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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접대와 가격 흥정

손님 접대와 가격 흥정

by 로진

#1 손님 접대(창세기 18장)

성경 창세기(18장)에 아브라함이 천사를 손님으로 대접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나는 아브라함이 특별히 친절한 사람이라서 천사들을 지극 정성으로 대접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원래 유목 민족은 정주민이 흉내 낼 수 없을 정도로 손님 대접에 대한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십수 년 동안 유목 문화를 경험하였는데, 광활한 초원이나 사막에서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너무 어렵다. 그래서 손님은 아주 귀한 존재이다. 어쩌다가 지나가는 나그네를 만나게 되면 천막으로 초대하여(때로는 반강제적으로...)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으로, 최선을 다하여 대접한다. 때로는 몇 날 며칠 함께 머물면서 겪어온 인생 이야기와 세상 돌아가는 정보들을 교환한다.

빵 굽는 유목 여인

< 사람의 존재 가치를 귀하게 여기는 문화, 사람이 사람답게 대접을 받을 수 있는 문화 >


양을 잡아 요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시간 정도이다. (어쩌면 더 빠를 수도 있고) 내가 처음 양을 잡아 각을 뜰 때 약 4시간 걸렸다. 하지만 두 번째는 약 3시간, 세 번째는 2시간 남짓 소요되었다. 익숙지 않은 내가 이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데, 도축업의 달인들인 유목민의 손은 얼마나 더 빠를까?


유목민은 손님이 천막에 들어와 자리에 앉으면 먼저 차를 내어 오고, 메인 요리가 나오기 전에 허기를 달랠 수 있는 약간의 먹을 것을 제공한다. 그리고 메인 요리를 먹은 후에는 후식과 함께 또 차를 마시는데, 대화가 끝나고 잠자리에 들 때까지 차를 마신다. 유목 문화는 차와 함께하는 문화이다. 이 문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 흥정(협상)의 달인(창세기 18장)

어느 날 갑자기 여호와께서 아브라함을 찾아와 소돔과 고모라 도시를 멸망시키겠다고 했는데, 아브라함은 조카 롯을 구하기 위해 여호와 하나님과 끝까지 흥정(협상)을 시도했다. ‘50 – 45 – 40 – 30 – 20 – 10’


유목민족은 흥정(협상)의 달인이다. 우리 같았으면 한 두 번 흥정해 보고 부끄러워서라도 빨리 끝냈을 텐데... 정주민 입장에서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짜증 날 정도로, 때로는 그냥 공짜로 주고 싶을 정도로 흥정을 한다. 유목 문화에서 비즈니스를 잘하려면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흥정(협상)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초원이나 사막을 따라 발달된 무역로에서, 그들은 부족의 생존을 위해 그들 나름대로의 흥정(협상) 문화를 발전시켜야 했다. 최근 몇십 년 동안 중근동 지역에 일반마트나 쇼핑몰에서 정가 판매하는 것이 자리를 잡았다. 그렇지만 그 외에 대부분 상업 활동에서는 아직까지 가격 흥정이 필수이다. 나는 아직도 그들처럼 가격 흥정을 할 수가 없다. 나는 가격 흥정을 하다가 지쳐서 대충 판매자가 원하는 데로 대금을 지불하고 나올 때가 많다. 이것이 다른 문화에서 자란 나의 한계인 것이다. 그렇지만 내 생각에 한국 여성들, 특히 한국 주부들은 그들과 충분히 맞대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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