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

치킨 - 2002년 스물네 살

by 잭 슈렉

Prologue - 깨어나지 않는 꿈을 꾸듯..


눈을 감아보자. 천천히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써보고 얼굴을 그리고 그 사람과 함께 했던 소중한 추억을 기억해 보자.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는 판타지에 들떠 입가에는 미소가 눈물에는 이슬이 맺히는 순간.. 우리는 사랑이란 본질에 한 발자국 다가서는지도 모른다. 그 본질을 유쾌하고 잔잔하게 그려낸 영화가 바로 본작이니 감았던 눈을 꿈까지 이어갈 수 있는 안락함을 꿈꿔보자.


깨어날 수 없는 꿈을 꾸는 건 영화 속 그들뿐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 모두 여전히 깨어나지 않는 꿈을 꿈인지도 모른 채 지내는 지도... 여기 그 꿈속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사랑이야기를 들려주는 영화로 당신의 편안한 잠자리를 초대한다.


Scene - 우리 모두는 사랑에 빠진 夢中人(몽중인)


홀든(에드워드 노튼)은 스카일라(드류 베리모어)에게 청혼을 준비하는 청년. 밥(알란 알다)과 스테피(골디 혼)는 많은 식구와 함께 행복한 삶을 꾸려나가는 부모. 조(우디 알렌)는 스테피의 전남편으로 밥과 친구이며, 조와 스테피 사이의 딸 DJ(나타샤 리온)는 본 작의 화자이자 이야기의 향을 더욱 돋궈주는 향신료와도 같은 존재이다.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는 뉴욕 펜트하우스의 화창한 어느 날.. 사귀던 여자친구에게 실연당한 조는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홀든은 스카일라에게 고백하기 위해 반지를 디저트 위에 얹어놓지만 상황을 모르는 스카일라는 그만 반지를 삼키게 되며, DJ는 친구의 집에서 우연히 알게 된 반(쥴리아 로버츠)과 아빠인 조를 연결시켜 줄 계획을 세운다. 한편 스테피의 초청으로 그녀의 생일에 가석방되어 찾아온 페리(팀 로스)는 약혼녀 스카일라에게 관심을 두는 상황에 이르는데...


복잡하리만큼 다양한 사랑이야기가 숨 쉬는 풍경. 본 작은 젊은 연인의 사랑부터 시작하여 풋사랑, 짝사랑, 중년의 사랑까지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 가정을 통해 잔잔한 음악과 즐거움으로 물들인다. 그것은 그리고 얼굴만 봐도 익히 친숙한 배우들과 함께 우디 앨런이라는 특별한 감독의 손에서 더욱더 찬란히 빛을 발하고 있다.


달콤한 사랑 이야기는 영화의 백미 엔딩씬의 센 강변에서 극에 달하는데 이 장면을 통해 이 영화가 갖는 매력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떨까.. 먼저 센 강변이 갖는 시공간적 매력. 그것은 영화에서 등장하는 뉴욕과 베니스, 그리고 파리를 하나로 묶는 끈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각각의 장소에서 그들은 혼란스러운 심정에 위태로운 심리를 지녔지만 센 강변 여기서만큼은 감춰두었던 속내를 모두 풀며 진실한 사랑과 우정에의 조우를 한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절실하고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이브의 밤이기에 가능했고, 그런 모든 연유는 센 강변을 더욱 아름다운 공간으로 만들고 있으며 그 속에서 나누는 조와 스테피의 오랜 이야기는 더없이 낭만적인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이내 장면은 판타지로 변하고 특유의 영상미가 돋보이는 장면이 연출되는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바로 판타지에 있다. 그것은 영화 곳곳에 포진되어 있는데 메시지와 영상의 전달을 더욱 증폭시킨다. 그리고 그런 판타지의 역할은 곳곳에서 눈에 띄는데 예를 들자면 조가 반에게 사랑을 얻기 위해 그녀의 취향대로 행동하고 설정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반에게 있어서는 판타지로 보인다.


그토록 찾았던 완벽한 이상형. 그러나 이내 반은 죠를 버리지 않던가.. 판타지는 그렇게 현실을 뛰어넘는 이상향의 대변이지만 오래 지속될 수 없는 유한성을 가진다. 그러나 그 순간만큼은 달콤한 독약이 되는.. 말 그대로 사랑은 독약 그 자체이다.


