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로부터 ‘희망’을 품다

치킨 - 2017년 30대

by 잭 슈렉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평생을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결혼 5년 차에 첫 아이와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아내의 임신 소식은 긴 가뭄 끝에 마주하는 빗소리처럼 달콤했습니다. 곧 아빠와 엄마가 된다는 설렘에 예비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1개월 코스의 무료 프로그램도 수강하며 아이의 탄생을 준비했습니다.


그렇게 건강하게 아이와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진통부터 출산까지 아내의 곁에서 잠시도 떨어지지 않고 함께하였습니다. 아이의 탄생 과정은 사진과 동영상으로도 기록했습니다. 실감 나지 않았지만 아빠가 되었다는 사실에 감동과 두려움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꼼꼼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실수투성이였습니다. 특히 아이가 자라면서 허점은 여실히 드러났지요. 마주하고 놀아만 주면 될 거라고 생각했던 안일한 자세는 금방 밑천을 드러냈습니다. 이어 새로운 장난감만이 최선은 아니라고 생각도 들었지요. 아이의 월령과 관심사에 맞는 장난감, 무엇보다 아이가 흥미를 일으킬만한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즈음하여 아내는 제게 유익한 공간이 동네에 생겼다며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곳은 여성과 아이를 위한 건물로, 책도 볼 수 있고 장난감도 도서관처럼 빌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궁금한 마음으로 방문을 하였고, 단숨에 회원카드를 만들었습니다. 신기할 정도로 절묘한 타이밍이었습니다. 걷기를 지나 제법 뛸 수 있게 된 아들과 함께 신나는 마음으로 센터를 방문했습니다.


건물을 들어서자 파스텔 톤의 예쁜 그림과 캐릭터들이 저희를 맞이해 주었습니다. 제법 큰 어항이 아이의 시선을 순식간에 훔쳤고요. 물고기를 뒤로하고는 ‘그림책 도서관’의 자동문이 열립니다. 구립 도서관 내 어린이 도서관을 몇 차례 방문했었지만, 분위기는 분명 달랐습니다. 나이와 주제에 맞게 세심히 구성된 책들에게서 배려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마음 편히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푹신한 소파와 쿠션도 있었고요.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동화책이란 게 내용이 모두 비슷하고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는 공간이 만들어주는 분위기가 아이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미로를 걷듯 놀이를 하듯 책장 사이를 어항 속 물고기처럼 헤엄치며 신나는 독서를 이어갔습니다. 책을 바라보는 시선은 더 맑았고, 책을 읽어주는 제 목소리에도 더 힘이 실렸습니다. 놀 듯 책을 읽고 장난치듯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도서관에 이어 들리는 곳은 ‘장난감 도서관’. 아이가 센터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입니다. 지금은 장난감도 이용객도 많아져 빠듯한 느낌이지만, 초창기만 하더라도 장난감을 고르면서 짧게나마 갖고 놀 수도 있었습니다. 몇 번을 고르고 골라 두 개의 장난감을 유모차에 실으면 짧게는 2~3주 동안 빌려온 장난감을 구석구석 만끽했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커다란 미끄럼틀을 대여했고, 인기 장난감은 인터넷으로 대여 여부를 수시로 확인해 모셔오기도 했습니다. 그 사이 큰아이는 여섯 살이 되었고, 이제는 세 살이 된 둘째까지 합세하여 서로 좋아하는 장난감을 한 개씩 빌려와서는 집에서 함께 노는 모습만 봐도 흐뭇하고 뿌듯합니다. 특히 대여를 한 만큼 장난감을 소중히 다루는 방법과 구성 품을 정리하는 방법을 통해 조금이나마 좋은 습관을 길들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더욱이 얼마 전에는 ‘슈퍼 대디의 비밀’ 프로그램에 두 아이와 나란히 참여, 몸으로 놀아주는 이로움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도 가졌습니다. 물론 아내도 틈틈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세심한 육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2층 ‘키즈 스토리’에서 보내는 시간이 무척 많아졌습니다. 초여름, 둘째가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인해 입원한 이후로는 공공장소에서의 놀이에 유독 긴장하고 있기에 아이들의 여름 피서에는 제격이라 믿었습니다. 마트, 병원, 집, 미용실, 블록 등 주제가 구분 된 만큼 해당 영역에서 보여주는 집중력은 늘 새로웠고요.


다양한 역할극을 통해 저 역시 놀이에 참여하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여러 직업군, 그리고 입장을 달리하는 위치, 다양한 상황 속에서 아이들은 매번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내곤 하더군요. 함께하는 두 시간이 늘 짧게만 느껴지는 이유기도 합니다. 올여름. ‘키즈 스토리’에서의 피서가 더더욱 기대됩니다.


큰 애는 1년, 그리고 둘째는 앞으로 4년이란 시간이 남았습니다. 만으로 다섯 살까지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기에, 두 아이에게 이곳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아낌없이 전해주고자 합니다. 동화책, 장난감, 역할극과 여러 주제를 통해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볼 것입니다. 동시에 좋은 성품과 즐거운 마음, 올바른 습관이 깃들도록 아빠로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센터 운영에 있어 지금까지 잘해주신 만큼 앞으로도 한결같은 모습을 희망해 봅니다. 센터를 이용하는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나길 거듭 희망합니다.


좋은 공간을 이용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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