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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닭

책 읽는 이야기

by 오리냥 Mar 14. 2025

96. <나는 닭>

정이립 글 * 심보영 그림  /  미래앤아이세움     


  정이립 작가의 신작 『나는 닭』동화책이 드디어 나왔다. 작가와의 인연은 느티나무 도서관 동시 읽는 어른 모임을 통해서다. ‘떠돌이 닭’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기에 이제나저제나 기다리고 있던 차였다. 탄천을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닭이 모티브가 되었다니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나는 닭』은 애완용 닭이 가정집에서 키워지다 버려져 떠돌이로 살아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환희가 다니는 학교에서 발표하기 위해 집에서 아빠와 함께 병아리 부화기를 만들고 부화한 병아리를 키우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다섯 개의 알 중 세 개는 끝내 부화하지 못하고 두 개의 알에서 까망이와 노랑이가 태어난다.

  처음엔 작은 병아리가 삐악 거리는 모습이 귀엽기만 했으나 시간이 지나며 아파트에서 키우기엔 부담스럽기만 하다.

  곳곳에 싸놓는 똥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새벽마다 우는소리로 인해 이웃집에서 민원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환희의 발표가 끝나는 날 아빠는 가족 몰래 닭이 살던 캐리어째 두 시간 거리에 버려두고 떠난다.

  낯선 곳에 떨궈진 수탉 ‘깜’과 암탉 ‘랑’이는 처음엔 자신들을 데리러 오길 기다리나 시간이 흐르며 자신들을 데리러 오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닫게 된다.

  들고양이에게 당할 뻔하고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을 찾아가 새로운 둥지를 만들어 그곳에서 생활한다.

  여름 가을이 지나가고 겨울이 다가올 무렵 폭풍으로 인해 주변이 물에 잠기기 시작하고 깜이는 불어난 물에 휩쓸려 떠내려간다. 야생 비둘기와 오리, 까치 등의 도움을 받아 겨우 살아난 깜이는 랑이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길 꿈꿨으나 노부부의 손에 의해 깜이는 희생당하고 랑이는 동물구조대에 의해 새로운 농장으로 가게 된다.


  이 동화를 읽으며 몇 년 전 닭을 키우던 기억이 떠올랐다.

  근무하는 어린이집에서 아이들과 그림책을 읽다가 병아리가 어떻게 태어나느냐는 한 아이의 질문으로 시작된 병아리 부화시키기. 단순한 호기심으로 부화기를 사들였고 병아리 두 마리를 부화시켰다. 작품 속 환희처럼 처음엔 너무도 사랑스럽고 기특해 날마다 들여다보며 사진과 영상을 찍곤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6개월 정도 지났을 때 냄새가 심해지고 무엇보다도 시끄러운 소리로 인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몇 날 며칠 고민하다가 시골에 계시는 어머님 댁에 보내기로 했다. 토요일 새벽 닭장 채로 들고나가는 남편의 발소리와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고 꼬꼬꼬 소리를 내던 닭울음이 차츰 멀어질 동안 미안한 마음에 한동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이 동화에 등장하는 닭은 실제로 탄천을 산책하다 목격하고 지켜보던 닭이었단다. 사람이 다가가도 겁내지 않던 닭이 몇 달 뒤 보이지 않아 가정에서 키우던 닭이었구나 싶어 안타까웠단다. 이래저래 걱정하던 차에 누군가 SNS에 올린 글엔 탄천 닭은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구조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고 한다.

  인간의 호기심에 의해 태어난 닭의 운명을 다뤘지만 어쩌면 인간이 다른 생명을 대하는 자세를 꼬집는 글일 수도 있다. 교육적이라는 테두리 안의 호기심과 과학이라는 명분으로 만난 예기치 않은 생명은 탄생은 어쩌면 ‘동물들이 고통받지 않고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인 동물권을 침해한 행동일 수도 있다’는 걸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나는 닭』을 읽으며 ‘아리’와 ‘또아리’ 생각이 많이 났다. 부화기를 통해 태어난 내가 책임져야 했을 아이들. 그러나 난 동화 속 환희의 가족처럼 그 순한 눈빛을 외면하고 말았다. 아리와 또아리는 그 새벽 낯선 곳으로 끌려가며 얼마나 당황했을까. 그 뒤로 난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내가 시골에 갔을 땐 이미 그곳에 없었기 때문이다. 작가가 말한 ‘동물권’ 앞에서 양심에 찔려 뜨끔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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