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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냥 Oct 03. 2024

태몽

장애인 가족 이야기

굽이굽이 산등성이를 오르고 있었지

골목길처럼 좁다랗게 이어진 길이었어

길가엔 신발가게가 양쪽으로 쭉 이어졌고

가게마다 형형색색 고운 꽃신이 가득했지

빨간색, 보라색, 남색 등 비단을 씌운 뒤

그 위에 금실 은실로 곱게 수를 놓은 꽃신이었는데

그 고운 걸 차마 신어볼 엄두가 나질 않더라고

다만 맘에 드는 꽃신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한참씩 들여다봤어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내려놓길 반복하면서  

   

일행이 가자고 재촉하면 마지못해 따라가면서도

눈길은 여전히 신발가게를 향했지

그렇게 산을 향해 오르고 또 올랐어

얼마나 걸었을까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이더라고

어느덧 정상에 올라섰지

그곳은 꽃 천지였어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벚나무가 얼마나 많던지

사람들이 꽃길 사이를 천천히 걷고 있더라고

흩날리는 꽃잎에 기분이 좋아 마냥 마냥 걸었지

    

그때였어

어디선가 회색빛 작은 새 한 마리가 내 어깨 위로 내려와 앉은 건

내게 날아온 새가 궁금했어

새가 앉은 어깨 쪽으로 손을 내밀었지

내 손으로 옮겨 앉은 새를 가만히 들여다봤어

그리곤 말했지, 너 참 예쁘구나

그런데 말이지

그 새가  손가락을 냅다 쪼는 거야

어찌나 세게 쪼던지

너무 아파 냅다 손을 털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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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라치며 잠에서 깼어

쪼인 손끝은 생시인 듯 여전히 얼얼하더라고


한날 지인에게 꿈 얘기를 했어

무수한 꽃신 가게가 보였다니까

세기에 한 번 나올 만한 카사노바인가 되려나 보다

그 말이 살짝 귀에 거슬렸지

다른 지인도 말하데

꿈에서 통증을 느끼는 건 안 좋은 거라고


그런데

아이가 장애 진단을 받고 나니

새삼 그 꿈이 생각나는 거야

꽃신의 의미는 무얼까

산 정상까지 오른 건 또 뭘까

벚꽃길엔 또 어떤 의미가 숨어 있나

별 뜻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자꾸 의미를 찾게 되더라고

그래야만 희망을 안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야만 이 아이와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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