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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율 Sep 20. 2024

표현잡지 3. 걸그룹, 유리천장 같은 현실

단편소설

표현하고 싶어?


이 시대 젊은이들은 "청춘"이라는 말이 적용될 만큼 아름다운 인생을 살기 어렵다.

-이창동 감독, 버닝-


결코, 아름답지 않은 청춘들의 이야기 

“표현잡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한가득 모아 표현잡지에 넣고 싶어.


나 한여름,

사실 진짜 생각해 보면 나라는 사람이 결핍이 있을까?

상처가 있을까?

상처나 결핍도 뭔가 대단한 사람들의 전유물 같아.

난 사실 진짜 평범하고 평범한 애거든


아니면 말이야.

너무 바쁜 일상 속에 묻혀 상처 난 지도 아픈지도 모르고 다시 일어서서 다시 뛰어노는 어린아이처럼 살았는 지도 몰라.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설정은 가상입니다.

등장인물 : 1인칭 화자 - 한여름, 97년생, 서울 4년제 대학졸업, 대학원생, 서울 거주, 작가 지망생, 자유로운 여행가, N잡러, 하기 싫은 일도 잘하는 사람, 예술 결핍러, 외톨이, INTP, 예술가병

최재림- 96년생, 뉴욕 거주, 가수지망생, H엔터테인먼트 연습생, N잡러, 한여름의 초등학교 동창, 13살에 뉴욕으로 이민함, 발라드와 힙합을 넘나 든다. 제2의 박재범이 목표, 예술가병

 멜론머스크-한여름의 내적 친구, 마음속 AI

조감독-한여름의 정신적 조언자, 칸영화제 최우수감독상 수상자, 세계적인 감독, 카페친구

 그 외 정보 없음, 찐 예술가

강은지-한여름의 대학원 친구, 20대 초반에 결혼함, 연년생 엄마, 생활력 강함, 한여름에게 현실적 조언  

좌우명 : '예술이 밥 먹여주니?'

대학원 교수님- 00여 대의 유일한 남자교수님, 하버드출신, 교수님 수업을 듣는 이유 : 성적을 잘 줘서!

은수-걸그룹 5년차 연습생, 2001년생, 대학후배,


3. 걸그룹, 유리천장 같은 현실

꿈꾸는 건 저주인가


잠실 롯데 타워가 내려다 보이는 한 작은 바에 은수와 나는 마주하고 있다.

은수는 노랗게 탈색한 머리를 얇은 털실 모자로 감추고 있다.

한 겨울이 아닌데한 겨울 같은 어색한 은수의 모자에 눈길이 간다.


오랜만에 만난 은수와 나,

바에는 은수와 나의 시간 같은 음악들이 흐른다.

음악과 공간, 그리고 은수, 은수는 걸그룹 연습생이다.


'머리 이쁜데 왜 감췄어.' 은수야.

언니한테 이런 거 보여주기 싫어서...


으이그~ 이뻐, 안 숨겨두되.


그래서, 계약은 했어?

'아니, 나 이제 걸그룹 연습생 안 하려고...'

'왜?'

'그냥...' 하며 은수가 말끝을 흐렸다.


롯데타워는 노을빛에 물들고 있다.

노을, 그리고 롯데타워 참 안 어울린다.

지구상에 외계인이 잠시 꽂아둔 우주비행 물체가 송파구에 떡하니 솟아있다


'진짜 롯데타워 이상하지 않아?'

외계인...  나는 말끝을 흐렸다.

은수 눈동자가 흔들려서..


은수 표정을 살펴보았다.

무언가 말하려다가 참았다가 하는 모양새였다.


'은수야.' 무슨 일 있어?


아니, 난 걸그룹할 재목이 못 되나봐.

걸그룹은 언니같이 예쁜애들이 하는거지 뭐.

나 같은건 이제 공부하려고...


'왜?' 은수의 이상한 말에 나는 의문이 생겨 되물었다.

'무슨일이야?' ‘5년이나 연습생 시절을 보냈잖아!’


사실 H소속사와 계약하려는데 사인을 하려는 손이 너무 떨려서 도망 나왔어. 언니


'성형비, 음반 투자 비용 ,꾸밈비 그런 거 지원 5천만 원 받기로 했는데...'

'그래, 잘 되었네.' 근데, 근데 왜? 나는 물었다.


노을빛이 은수의 눈동자에 비췄다. 하얗고 작은 얼굴이 노을빛에 분홍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160cm의 작은 체구지만 아담하고 귀여운 미소를 가진 아이다.


그래서 계약서, 어떻게 되었어?


'도망 나왔어. 언니.'


'도망'

은수의 도망이라는 두 글자에 내 눈이 커졌다.

하이볼을 한 모금 삼켰다.


무슨 일 있었던 거야?


아니 계약서에 말이야.

걸그룹 활동이 실패했을 때...


'실패하면?'


실패하면, 유흥업소에서 일해서 갚는다는 조항이 있더라고 그래서 손이 너무 떨려서 도망 나왔어.


은수는 술잔을 한참 바라보다 벌컥 한 모금 하셨다. 술이 묻은 은수의 입가가 떨렸다.

살면서 처음 듣는 단어는 아니지만 참 낯선 단어다.


유. 흥. 업. 소


은수야, 잘 나왔어. 걸그룹 같은 거 하지 말자.

나는 단호하게 말해버렸다. 은수는 계속 한숨만 되뇌었다.


성공하면 유흥업소 안 가도 되잖아!

나의 말에 은수 눈동자가 더 새차게 흔들렸다.

은수가 많이 불안해보였다.


그러게 “더 크고 좋은 소속사 갔어야지! ”내가 말실수를 하고 말았다.


은수는 약간 당황하면서

'H소속사 엄청 커.' 대형 소속사야.

윤시혁 계열 소속사라고.

그 보이그룹 유명한 애들 보이즈 하이틴 소속사!


아 근데 그런 조건을 붙여? 그 소속사 돈도 많잖아!

나쁜 놈들!  돼지새끼!

은수야! 때려쳐 진짜 화나네.


너 나처럼 대학원 다녀 걍

어휴 열받아.


언니랑 먹고살길 찾자 걸그룹 그거 안해도되.


때론, 세상이 우릴 속인다. 거짓말 보다 더 거짓말 같다.

예술가를 꿈꾸는 청춘들은 현실의 유리벽에 마주한다.


표현잡지는 작가가 겪은 실화를 모티브로 합니다

상호명이나 등장인물은 모두 가상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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