 쪽으로 더 많이 기울여야 한다.


이 같은 소유 모델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구독 모델이 제안되고 있다. 구독은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일정 기간 액세스 권리 비용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소유자처럼 이용하는 모델이다. 자율 주행 맥락에 적용될 수 있는 구독 모델 형태는 자율 주행 임베디드 차량을 구매하고 자율 주행 기능만 구독하는 형태와 자율 주행 차량 자체를 구독하는 형태, 이 두 가지다. 예를 들어, 테슬라의 FSD 옵션은 전자의 평생 구독 형태에 해당한다. 후자는 FSD 임베디드 테슬라 렌터카를 빌려 쓰는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구독 모델은 준소유 형태이므로 차량의 절대 수 감소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일론 머스크는 자율 주행 테슬라가 주인에게 쓰임이 없을 때 스스로 나가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돈을 벌어올 것이기 때문에, 혼잡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개인 간의 AV 공유 서비스를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등장했던 대부분의 개인 간 (P2P) 공유 서비스는 확장성의 한계에 부딪혔고 결국 업자들의 사업 플랫폼으로 변질되는 경향이 있었다. 예를 들어, 개인 간 차량 공유 서비스로 출발했던 우버 (Uber)는 현재 사실상 세계 최대의 개인택시 플랫폼이 되었다. 에어비앤비 (Air B&B)는 더 이상 일반 호텔 부킹 사이트와의 차이가 선명하지 않다. 개인이 P2P 형태의 부업으로부터 발생하는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홀로 감당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내 소중한 자동차를 공유 서비스 시장에 맘 편히 내놓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공유 서비스 시장에서 개인의 활동을 제한하는 관련 법과 규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개인 소유 AV를 기반으로 한 자율 주행 공유 서비스 모델은 자율 주행 서비스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공유하자


자율 주행 자동차의 대중화를 이끌 섹터는 결국 상업적 공유 서비스이다. 자율 주행 공유 서비스 모델의 가장 큰 매력은 서비스 이용자가 혹시 모를 사고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이다. 어떤 기술의 완전 무결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뜻하지 않은 오류로 인한 사고 생겼을 때, 그 책임을 제품의 소유자가 져야 한다는 논리를 달게 삼킬 사람은 많지 않다. 테슬라 FSD 소유자의 법적 위치가 현재 이렇다. 현시점에서 자율 주행 대중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이 부자연스러움이다. 자율 주행의 혜택은 누리되 그로 인한 악성 책임에선 자유롭고 싶은 시장과 소비자의 심리는 너무나 당연하다. 이 문제를 해결할 가장 완벽한 방법은 완벽한 자율 주행 기술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진 아직 갈길이 멀기에 이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은 공유 AV, 특히 AV 라이드 헤일링 (Hailing)이다.


AV 라이드 헤일링은 쉽게 말해 자율 주행 콜택시 서비스다. 우버와 카카오 택시에 인공 지능 드라이버를 얹으면 라이드 헤일링이 된다. 이 같은 AV 라이드 헤일링 서비스는 여러 나라에서 이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아직은 이들 대부분이 서비스 안정화에 애를 먹고 있지만 라이드 헤일링은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초기 자율 주행 보급 형태다. 헤일링을 통해 개인은 언제든 라이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혹시 모를 사고로 인한 법적 책임에서도 자유롭다.


이점에 있어 거대 기관은 자율 주행의 잠재적인 구세주이다. 기관과 대학의 넓은 캠퍼스 구석구석을 순환 AV 셔틀로 이으면 우선 단지 내 교통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승객들은 차량 안에서 숙면, 업무, 라이브 스트리밍 시청이 가능하다. 급박한 준비도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갈 수 있다. 정해진 구간을 반복 운행하는 자율 주행 셔틀은 위험요소가 뒤죽박죽인 일반 도로 주행에 비해 주행 난이도가 훨씬 낮기 때문에 승객들에게 안전하고 안정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다음 셔틀 타임까지 기다릴 수 없는 사람은 늘 있다. 만약 단지 내에 이들을 위한 AV 헤일링 서비스가 있다면, 자율 주행 효능의 확산 속도는 한층 빨라질 것이다.


민간 AV 헤일링 서비스의 성공은 공공 교통에도 직접적인 이익을 가져다준다. AV 라이드 헤일링은 버스로는 부족하지만 택시까진 필요 없는 도심 교통 수요를 훌륭하게 소화할 수 있다. 대중교통 소외 지역도 라이드 헤일링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인구 밀도가 낮은 교외는 그곳을 오가는 대중교통이 충분 치 않기 때문에 대부분 개인 교통수단에 의존한다. AV 라이드 헤일링 서비스를 활용하면 고비용의 대중교통 편성 없이도 이 지역에 효율적인 교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AV 라이드 헤일링 서비스가 자율 주행 수요 전체를 충당할 순 없다. 공유 서비스를 통해 쌓인 AV 기술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AV 소유 경제도 성장할 것이다. AV 공유 서비스 만으로도 충분한 소비자가 많아지면 AV 차량의 개인 구매 수요는 당연히 줄 것이다. 하지만 주말이면 대형 마트에 들러 먹고 쓸 것들을 한 짐 싣고 돌아와야 하는 수많은 가족의 승용차 수요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 정도의 복잡도는 헤일링 서비스가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미래에도 여전히 자동차는 공유 보다 개인 소유 형태가 더 매력적이고 편리한 기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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