그렇다면 센 강변이 의미하는 바는 어떤가.. 현실에서 그들은 이혼한 남편과 아내이다. 비록 그것이 상류층과 미국이라는 개방된 문화 속이라 할지라도 현실에서 그들은 친구로 위장한 남남이라는 것이다.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판타지란 도구에 잠시 눈 가리는 격이고 그 과정에서 우디 앨런은 결코 순탄치 만은 않은 사랑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다.


이것은 비록 그들이 불행할지언정 센 강변이란 아름다운 곳에 머무는 순간만큼은 행복해질 수 있다는 설정으로 보이는데 그건 사랑이 갖는 환경친화력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잠시 페리의 또 다른 매력에 끌리는 스카일라.. 매번 겉으로 보이는 매력에 빠져 짝사랑만 거듭하는 막내딸.. 잠에서 깨어나 보니 너무나 완벽해서 그만 불완전한 기대의 시간으로 복귀하고자 하는 반마저도.. 여실히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우디 앨런만의 독특한 화법은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익숙한 코드임엔 틀림없다. 그렇다고 모든 이들이 그의 화법을 이해하거나 순응할 필요는 없다. 다만 본작에서 그가 꾀하는 사랑에 대한 본질적 접근과 함께 사랑이란 가장 기본적인 의미를 둘러싼 남녀노소의 감정적 변화를 짚어가는 과정을 눈치챘다면 영화를 보는 즐거움은 더욱 크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인물들의 대사. 밀고 당기고 때로는 불쌍히 여겨지는 씬. 그걸로도 모자라 우리를 깊은 마력으로 끌어당기는 것은 바로 그 모든 것과 함께 하고 있는 음악과 춤이다. 가벼운 미들 템포의 재즈곡으로 시작하여 발랄한 탭댄스가 가미된 스타일.. 눈물 없이는 듣지 못할 세레나데가 등장하는가 싶으면 어느새 진한 색소폰 소리가 귀에 익은 재즈가 흐른다.


그뿐인가.. 남미의 스타일을 따르는가 싶더니 어느새 격렬한 몸짓을 펼치고, 어깨를 들썩이는 이들은 화면 밖 현실에서도 늘어나고 있다. 음악은 영상과 하나가 되어 배우들의 혀를 끝으로 공중으로 분산되고 사랑하는 사람이 옆자리에 있다면 살며시 손을 잡고 싶은.. 매혹적인 시간이 가득하다.


때로는 원색적인 강렬한 톤이 자극하다가도 어느새 파스텔톤의 잔잔한 대리석 거리가 우리를 편안케 하며, 감미로운 음악에 설명도 필요 없는 배우들.. 그리고 그 속에서 숨 쉬는 사랑의 열정.. 영화가 줄 수 있는 모든 카타르시스와 감동을 주는 영화로 본작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를 말하고 싶은 것은 나만의 바람 그 이상일 것이다.


DVD - 가난하다고 불행할 사랑일까..


기존의 비디오나 필름에서 나아가 뛰어난 영상과 음질을 자랑하고 거기에 영화의 뒷 이야기 또는 그 이상의 다양한 소스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 DVD의 가치는 날로 높아가고 있다. 그것은 더 나은 즐길 거리를 찾는 이들의 욕구를 반증이라도 하듯 시장은 단숨에 커져 이제는 거의 모든 영화가 DVD 타이틀로 재출시되는 붐을 맞게 되었는데 본작 역시 그런 흐름에 크게 역행하지 않는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다. 그렇지만 보통의 다른 DVD와는 달리 무척 부실해 보이는 서플은 이내 영화를 접하는 이들에게 실망을 안겨줄 듯싶은데 그런대로 아쉬움 속에서도 서플에 대해 간단히 표현하면 그래도 영화가 있지 않은가.. 하는 맘이다.


먼저 영상과 음향은 보통의 타이틀에 비해 크게 특출 나거나 뒤떨어지는 느낌은 받지 못한다. 다른 뮤지컬 영화도 그러하듯 영상 보단 음향에 시선이 끌리는데 재즈를 기본으로 하는 사운드의 표현은 돌비 시스템의 중저음 강한 베이스가 잘 받쳐주고 있으며 배우들의 대사 역시 명랑하고 맑게 들린다.


