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를 원하는 여자와 12시를 원하는 남자

오늘의 촉매제. 관계

by 아홍

시침인 여자와 분침인 남자, 다른 둘이 만나 하나가 되었다.

차가운 도시의 삶을 바라던 여자는 시침바늘의 길이만큼 관계의 범위가 좁았다. 반면, 작은 관계에도 진심인 시골적 삶을 살던 남자는 분침 바늘의 길이만큼 관계의 범위가 넓었다.


하루 24시간 동안 2바퀴만 도는 시침바늘의 움직임만큼 저질 체력의 여자는 나 하나 챙기기도 힘들어 천천히, 쉬엄쉬엄 최소한의 활동만 했다. 반면, 하루 24시간 동안 24바퀴나 도는 분침바늘의 움직임만큼 타고난 체력의 남자는 많은 관계를 가족인마냥 챙기며 열심히 움직였다.


여자는 각자의 삶을 자유롭게 살아가는 6시의 관계를 바랬고, 남자도 그 많은 관계를 이어감에 있어 6시의 관계가 용이했다. 그 둘은 자기만의 속도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함께하는 동반자로서 서로를 끌어주며 시침과 분침의 역할을 잘 수행하며 시계는 제대로 잘 흘러갔다.


그런 남자가 변하기 시작했다. 자식들 옆에 살고 싶어 하던 남자의 어머니가 몇십 년을 살던 고향을 떠나 아들 옆으로 이사를 오면서다. 어느 시골 집성촌의 종갓집 종부로 자신의 삶도 없이 시댁에 종속된 12시의 관계로 평생을 살아온 어머니가 남자를 계속 끌어당겼다. 그리고 여자에게도 본인이 살아온 시대의 삶을 살라고 짐을 지운다.


6시의 관계로 잘 지내오던 남자는, 아들을 옆에서 끼고 살고 싶어 계속 끌어당기는 어머니로 인해 그동안 인지하지 못하고 봉인되어 있었던 집성촌 종갓집이라는 환경에서 자라온 본능이 해제되어 버린다. 남자는 어머니를 향해 차츰차츰 끌려가며, 여자에게도 12시의 관계가 되자고 끌어당긴다. 이런 관계는 대물림 되는 것인가? 어머니가 남자를 자기 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처럼, 남자도 해외로 나가고 싶어 하는 딸을 절대 나가면 안 되고 같이 살아야 한다고 세뇌시킨다.


'효도는 셀프'의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며느리의 효도를 받고 싶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고 싶은 남자의 어머니는 어머니가 살아온 시대, 그 윗 세대, 그 윗윗 세대가 살았던 삶의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고 희생을 강요한다. 시골 집성촌 종갓집 종부로 순응하며 살았던 인생이 맞다고,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걸까? 아님 당신이 고생했으니 당신의 후대도 똑같이 고생해야 한다는 마음이신가?


분침인 남자와 그의 어머니는 계속해서 잡아당기고, 시침인 여자는 순응하지 않으려고 자기 삶을 살아가고자 버티고, 시침이 부러지려 한다. 여자와 남자, 그들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고, 앞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날 것인가. 6시를 원하는 여자는 과연 종갓집 종부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keyword
이전 07화수로 보는 나만의 생일 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