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이른 시각, 올림픽공원을 찾았다. 한창 공연 다닌 시절, 그곳에서는 록 메탈 공연이 즐비하게 열렸었고 그럴 때마다 나는 상기된 마음으로 찾았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흘러 이제는 아내와 두 아이와 함께 가족 뮤지컬을 보기 위해 같은 장소를 찾았다. 격세지감이라고 해야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보는 마음'은 늘 설렘을 느끼게 해줬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동화라고 했다. 이제 4학년이 되는 둘째에겐 안성맞춤의 공연, 중학교 1학년이 되는 첫째에겐 조금 시시할지도 모를 것만 같았다. 60분이란 공연 시간도 맘에 들었다. 동시에 어른의 시점에서 짧은 시간이지, 아이들 뮤지컬이란 장르로 60분이면 너무 긴 게 아닌가 싶은 아주 약간의 걱정도 들었다.
떡이란 친근한 소재로 아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북돋워주는 내용이 그야말로 맘에 들었다. 이미 오랜 시간 동안 검증된 이야기라 그것만큼은 믿어 의심치 않아도 충분했다.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알뜰한 무대 연출과 효율적으로 사용된 디스플레이 연출도 좋았다. 아이들이 보는 공연이라 해서 주먹구구식으로 연출하는 시대는 오래전에 종식된 분위기를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나자 두 아이는 인상적인 멜로디를 반복해 불렀다. 좋은 곡이라는 증명이 아닐 수 없었다. 오래전에 관람한 <앤서니 브라운 뮤지컬>의 삽입곡을 수년간 아이들이 기억했던 것을 떠올려보니, 이번 곡은 얼마나 그 생명력이 오래 지속될지 궁금해졌다.
무엇보다 서사의 빠른 진행과 반복적인 설명의 함축적 건너뛰기는 이제는 장르를 막론하고 반드시 필요한 요소로 느껴졌다. 두 아이가 떡집을 통해 거듭나는 과정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의 흐름이 닮은 듯 다르고, 그 속도감에 있어서도 부드럽게 질주하는 연출은 칭찬하고 또 칭찬할 부분이다.
좋고 나쁜 공연이 과연 있을까. 형편만 된다면 그저 많이 관람하고 즐길 수 있길 바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