영상은 1.85:1의 스크린을 제시하고 있는데 크게 문제 될 만큼의 저하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영상과 음향이 아닌 서플에 대한 의미에서는 실망스러운 면이 다소 많은데 단순하게 나열하는 캐스팅 소개와 함께 각 세션을 따로 독립시켜 골라 볼 수 있는 정도의 콘텐츠는 여느 풍성한 타이틀에 비해 빈곤하게 보일 뿐이다.


사실 서플이 풍성하지 못하다고 아쉬움을 늘어놓는 것은 아니지만 디테일한 면에 있어서 캐스팅 소개는 인물 소개와 출연 작품 나열로 끝나지 배우가 연기에 임하는 자세 또는 영화와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한 부분의 언급은 전혀 없어 손쉬운 정보 습득 시대인 요즘 그 가치가 더없이 낫게 보인다.


예를 들자면 골디 혼은 노래를 너무 잘 불러서 우디 앨런이 조금 엉성하게 불러달라는 부탁을 했다고도 하며, 드류 베리모어는 노래를 너무 못해서 유일하게 다른 배우들과는 달리 립싱크를 했다는 점. 이런 점들을 축으로 해서 노래 녹음 작업이나 연기하면서 노래를 부르던 씬들을 따로 편집했다면 훌륭한 서플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된다. 또한 트레이시 울만과 리브 타일러가 출연하는 장면도 있었는데 러닝타임을 줄이려는 감독의 의도에 의해 삭제되었다고 하는데 그들의 삭제된 장면과 그들의 역할에 대한 접근도 있었더라면 하는 바람이다.

디자인 적인 측면에서 센 강변의 판타지를 중심으로 하는 초기 화면은 흠잡을 데가 없어 보인다. 가벼운 재즈곡과 겨울을 테마로 하듯 눈 내리는 그래픽 처리는 낭만적인 느낌도 드는데 그 밖에는 특별히 보이는 섬세함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 정도로 이야기를 마무리 짓자면 아쉬운 점이 무척 크기에 본 타이틀은 친절하게도 소책자의 스케일에 버금가는 국/영문 대본집을 부록으로 포함하고 있는데 이 부분의 매력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꽤나 큰 어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영상과 음향으로 한껏 즐긴 사랑이야기를 다시 한번 텍스트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소스가 됨에는 물론 각 페이지 별로 상황에 맞는 장면이 캡처되어 이미지화되어 있고 중요한 숙어나 독특한 표현은 따로 'notes'로 구분되어 설명까지 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다른 영화에 비해 대사도 많고 감칠맛 나는 표현도 많은 본작에서 어쩌면 이와 같은 부록은 운명이 아니었을까 싶을 만큼 활용도가 높은데 2,3가지 톤의 그레이를 중심으로 간결하게 편집되어 있는 디자인도 보는 이로 하여금 보이지 않는 배려를 느끼게 끔 한다.

소제목에서도 잠시 느꼈다면 본 작의 서플은 말 그대로 가난하다고 결코 사랑이 불행하거나 왜소하지 않다는 것이다. 서플이 풍성하다고 번작이 한껏 재밌는 영화가 되거나 서플이 부족하다고 형편없는 영화는 되지 않는다는 것.


다만 서플이 갖는 본래의 의미가 영화의 이야기를 좀 더 충실히 전해주고 영화가 갖는 또 다른 매력을 다른 각도에서 전해준다는 것인데 최근 발매되는 타이틀에서 느껴지는 정보의 난립과 넘치는 서플의 양은 어쩌면 사용자가 한 편의 영화를 깊고 진하게 감상하는데 방해가 되는 요소로도 역행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낫는다.


결코 부족하거나 풍성하다고 단정 짓진 못하지만 영화의 매력을 전달해 주기엔 더없이 충실하지 않나 싶다.

Epilogue - 사랑해도 되나요?


사랑하고 있는가? 사랑하고 싶은가? 감미로운 음악에 빠져 밤새 영화를 보고 손안에 잡히는 시집 한 권에 눈물을 쏙 빼지 않았는가... 버스를 타고 하루종일 돌아도 다녀보고 그 사람 집 앞에서 아침을 맞이했던 지난날...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는 그 모든 추억들과 재회할 수 있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가진 아름다운 영화이다.


사랑하고 있다면 그대는 분명 행복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