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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 Apr 14. 2024

SNS 금지 명령

막는다고 막아지나



'그 때는 지금만큼은 아니었어'

라고 생각하곤 하지만 한편으론 내가 좀 더 현명한 엄마였다면 어땠을까 라는 후회를 떨칠 수는 없었다.


SNS 에 대한 생각이다.

아들은 사실 세상만사 대부분을 무심한 듯 살았지만, 

뭔가 흥미있어 하기 시작하면 지나칠 정도로 그곳에 빠져들곤 했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한 가지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금지'시켰던 것이 

'온라인 게임'과 '스마트폰'이었다.


아들의 관심사나 호기심이 게임과 스마트폰 세상 속에 갇히게 될 것이라 확신헀고,

그것 때문에 잃게 될 것들이 불 보듯 뻔히 보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임과 스마트폰으로부터 아들을 멀리하게 하는 방법은 "운동"이었다.

12월생이라 또래 친구들에 비해 체구도 작고 약해 보였던 탓도 있지만, 

운동을 통해 에너지를 발산하고 스트레스 상황을 이겨낼 수 있기를 바랬다.   


원하는 운동은 무엇이든 다 배울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고, 

심지어 시험 기간이라도 운동하겠다는 시간만큼은 맘껏 사용할도록 허락해 주었다.


디행히 아들은  운동에 흥미를 보이면서 뛰고, 달리는 여러 종목의 운동에 꽤 빠져들었던 것 같다.

그러는 사이 중학교 3학년때까지 전화통화와 문자 정도만 가능한 폴더폰을 사용했고,

영재교 입학 후에야 겨우 스마트폰을 겨우 소유할 수 있었다.







편협한 생각의 울타리



때문에 아들은 카톡이나 SNS의 세계를 잘 모른 채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엄마, 친구들은 요즘 카톡 잘 안해요"


"응?? 그럼 뭘로 소통하는데?"


"DM이요."


"뭐라구? 무슨 DM??"


"인스타요"


"아하... 인스타?? 그걸 카톡보다 더 많이 쓴다구(매우 놀람)?"


"근데 너는 인스타 안 하잖아? 할 줄 아니?"


"필요해서 계정 하나 만들긴 했는데, 그냥 DM만 주고 받아요"


아.... 그렇구나.


나 또한 SNS에 적극적이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부정적인 측면에서 대한 경계심이 더 컸던 지라,

익숙치 않은 매체였다. 그러나 그 후 생각이 조금씩 바뀌면서 나는 아들 친구들이 SNS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급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세상에나...


나는 아들 친구들 몇몇의 인스타를 살펴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어떤 친구는 자신의 연구과제에 대한 진행상황과 자신의 생각을 기록하며 많은 친구들로부터 관심과 지지를 받고 있었다.

또 어떤 친구는 자신의 관심분야에 대한 정보와 데이터를 소개하면서 세상과 소통하고 있었다.  


아, 내가 너무 짧은 생각으로 SNS를 바라 보고 있었구나.

내 편협한 생각과 불안감으로 아들이 트렌트를 이용할 수 있는 눈과 귀를, 마인드를 

막았다는 깊은 후회가 밀려왔다.







'금지'보다는 '전환' 능력



"온라인 게임과 스마트폰 금지" 덕분에 아들이 중학교 내내 공부에 더 잘 집중할 수 있었을까?

그래서 원하는 학교에 입학하는데 도움이 되었을까?


내 대답은 솔직히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영재교 입학 공부가 힘들고 어렵기는 하지만 암기나 반복, 앞선 선행학습만으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시험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마도 게임을 하고 스마트폰을 사용 한다했을 지라도, 역량이 있다면 충분히 입학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금지"가 아니라, "전환 능력(shift)"을 길러주는 데에 있었다.

게임이나 휴대폰을 하더라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본래의 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길어주는 것이 금지보다 더 중요했다.



공부도 뛰어나게 잘 하는데, 게임까지 잘 하는 그런 친구들이 가진 것이 
바로 이런 "전환능력"이었다.


내가 다시 아이의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면,

내 편견과 불안감으로 인해 스마트폰 금지를 선언하고, SNS의 노출을 막으려 결사적으로 노력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게임이나 SNS를 처음 접하는 그 타이밍을 기다렸다 놓치지 않고  적극 개입했을 것이다. 


"SNS의 참 쓸모"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


나의 관심사와 좋아하는 것을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즐거움,

그렇게 소통하면서 함께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기쁨을 SNS 를 활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먼저 저먼저 알게 해 주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지금도 아들은 영재교에서 진행하는 크고 작은 연구과제들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그런 과정을 거치고 있지 않았을까? 


세상과 소통하며 내 편견과 선입견에 빠지지 않는 시선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도 귀기울이며 성찰과 인사이트를 얻으며 

더욱 즐겁게 자신의 연구를 "즐기며"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말이다.










<선배엄마가 후배엄마에게>


아이들을 키우면서 온라인 게임과 스마트폰 문제는 참 민감하기도 하면서 어려운 문제입니다.


저는 "스마트폰 사주는 순간, 지옥 문이 열리는 거야" 라는 말을 

선배 어머니들부터 수없이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버틸 때까지 버틴 것이 중학교 3학년이었죠.

영재교는 학생들간의 팀수업이나 프로젝트 진행이 계속해서 진행되기 때문에 사실 스마트폰 없이는 생활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솔직히 저는 게임과 스마트폰 "금지" 만큼은 엄격히 지키며 키웠기 때문에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 잘 활용하게 지도하는 방법에 대한 조언을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겸험해 보지 못한 일이기에 조언드릴 자격도 없구요.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무조건 막는 것"만이 방법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부모가 금지해 봤자, 아이들에게 노출되는 경로 자체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음지에서?? 접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이것은 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허용하되, 다만 "전환능력"을 길러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허용하기를 부탁드립니다.

 

게임이나 스마트폰에 빠져있는 시간에서 얼마나 빨리, 제대로 본래의 할 일로 돌아돌 수 있느냐, 그것이 관건입니다. 재빨리 전환하고 다음 일로 마인드셋 할 수 있다면 오히려 이를 통해 "자기 조절"의 역량을 길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요즘 청소년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성숙하고, 깊고 진지한, 기특한 면모들을 가지고 있더군요.


저는 그들이 가진 이런 장점들을 세상과 소통하며 성장해 나가는데에 SNS가 큰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이들이 소통을 통해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기쁨을 알 수 있도록 SNS를 지혜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에 어른들의 고민이 집중되면 좋겠습니다.  

'SNS의 진정한 쓸모'에 대해 아이들이 올바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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