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에서 무작정 워케이션
프리랜싱을 시작한 후 다양한 공간에서 업무를 시도하고 있다.
이번엔 캠핑이다(점점 하드코어로 가고 있다).
군산의 고즈넉한 옛 건물에서 업무시간을 보내고, 탁 트인 바다에서 휴식시간을 보내고 난 후, 정읍에 마음이 참 잘 맞는 지인을 만나러 왔다.
파워J 그녀와 1분1초가 알찬 정읍투어를 하며, 지금 진행하고 있는 의미있고 색다른 일, 앞으로 하고 싶은 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신나게 이야기하고 난 후. 개인 연구소를 운영하는 그녀는 저녁 강연 일정을 위해 사무실로 돌아갔고, 내일까지 마쳐야하는 일이 있던 나는 서울로 돌아갈까, 정읍 어딘가 머물며 업무를 할까 고민했다.
정읍 숙소를 열심히 검색해본다. 작은 무인호텔, 게스트하우스, 한옥, 몇 가지 없는 선택지가 눈에 차지 않는다. 정읍시는 산에 폭 둘러쌓여있다. 자연스럽게 시내에선 조금 떨어진 내장산 쪽으로 지도를 확대해본다. 내장사 가는 길목에 국민여가캠핑장이 보인다. 카라반, 글램핑도 제공하고, 평일에는 가격도 나쁘지 않다. 오늘은 산에 가야겠다. 주저없이 예약버튼을 누른다.
먹을거리를 사러 근처 무인편의점에 들렀다. '무인'인데 주인 아저씨가 어떻게 계산하는지 설명을 해주신다. 정감있는 곳이다:)
컵라면과 맥주와 감자칩을 사들고, 들뜬 마음으로 택시를 불러 캠핑장으로 향한다. 카라반은 처음이라 무척 설레었다.
드넓은 캠핑장이 휑하다. 원래 이렇게 잘 정비된 캠핑장은 너무 인위적이라 좋아하지 않는데, 사람이 없으니 한적하니 꽤 좋다.
체크인 안내를 받고 자전거 열쇠 같이 아담한 키를 받아들고 오늘의 사무실로 출근한다. 이 작은 공간 안에 소파도 있고 벙크침대도 있고 화장실, 싱크대도 있다. 밖엔 나무 테이블과 조명도 있어서 작업도 가능하다.
아침부터 움직였더니 잠도 오고, 잠시 낮잠을 청해본다. 에어컨은 끄고 창문을 활짝 열어 산바람을 들였다. 아침부터 움직여 고단한 몸을 고이 뉘인다. 새소리, 좋다.
쌓여있는 일이 걱정되서 잠이 잘 안온다. 한시간 뒤척이다, 에라이, 그냥 일이나 하자. 노트북과 맥주를 들고 테이블이 있는 데크로 나선다. 딱딱한 나무벤치 위에 방석을 깔고, 테이블 위에 노트북, 맥주, 물병, 마우스를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본다. 우뚝 솟은 산봉우리를 마주한다.
한참 집중의 시간을 보내고나니 어둑어둑 해진다. 카라반에 차양도 있고 LED등도 있어서 밤에도 작업이 가능했다. 와이파이도 잘 터진다. 느닷없이 새하얀 고양이가 슬그머니 다가오더니, 원래 알던 사이마냥 내 다리에 얼굴을 부비며 인사한다. 내 일터를 후루룩 훑는다. 먹을걸 찾는건지.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내 옆에 바짝 와서 앉는다. 이 아이의 따듯한 체온이 전해져온다. 동물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이상하게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업무마치고 카라반 안에 들어와 뜨끈한 컵라면 먹고, 잠자리를 만든다. 오랜만에 한적하고 깜깜하다. 잠결에 들리는 풀벌레소리, 좋다.
캠핑장 출근 한줄평
밤 조명에 작업할 땐 눈이 좀 아플 수 있으나 낮시간에 일하기에 딱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