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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의 시간

시 쓰는 이야기

by 오리냥

옥수수란 단어엔 여름이 들어 있다

기다란 초록 잎 위로 쏟아지는 여름 햇살과

바람기 없는 옥수수밭 속으로 내리꽂는 소낙비

옥수수란 단어엔 바지런한 엄마가 들어 있다

어스름한 새벽녘부터

옥수수밭 누비며 몇 번을 들락이던 발자국

갈색 수염 매단 열매 가늠하던 투박한 손끝

옥수수란 단어엔 여름 마당이 들어 있다

눈곱도 못 뗀 아이들 마당에 둘러앉아 옥수수 껍질을 벗기면

귀퉁이엔 무쇠솥과 화덕이 놓이고 그 안엔 활활 타는 장작불

무쇠솥 가득 옥수수 삶아질 때

마당 가득 퍼지는 구수한 냄새


옥수수란 단어엔 엄마의 극성이 들어 있다

삶아진 옥수수 머리에 이고

시장통으로 관광지로 때론 계단 올라 누군가의 집으로

그런 날이면

진통제 없인 잠들지 못하는 엄마의 관절들


옥수수 한 입 베어 물면

엄마의 끙끙 앓는 소리

순박한 아이들의 툴툴거림

마를 날 없던 아버지의 헛기침 소리

알갱이마다 와글와글 요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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