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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율 Jan 19. 2024

뉴욕의 진짜 모습은 지하철이다.

뉴욕의 두 얼굴

한 도시의 진짜 모습을 알고 싶다면
지하철을 타봐라.


차를 사기 전 나에게 '서울'은 '지하철'이었다. 지하철 노선이 서울의 지도였고 매일 출근을 위해 들어가는 지하철이 서울의 전부였다. 차를 사고 나서 나에게 서울은 내 차 안이 되었다. 내 차 안에서 바라보는 반포대교가 비로소 나의 서울이 되었다.


Summit 써밋 전망대에서 바라본 뉴욕의 모습은 '화려함'그 차제였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Empire State Building이 환한 불을 내뿜으며 '나 뉴욕이에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킹콩, 스파이더 맨이 마음껏 오르고 뛰던 그 빌딩 말이다.


세계 최대 강대국 미국, 그리고 뉴욕의 빌딩들은 단연코 세계 최고의 건축기술의 집합체라 말할 수 있다. 저 화려한 건물, 화려한 도로, 화려한 불빛, 그리고 지하 속 세상. 어떤 게 과연 뉴욕일까?


나는 풀스테이션 역에서 메트로권을 구입했다. 구입을 하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지하로 향했다. 오래된 철재 계단, 코를 찌르는 똥냄새, 오줌냄새, 그리고 펜타닐에 중독되어 좀비가 되어버린 사람들, 곳곳에 널브러진 오물들, 필로폰으로 추정되는 주사기들, 바지를 내린 채 성기를 내놓은 노숙인들, 그림을 정말 잘 그리던 여자 노숙인.....

나의 뉴욕 지하철은 잠깐이라도 머물고 싶지 않은 더럽고 무서운 곳이다.

숨을 조금이라도 쉬고 싶지 않아 마스크를 당겨 쓴다. 그리고 떨리는 마음으로 노숙인, 마약쟁이들과 제발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시선 처리도 조심한다.

풀스테이션 역은 1층만 깨끗합니다.
Hey~ Lady~

내가 뉴욕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지나갈 때마다 적극적인 거지들은 헤이~레이디 하며 나를 계속 불렀다. 해가지면 더욱 심해져 나는 무서워서 밖을 나가지 못한다. hey~ Lady~ hello hello~

치마를 입고 살색 스타킹을 신은 날은 너무 심해서 외출을 할 수 없는 지경이라 바지를 사 입었다.

뉴욕거지들은 슈프림과 스투시, 구찌를  즐겨 입는다. 너무나 스웩이 넘치고 적극적인 거지들이라 웃음이 났다.


뉴욕은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그 이면은 어둡다.


나는 뉴욕의 두 얼굴과 마주했다.  너무나 화려한 빌딩 숲, 세계 최고의 금융, 경제, 문화, 예술이 있는 곳, 그리고 그 이면의 수많은 홈리스 노숙인들과 마약에 취한 사람들, 어떤 게 진짜 뉴욕의 얼굴일까?

뉴욕은 그 사람들을 버린 걸까?


영화 속 조커는 지하철에서 살인을 저지른다. 나는 조커의 마음이 조금 이해된다. 너무나 우울한 지하철역의 공간들은 비가 새고 어둡고 낡고 쥐가 끓고 마약이 발에 차였다.


조커에게 한국식 뜨근한 국밥 한 그릇이 있었다면 단연코 사람을 죽이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뉴욕에서 수많은 서민들이 지하철로 이동을 한다. 출근을 하려면 싫든 좋든 지하철로 향하는 직장인의 마음이 투사된다. 더럽고 역겹고 당장이라도 빨리 나가고 싶은 공간, 그리고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이 지하철에 몸을 싣는 수많은 뉴요커들....  살인적인 물가에 외식조차 못하는 뉴요커들, 그리고 다양한 성의 얼굴들...


펜타닐에 취한 좀비들을 보아도 못 본 척, 그렇게

오늘도 그들은 꾹 참고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뉴욕의 진짜 모습은 지하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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